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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직구로 무심코 산 다이어트약이 마약류?…“무기ㆍ5년이상 징역”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회사원 A(37)씨는 지난해 5월 주변 지인들을 통해 ‘러시’라는 흥분제를 알게 됐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구입이나 사용방법, 후기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호기심이 인 A씨는 한 미국 사이트에서 러시 5병을 구입했고, 별다른 문제 없이 받아봤다.

얼마 지나지 않아 A씨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는 검찰의 통보를 받았다. 그제서야 A씨는 러시의 주성분인 ‘알킬 니트리트’가 2013년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임시마약류로 지정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설상가상 알킬 니트리트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돼 중죄인 마약 수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인터넷에 올라온 흥분제 ‘러시’ 판매 광고글.

법정에 선 A씨는 “구매 전 인터넷에 러시를 검색했을 때 임시마약류로 지정된 사실을 알 수 없었다”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 마약인 지 알았다면 자신의 실제 주소지나 신용카드를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에게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보호관찰 1년 등을 선고했다.그 정도면 ‘선처’라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A씨처럼 무심코 해외 직구 등을 통해 구입한 ‘약물’ 때문에 법정에 서는 사례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이들 제품에 임시마약류로 지정된 화학성분이 들어갔기 때문인데, 일반 시민들은 그같은 사실을 알기 어려워 선량한 국민을 마약사범으로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 10일 식약처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는 임시마약류 지정ㆍ변경 공고를 보면, ‘외계어’ 같은 물질명과 화학명칭으로 고시돼있다.

5F-UR-144, STS-135, AM-2233 등의 이름만 보면 이들이 합성대마임을 유추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최근 임시마약류로 지정된 허브담배도 ‘α-PVT’라는 주성분으로 소개됐다. 러시나 필로폰 같은 익숙한 제품명과는 꽤 거리가 있다.

A씨가 흥분제 ‘러시’를 구매한 미국의 웹사이트는 불법 마약류 판매를 이유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접속이 차단된 상태다. A씨에 대한 형사처벌이 이뤄진 이후인 작년 8월 검찰에 요청에 의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접속을 차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해당 웹사이트 캡쳐]

이 같은 실정 속에 최근엔 미용에 관심 많은 젊은 여성들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다이어트 약물을 중고 거래했다가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적발되는 경우도 적잖다.

유명 제약사들이 내놓는 식욕억제제의 주성분은 대부분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의사 처방 없이 구매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복용하다 남은 약물을 아깝다는 생각에 중고시장에 올렸다가 수사기관에 적발되는 것이다.

문제는 임시마약류로 지정된 이런 약물을 구매했다가 중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오ㆍ남용 심각성이 가장 높은 향정신성의약품(마약류관리법 2조3호 ‘가’목)을 해외에서 구입해 들여올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살인죄의 법정 최저형과 같은 수준의 중죄다.

A씨 사건을 맡은 조승오 변호사는 “임시마약류 공고에 나오는 화학명은 실제 거래되는 상품명과 차이가 있다”면서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한 마약류관리법상 형벌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박진실 변호사도 “신종마약 단순투약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이나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 정도가 선고되는데 이는 강도미수나 사기범죄 수준일 정도로 형이 세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널리 알려진 필로폰과 달리 일반인들은 성분 자체를 잘 모르는 신종마약이 계속 유입될 것”이라면서 “신종마약 성분에 대한 고지나 교육도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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