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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문창진] 노후가 불안한 대한민국
지난 10월 2일은 세계노인의 날이다. 세계노인의 날을 맞아 국제노인인권단체인 ‘헬프에이지 인터내셔널’이 2015 세계노인복지지표를 발표했다. 결과는 조금 충격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노인빈곤율이 가장 낮은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노인복지수준이 세계 최하위권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 15위, 1인당 GDP는 전 세계 33위다. 경제지표로 보면 선진국들과 나란히 어깨를 견주고 있지만 노인복지수준은 후진국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세계노인복지지표는 소득보장, 건강상태, 고용 및 교육, 우호적 환경 등 4가지 영역을 조사한 것인데, 우리나라는 100점 만점에 44점을 받아 96개국 중 60위를 기록했다. 러시아, 크로아티아, 방글라데시와 비슷한 수준이며, 아시아권 국가의 평균치에도 미치지 못하여 낯 뜨겁기 짝이 없다. 특히 소득보장영역에선 24.7점을 받아 최하위권인 8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냉정히 생각해보면 그럴 만도 하다. 대한민국 중년층의 상당수가 노후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못한 상태에서 노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2013년 노인인구의 지니계수는 0.42로서 전체평균 0.302보다 0.118 포인트 높다. 이는 노인인구집단의 빈부격차가 전체 인구집단의 빈부격차보다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마도 노후대책 없이 은퇴한 결과 상당수 노인들이 중간소득계층에서 하위소득계층으로 추락한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 중산층 노인이 무너진 데는 97년 외환위기도 한 몫 했을 것이다.

현재의 노인세대는 위로는 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아래로는 자식들로부터 부양받지 못하는 첫 번째 세대다. 열심히 일했지만 자식들 뒷바라지 하느라 모아 놓은 재산도 없으니 처지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특수직역연금가입자인 군인, 공무원, 교직원은 비교적 큰 걱정이 없을 것이다. 1988년에 도입된 국민연금에 초창기부터 가입한 노인들도 그나마 조금 나은 편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이나 개인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노인들이나 가입기간이 짧아 연금액이 얼마 안 되는 노인들은 노후생계가 불안할 수밖에 없다.

평균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노후 생존기간은 더 길어질 것이다. 은퇴 후 평균 30년 가까이 지내야 하는데 이 기간 동안 마땅한 생계대책이 없다는 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노년기를 앞두고 있는 예비노인들은 걱정이 앞선다. 금융투자기관에서는 노후설계를 위해 다양한 재테크를 권유하고 있으나 이는 중산층 예비노인들에게나 해당되는 것이다. 따라서 투자할 재력도 없고 이렇다 할 소득도 없는 서민층 예비노인들은 마땅한 대안이 없다. 은퇴연령을 늦추거나 재취업을 통해 노후생계를 꾸려나가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으나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있는 것도 아니다.

늙어서 빈곤계층으로 추락하지 않으려면 미리미리 노후준비를 해야 하는데 오늘의 상황은 참 애매하다. 정부가 응급처방으로 금년 7월부터 전체노인의 70%에게 소득수준에 따라 최대 월 20만원의 기초연금을 매월 지급하고 있지만 노인빈곤문제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정부재정이 노인들의 생계보장을 책임질 정도로 넉넉한 것도 아니어서 기초연금액을 더 늘릴 수도 없는 형편이다. 공적연금인 국민연금도 저부담 저급여 구조로 설계되어 있어 연금액이 노후생계를 보장해줄 만큼 충분치 않은 게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현 세대 노인들은 은퇴 후 삶을 스스로 알아서 챙겨야 하는 샌드위치 세대가 되어 버렸다. 따라서 자력구제의 정신으로 자신의 처지에 맞는 노후생존전략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 평균수명 연장이 신의 축복이 될지 저주가 될지는 이제 각자의 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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