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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현대판 장발장 구하기’ 성과 있었다…처분 감경률 84%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현대판 장발장 구하기’ 기구로 불리는 경찰의 경미범죄심사위원회가 올해 접수한 사건 중 80% 이상에 대해 처분을 감경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고 등에 시달려 우발 범행을 저지른 사람들을 가급적 전과자로 만들지 말자는 취지에서 올해 첫 시범 도입된 이 제도의 실효성이 입증된 셈이다.

26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3월부터 8월말까지 6개월간 경미범죄심사위를 열어 모두 324건을 심사했고, 이 중 84%인 324명에 대한 처분을 낮춰 집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게티이미지]

이중 전과자 위기에 몰렸던 형사입건자가 119명으로 가장 많았고, 즉결심판자와 통고처분자가 각각 170명, 35명씩을 기록했다.

119명은 즉결심판으로 하향 처분됐고, 나머지 205명은 통고처분이나 훈방 처리됐다.

실제로 충북 청주의 독거 노인 오모(81) 씨는 지난 5월 한 슈퍼마켓에서 두부 한판(시가 9600원)을 훔치다 전과자로 전락할 뻔했다.

다행히 해당 경찰서에서 전과가 없고 파지를 주우며 생계를 근근이 이어가는 오씨의 처지를 딱히 여겨 오씨를 경미범죄심사위로 넘겼고, 결국 오씨의 처분이 낮아졌다.

지난 8월 대구에서도 한 30대 여성이 한 빵집에서 1만1000원어치의 빵을 훔쳐 절도 혐의로 입건됐는데, 기존 절차대로라면 100만원 이하 벌금형을 선고받고 전과자가 됐어야 했다.

하지만 경찰은 피해금액이 적고 무전과란 점 등을 참작해 위원회에 사건을 넘겼고, 범행을 뉘우치고 피해금액을 갚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즉결심판 회부를 결정해 벌금 5만원을 선고 받았다.


경미심사위는 경찰서에서 자체 선정한 형사범 등을 대상으로 여러 사실 관계를 종합 판단해 처분 수위를 감해주는 기구다.

죄질이 가벼운 범죄자를 기계적으로 형사입건해 전과자로 만들기보단 즉결심판이나 통고처분 또는 훈방을 받도록 해 되도록 전과 기록 없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길을 터주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즉결심판 이하는 모두 전과자 낙인을 피할 수 있다.

사건의 피해 정도(경미성, 피해 회복 여부), 죄질(범행동기, 수단, 상습성, 전과) 및 기타사유(연령, 지능 수준, 장애 여부, 반성 여부)가 위원회의 심사 대상이 된다.

경찰서장이 위원장을 맡고, 경찰관이 내부위원으로 변호사, 교수 등 민간인이 외부인원으로 참여한다.

그동안은 즉결심판 청구나 훈방의 경우 즉결심판에 관한 절차법(제2조)에 따라 경찰서장이 단독으로 결정해 왔다.

하지만 위원회를 통해 처분 감경에 있어 객관성과 합리성이 제고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위원회는 전국 17개 경찰서에서 지난 3월부터 10월까지 시범 운영됐으며, 내년에는 정식으로 확대 출범될 예정이다.

이에 경찰청은 2016년도 예산안에 관련 예산 4억원을 요청한 상태다.

내역은 ▷시민위원위촉비 3억5500만원 ▷회의진행부대비용 2800만원 ▷전국담당자 워크숍 비용 1700만원이다.

한편 위원회의 설치의 법적 타당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수석전문위원실은 위원회에 대해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위원회 설치에 대한 법적 근거와 상세한 운영규정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또 현 위원회 현황을 보면 내부위원(3명)이 외부위원(2명)보다 많은데, 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삼의를 위해 외부위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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