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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최대 성인 사이트 16년만에 사라질까…온라인 여성연대 ‘실력 발휘’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경찰이 각종 음란물 유통의 ‘메카’인 국내 최대 성인 사이트 ‘소라넷’을 폐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가운데 경찰의 적극적인 수사를 이끌어낸 온라인 여성 연대의 실력 발휘가 주목받고 있다.

서버가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수사에 난색을 표해오던 경찰이 온라인 여성 커뮤니티 ‘메갈리아’가 주도한 각종 증거 수집과 서명 운동을 계기로 다시 한번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26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소라넷 사이트가 서버를 두고 있는 미국 측과 이 사이트 폐쇄에 대한 원칙적 합의에 이르렀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의해 접속이 차단된 사이트에 나타나는 경고 표시

앞서 23일 강신명 경찰청장도 국회 상임위에 출석해 이같은 상황을 설명했다. 경찰청 사이버수사기획과 관계자는 “서버 압수 뿐 아니라 운영진 전원을 검거하고 프로그램을 삭제하는 등 시스템 자체를 뿌리 뽑을 것”이라며 “(사이트 폐쇄를 청원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이 하나의 큰 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1999년 개설된 소라넷은 회원수가 100만명에 달할 만큼 16년간 큰 인기를 누려왔지만 몰카 등 각종 음란물과 성범죄 모의 글 등이 등이 꾸준히 유통되며 불법의 온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들은 사이트 접속이 차단될 때마다 사이트 주소를 옮기고 트위터에 알리는 방식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단속을 비웃어왔다. 경찰 역시 올해에도 이 사이트에 음란 동영상 600여 건을 올린 안모(37)씨 등 회원 8명을 불구속 입건하는 등 수사를 지속해왔지만 서버가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원천 차단에는 애를 먹었다.

온라인 청원 사이트에 올라온 소라넷 폐쇄 청원. 26일 오전 8시 현재 서명자가 7만9000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지난 여름 워터파크 몰카 유출 사건 당시 몰카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여성 혐오’(여혐)에 대항해 만들어진 여성 커뮤니티 메갈리아 등이 집중 행동에 나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 9월에는 온라인 시민 청원 사이트 아바즈(avaaz.org)에 “경찰청장은 불법 성인사이트 소라넷을 폐쇄하라”라는 청원을 통해 경찰을 압박했다.

청원자는 “소라넷에서 남성들이 본인의 여자친구, 아내, 가족의 몸까지 몰래 촬영해 공유하는 건 일상적인 일”이라며 “해외 서버라는 핑계로 적극적인 수사를 꺼리는 대한민국경찰에 또 한번 절망했다. 변태 성욕자들의 온상지 소라넷의 완전한 박멸을 위해 서명해 달라”고 촉구했다. 메갈리아를 중심으로 한 이 서명 운동에는 26일 현재 7만9000명이 동참했다.

메갈리아는 앞서 성인잡지 맥심코리아 9월호에 여성 납치 범죄를 연상시키는 커버 사진이 사용된 것을 두고 지속적 항의와 청원으로 사과를 받아내는데도 앞장선 바 있다. 초소형 몰카를 판매하는 소셜 커머스 회사를 발견하고 신고해 판매를 중지시키는 등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비록 이들이 ‘여혐’에 대항하는 방식인 미러링(mirroring)전략이 또다른 혐오를 낳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긴 하지만 온라인 연대가 오프라인 시민단체 못지 않은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지점이다.

이선미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소라넷 사이트 등은 경찰이 오래전부터 단속에 어려움을 표하면서 무기력해질 수 있었던 상황이지만 메갈리아가 포기하지 않고 문제제기를 해 대단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처럼 온라인에서 단결된 힘을 발휘해 인터넷에 범람하는 각종 불법행위의 증거를 찾아 실시간으로 제시하는 일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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