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음원 사이트는 현재 대중음악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존재이다. 특히 음원 사이트가 자체적으로 집계하는 차트는 음악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가수의 방송 섭외는 음원 차트를 기준으로 이뤄지고, 소비자는 차트 상위권에 오른 곡들을 중심으로 음악을 듣기 때문이다. 따라서 추천곡을 실시간 차트 1위 곡보다 위에 배치하는 현재 음원 사이트의 추천 서비스는 사실상 ‘낙하산’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직접 제작한 음원 직접 유통하는 음원 사이트= 국내 음악시장에는 플랫폼, 즉 음원 사이트들 음원의 제작ㆍ유통 사업을 병행하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주요 음원 유통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 CJ E&M. KT뮤직 모두 현재 멜론, 엠넷닷컴, 지니뮤직 등 음원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음원 추천 서비스의 공정성 논란이 빚어지는 이유이다.
김민용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인 멜론의 추천곡 중 로엔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유통되는 곡의 비율은 57%에 달했다. 지니뮤직의 추천곡 중 KT뮤직을 통해 유통되는 곡의 비율도 42%로 높았다. 이들 업체 모두 합리적인 기준을 통해 추천곡을 선정하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추천곡 선정 기준을 투명하게 밝힌 일은 없다.
▶ 모든 문제의 근원은 저렴한 음원 가격= 현재 국내 음악 시장의 대세는 스트리밍이다. 국내에서 스트리밍으로 유통되는 음악의 한 곡당 가격은 7.2원으로 책정돼 있다. 그러나 음원 사이트에서 월정액 상품으로 유통되는 경우 음원 단가는 3.6원으로 떨어지고, 다운로드와 복합된 월정액 상품에선 그 절반인 1.8원에 불과하다. 최근 엠넷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7’에 출연해 주목을 받고 있는 중식이밴드가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10개 음원 서비스 업체에서 7269회에 걸친 다운로드ㆍ스트리밍으로 얻은 수익이 고작 8181원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저렴한 음원 가격은 음원 추천 서비스 확대를 부추겼다. 소비자 입장에선 취향에 맞지 않는 곡이어도 저가여서 부담이 없으니 자연스럽게 추천곡을 들어보게 되는 것이다. 김민용 교수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음원 저소비층(1000원 미만 소비)의 70%, 중간소비층(1000~5000원 소비), 고소비층(5000원 이상 소비) 88%가 추천곡을 들어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연스럽게 음원 차트 순위 상승이란 효과로 이어지는 셈이다.
▶ 저렴한 음원가격 ‘음원 사재기’ 불러와= 저렴한 음원가격은 ‘음원 사재기’를 유발한 주범이다. 이른바 ‘바이럴 마케팅’ 업체들이 특정 음원의 순위를 올리기 위해 음원 사이트에서 여러 아이디로 동시에 스트리밍을 돌려도 큰 비용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음원 사재기’의 유혹을 쉽게 뿌리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이로 인해 부당한 이득을 보는 이들이 많다는 데에 있다. 스트리밍 매출액이 고정적이었던 과거와는 달리 지난 2013년 종량제 도입 이후 스트리밍 횟수도 제작자들의 수익 정산에 포함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획사들도 음원 사재기에 들인 비용을 저작권료ㆍ실연권료ㆍ저작인접권료로 일부 보전할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저작권을 보유한 작사가와 작곡가들 역시 이득을 본다.
음원 사이트들은 ‘음원 사재기’를 둘러싼 도덕적인 비난에서 벗어나 큰 이득을 취하고 있다. 음원 수익 중 유통사의 몫은 40%이고, 이들은 대부분 음원의 제작ㆍ유통 사업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수익은 저작권자 10%, 제작자 44%, 실연자 6% 비율로 배분된다. 음지에서 ‘음원 사재기’가 이뤄지거나 말거나 음원 사이트는 늘 이득을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