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 직후 이른바 ‘금수저’ 논란으로 방송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조혜정이 첫 주연을 맡은 MBC에브리원 ‘상상고양이’가 지난 24일 제작발표회를 갖고, 첫 방송을 시작했다.
이 드라마는 애초 유승호의 제대 후 브라운관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조재현의 딸 조혜정은 ‘아빠를 부탁해’(SBS) 출연 이후 온스타일 ‘처음이라서’, MBC에브리원‘ 연애술사’에 이어 ‘상상고양이’에 캐스팅됐다. 이번 드라마는 특히 유승호의 상대역인데다 출연 비중이 높아 연예계 금수저 논란이 온, 오프라인을 한바탕 휩쓸고 지나갔다.
조혜정은 몇날 며칠을 떠들썩하게 했던 논란 이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비추고,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조혜정 스스로도 “내가 좋은 기회를 받은 것은 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연기가 너무 좋고, 하고 싶었다”며 “미국에서도 그렇고, 졸업 후 한국에 돌아와서도 독립영화 몇 편을 찍는 등 끊임없이 연기를 해왔다. 오디션도 끊임없이 봐왔고, ‘상상고양이’도 그 중에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빠를 부탁해’를 통해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셔서 이렇게 좋은 기회가 찾아온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부담감도 있고 긴장도 되지만 기분 좋은 부담감이라 생각하고, 내 자신이 더 긴장할 수 있게 해줬던 것 같아 최대한 열심히, 잘 해내려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조혜정은 막 데뷔한 신인연기자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뗄 수 없는 꼬리표 하나를 달고 다니는 상황이 됐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탓이다.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아빠만을 바라보던 조혜정의 모습은 또래들이 보기에도 충분히 사랑스러웠고, 방송을 통해 비친 조혜정의 꿈과 열정을 시청자도 응원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발판이 돼, 수많은 타 연기 지망생은 가질 수 없는 기회를 수차례 얻었다. 애초에 출발선이 다른 사람이 스포츠카를 타고 달려나간 모습으로 비유됐다.
사실 이 모든 논란은 조혜정을 향한 악의적인 비난도, 조혜정 스스로가 그토록 강조하고 싶은 자신의 열정과 노력을 폄하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연예계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확산된 현대판 음서제, 그로 인한 기회 불평등에 대한 보통 사람들의 분노다.
조혜정으로서는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촬영이 어느 정도 진행된 후 기사가 나오고, 많은 말이 있었다”는 그는 “그런 상황에서 제 자신에게 약속했다. 힘들어하고 속상해하는 것은 촬영이 끝난 후에 하자고 다짐했다. 제가 할 수 있었던 건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집중하는 것밖에 없었다.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든든한 응원군은 있었다. 조재현의 절친이자 조혜정의 연기스승이고 어린 시절부터 보고 자라 삼촌이라고 부르는 배우, ‘상상고양이’에 함께 출연하는 배우 박철민이다.
박철민은 이 자리에서 “혜정이는 어릴 때부터 봐온 데다, 연극무대에서 딸 역할로 3~4개월을 함께 하며 친해졌다. 그래서 저도 많이 힘들었다”며 “어떤 댓글을 보니 ‘박철민 네가 뒤에 있었구나’라고 해서 놀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혜정이에게 ‘연기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행복하다. 누가 시켜 하는게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니 안 먹어도 행복하고 덜 자도 행복하다. 하지만 무명시절은 너무 힘들다. 처절하고 고통스럽기도 하고, 몸도 마음도 아프기도 하고 좌절해서 많이 떠나기도 하고. 무명의 수많은 이들이 겪었던 것에 비하면 네가 앓고 있는 건 조족지혈도 안 된다’라는 이야기를 해줬다”며 “ ‘그러니 너무 고통스러운 척 힘든 척 하지 말고, 네가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거니까 멋진 연기 매력적인 연기로 감당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해줬다”며 조혜정을 응원했다. 아빠 조재현은 ”‘네가 꼭 겪어야 할 일이고 당연한 일이고, 잘 겪어내라’“는 이야기를 해줬다.
논란 속에서 시작한 드라마에서 조혜정은 대단한 연기를 보여주진 않았다. 대단히 거슬리지 않을 정도의 연기를 선보였다. 드라마는 당연히 유승호가 살렸다. 여주인공은 그에 걸맞는 연기 수준에 도달하진 못했다. 단지 신인 연기자가 할 수 있는 수준의 연기를 선보였다.
이후 몇 작품을 통해 조혜정의 연기가 부쩍 성장한다고 해도, 사실 그를 둘러싼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 만한 성질의 것은 아니다. 향후 몇 년간은 조혜정의 이름 앞에 ’금수저 논란‘은 주홍글씨처럼 따라다닐 것으로 보인다. 이 길을 가기로 마음 먹었다면 그 역시 조혜정 스스로 감당해야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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