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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檢, ‘표지갈이’ 수사 확대…다른 교수ㆍ출판사 가담 확인키로
“입건 교수 99% 이상 이공계열”
인문계와 달리 전공자만 구입
적발 사례없이 30여년간 성행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남의 책을 표지만 바꿔 자신의 저서로 출간하거나 이를 묵인하는 이른바 ‘표지갈이’ 행위를 벌여 검찰에 적발된 대학 교수 대부분이 이공계인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입건된 교수들 외에도 ‘표지갈이’에 가담한 교수와 출판사가 더 있는지 여부를 추가로 수사하고 있다.

의정부지검 형사5부(부장 권순정)는 ‘표지갈이’로 책을 내거나 이를 눈감아 준 혐의(저작권법 위반ㆍ업무방해)로 입건한 전국 50여 개 대학 교수 200여 명의 99%가 이공계라고 25일 밝혔다.



교수들의 범행을 알면서도 새 책인 것처럼 발간해 준 서울 마포와 경기 파주 지역의 3개 출판사 임직원 4명도 입건됐다. 입건된 교수 가운데 30여 명은 ‘표지갈이’를 묵인한 혐의(저작권법 위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표지갈이’가 1980년대부터 성행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소문만 무성했을 뿐 적발된 사례는 없었다. 그동안 적발되지 않은 이유는 원 저자, 허위 저자, 출판사가 이해관계로 담합한 데다 이들 책이 대부분 이공계 전문 서적이란 점도 무관치 않다.

실제로 이들 교수는 자신이 속한 학과의 전공 서적만 표지를 바꿔치기했으며 한번에 5∼30권 정도 소규모로 출간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대학 구내 서점 등에서만 한정적으로 판매했고, 대체로 해당 학과생과 전공자들만 구입해 수업 때 사용했다.

특히 이들 이공계 전문 서적은 강의를 맡은 교수가 직접 추천하는 등 폐쇄적으로 선택되기 때문에 책 표지만 바꿔도 같은 책인지 알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공계 대학생들은 교수가 강의 교재로 선택한 전공 서적 외에 비슷한 계열의 다른 학과 전공 서적을 굳이 살 이유가 없어 책 내용을 비교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인문계열 서적은 비전공자나 일반인도 구독하기 하기 때문에 ‘표지갈이’ 수법으로 출간하면 금세 들통날 수밖에 없다.

이번에 적발된 출판사들은 ‘표지갈이’ 교수가 많으면 대학생들이나 다른 교수들에게 들통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학별로 교수 1∼2명에게만 접근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번에 입건된 교수가운데는 이공계열 학회장을 역김하고 언론 등에 알려져 유명해진 국립대 교수도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같은 학과 교수 4명이 ‘표지갈이’로 전공 서적을 출간했다가 적발된 대학도 있다. 그러나 대학이 조직적으로 교수들을 ‘표지갈이’에 가담시킨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다.

검찰은 대학과 출판사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교수ㆍ출판사 임직원 이메일과 연구 실적 리스트를 추가로 분석하는 등 ‘표지갈이’ 수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또 입건한 교수 가운데 기소할 대상을 추려 다음달 중순 재판에 넘길 계획이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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