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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7일간의 세계여행] 69. 눈돌리니 피카소 작품이…매혹적인 마드리드의 밤
[헤럴드경제=강인숙 여행칼럼니스트] 비행기는 시간을 거슬러 오전 11시 30분 마드리드 바라하스 공항(Madrid Barajas Airport) 에 착륙한다. 배낭여행의 끝판왕이라는 인도와 남미를 여행하고 들어온 유럽이라서인지 반가운 마음이 든다.

소매치기가 극성이라는 마드리드지만 남미에서처럼 치안 걱정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훨씬 편해진다. 아무래도 유럽이 남미보다는 친근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두 달 전 인도에서 마드리드로 와서 남미에 다녀왔기에 익숙한 공항터미널에서 출국장까지의 이동도 일사천리다. ATM을 찾아 카드로 유로를 조금 꺼내서 자동발급기에서 지하철 티켓을 사고 환승을 해서 숙소를 찾아간다. 도시의 시스템이 자동화되어 여행자도 무리 없이 다닐 수 있도록 척척 돌아가는 게 서울과 다름없다. 


스페인어권은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다지만 역시 대도시라 젊은 사람에게 말을 걸면 응답도 잘해준다. 나이든 분들에겐 방향만 묻는 간단한 스페인어로 묻고 다니다 보니 숙소에 금방 도착한다.

스페인에서의 가장 중요한 여정은 “까미노데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다. 우리말로 하면 “산티아고로 가는 순례자의 길”정도의 의미다.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800Km를 걷는 이 산티아고 길에서 순례자들이 묵는 곳을 “알베르게(Albergue)”라고 한다. 지금 도착한 마드리드의 숙소가 바로 한국인이 운영하는 마드리드의 순례자 숙소인 알베르게다. 이곳에서 산티아고 길을 걸으려고 왔다는 여행자를 만나게 되었다. 장기여행의 장점은 변죽이 좋아져서 아무하고나 말 섞는 것도 잘한다는 것이지만, 관심사까지 같은 사람을 만나니 할 말이 더 많다. 한국에서 출발해서 어제 마드리드에 도착했다는 초면의 여행자와 마드리드 밤마실을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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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를 타고 마드리드 최초의 기차역을 재건축했다는 아토차 역으로 간다. 역 안에 대규모의 식물원이 있는 것이 이색적이다. 도심 한복판의 실내에 열대식물이 자라고 사람들이 그 주위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신문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상적인 모습이 스페인 사람들의 낙천적인 기질인가 싶어 새삼 부러워진다. 엘 그레코의 자화상이 거대하게 그려진 벽을 보니 그림에 문외한인 나도 스페인에 왔다는 것이 실감나기 시작한다. 


아토차 역에서 나와 이번에는 건너편 레이나 소피아(Reina Sofía)로 간다. 레이나 소피아는 국립 소피아 왕비 예술 센터(Reina Sofia National Museum and Art Centre)를 지칭한다. 이곳의 입장료는 오후 7시 이후에는 무료이다. 마드리드는 옛 스페인의 명성만큼이나 멋진 예술작품들이 많아 미술관에 꼭 가봐야 한다고 한다. 그중 프라도 미술관은 필수 코스이고 이곳 레이나 소피아도 스페인의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달리, 미로, 피카소 등의 작품이 있는 곳이니 들를만한 가치가 충분한 곳이다.


레이나 소피아의 멋스런 통유리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내리며 밤의 마드리드 거리도 내려다보고 미술관 각 층의 멋진 작품들도 감상한다. 특별히 이곳에는 피카소의 명작 게르니카가 전시되어 있다. 다른 작품들은 스마트폰으로 몰래 사진 찍는 것 정도는 살짝 용인되는 분위기인데 게르니카만큼은 경호원이 두 명이나 지켜서 있다.


피카소가 스페인 태생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당장 피카소와 스페인을 연결시키지도 못한데다가 엘그레코, 달리나 미로가 스페인 사람인 것도 여기 와서 알았다. 하지만 작품들의 아름다움은 지금 막 마드리드에 도착한 다리에게 쉼을 주지 않는다. 볼 게 많고 시간이 촉박하니 쉬지 못하고 감상하게 되는 것이다. 프라도미술관에는 아직 가보지도 않았는데 레이나소피아만으로도 마드리드가 예술의 도시라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레이나소피아에서 나와 어두워진 마드리드를 산책한다. 마드리드의 밤은 매혹적이다. 이제야 스페인을 향해 겨우 한 발짝을 뗀 것 뿐인데, 이 나라는 왠지 느낌이 좋다.

정리=강문규기자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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