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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문객 수천여명 YS 마지막길 배웅…첫 ‘국가장’ 엄수
[헤럴드경제=김상수ㆍ최진성ㆍ장필수ㆍ양영경 기자] ‘나는 수풀 우거진 청산에 살으리라…세상 번뇌 시름 잊고 청산에서 살리라… 길고 긴 세월 동안 온갖 세상 변했어도 청산은 의구하니 청산에 살으리라.’

거산(巨山)은 뚜벅뚜벅 청산으로 향했다. 향년 88세. 굴곡의 현대사를 고스란히 온몸으로 맞선 세월, 이제 번뇌를 내려놓고 영면의 길로 떠날 고인의 마지막 배웅은 평소 즐겨 부른 노래, ‘청산에 살리라’이다. 고(故)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청산으로 향했다. 세상도 사람도 변하지만, 영원히 변치 않는 청산, 영원한 청춘으로 그는 떠났다. 



김 전 대통령 영결식이 26일 오후 2시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국가장으로 엄수됐다. 장례위원장인 황교안 국무총리를 비롯, 국가 주요 인사, 각계 대표, 주한 외국대사 등 수천여명의 조문객이 참석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다시 찾아 영정이 국회의사당으로 출발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건강 문제로 국회의사당에서 열리는 영결식은 불참했다.

추모곡은 ‘청산에 살리라’는 합창단과 함께 최현수 한국종합예술학교 교수가 부르기로 했으나 행사 직전 고성현 한양대 교수로 변경됐다. 행사 집행을 담당하는 행정지치부 측은 “준비하는 기획사 측에서 교수 변경을 요청했고, 유족 역시 ‘청산에 살리라’란 노래만 지정했을 뿐 성악가를 지정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고 교수는 1993년 김 전 대통령 취임무대에서도 노래를 부른 인연이 있다. 



‘청산에 살리라’는 평소 고인이 좋아하던 노래다. 가족 모임에서도 이 노래를 즐겨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열 김영삼민주센터 사무국장은 “김 전 대통령이 아주 좋아하셨던 노래”라며 “세상 모든 걸 이젠 벗어 버리시길 바라는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또 “선구자와 이 노래 중에서 어떤 노래를 추모곡으로 할지 회의한 끝에 이 노래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YS의 마지막 배웅에는 5분 분량의 생전 영상도 함께 했다. 이 영상은 유족 측이 제작했다. 김 사무국장은 “섬 소년이 큰 꿈을 품고 정치에 입문해 민주화를 달성하고 문민정치를 이룩했다는 내용이 담긴다”며 “통합과 화해의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영상에는 현대사에 투영된 YS의 굴곡진 인생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전두환 정권 시절 가택연금을 당할 때 경찰과 대치하던 장면, 그리고 당시 YS의 울분에 찬 말도 영상에 포함됐다.

“날 감금할 수는 있어. 이런 식으로 힘으로 막을 순 있어. 그러나 내가 가려고 하는 민주주의의 길은 말이야, 내 양심은, 마음은 전두환이 빼앗지는 못해”(1985년, 가택연금 당시)

군부독재를 종식시키고 금융실명제를 시행했던 당시 모습도 포함됐다. YS의 인생사가 곧 현대사다. 행정자치부 측은 “전체적인 메시지는 미래를 향해 가자는 내용”이라고 전했다.

영결식을 앞두고 국회의사당은 오전부터 분주했다. 잔디밭 주변을 철제 구조물로 통제하고서 고인의 마지막 길을 준비했다.

국회 잔디밭 대형 태극기는 조기로 걸렸고, 정면에 마련된 제단에는 20여명의 행사 관계자가 이른 새벽부터 국화꽃으로 제단을 꾸몄다. 전국에서 급하게 공수한 국화 5만송이다.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국화를 염색해 태극문양을 만들었다.

영결식장 곳곳마다 휴식을 위한 대형 천막과 간이 화장실을 설치했고,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 마련된 국가 분향소는 영결식 직전 철거했다.

김 전 대통령 운구는 서울대병원을 출발해 광화문, 세종로를 지나 국회의사당에 도착했다. 김동건 전 KBS 아나운서의 사회로 개식을 선언하고, 애국가 연주, 고인에 대한 묵념이 이어졌다. 장례집행위원장인 정종섭 행정자치부장관이 고인 약력을 보고하고, 황교안 국무총리가 장례위원장 자격으로 조사를, 김수한 전 국회의장이 추도사를 낭독했다. 종교의식과 영상상영, 헌화, 추모곡 등을 거쳐 조총을 발사하면서 영결식은 마무리됐다.

운구행렬은 현충원을 향하기 전 상도동 사저, 김영삼대통령 기념도서관 등을 경유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국회의사당에서 영결식을 거행했고, 동교동 사저와 서울광장 등을 거쳐 현충원에 안장됐다. YS가 쉴 곳은 영원한 정적이자 동지인 김대중 전 대통령과 불과 300m 떨어진 옆 자리다. ‘양김시대’, 두 영웅의 마지막 길도 묘하게 닮았다. 죽어서도 함께 하는 두 ‘거산’이다. 청산에서 조우할 이 시대의 별이다.

김상수ㆍ최진성ㆍ장필수ㆍ양영경 기자/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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