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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GLOBAL]좋은 게 좋은 게 아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Moody’s)는 지난 달 말 최근 산업은행(KDB)과 수출입은행(KEXIM)에 대한 보고서를 냈다. 조선·해운사 관련 여신과 투자부실로 당분간 두 은행이 더 큰 위험에 직면할 것이란 내용이다. 정부가 수 조원의 ‘혈세’를 두 곳에 더 투입해도 사정이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덧붙였다.

사실 정부가 부실을 모두 책임지는 국책은행인 덕분에 두 은행의 국제신용등급은 정부와 같은 Aa3이다. 하지만 정부지원을 배제한 ‘민낯’, 두 은행의 자체등급은 Ba2다. 투자부적격의 투기채권(Junk Bond)을 발행하는 ‘불량기관’인 셈이다. ‘나라일’ 하느라 생긴 부실이라고 항변할 지 모르겠지만, 일을 제대로 역할을 했다면 계속 혈세만 잡아먹는 이 지경까지 됐을까.

4일 덴마크의 초대형 해운사 머스크(Maersk)가 선단 확대계획을 중단했다. 교역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점유율 확대에 적극적이던 머스크다. 그런데 가파른 실적악화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손을 들고 구조조정에 나섰다. 유가하락으로 이미 플랜트 발주는 급감했다. 이젠 대형 컨테이너 발주도 더욱 씨가 마를 게 뻔하다. 무디스도 KDB와 KEXIM 보고서에서 지속적인 조선해운 업황 악화를 예상했었다.

조선은 철강, 화학 등 연관 제조업의 범위가 넓다. 에너지 기업인 화학업체들은 이미 저유가로 타격을 받은 지 1년이 넘었다. 철강은 쓰임이 없어 공장과 설비가 남아돈다.

해운 업황은 경기와 직결된다. 물동량이 늘지 않는다면 소비가 시원치 않다는 뜻이된다.

미국과 중국 등에서 소비회복 조짐이 나타나긴 하지만 낙관할 수 없다. 제조업 불황으로 고용이 불안해지면, 소득증가에 대한 확신이 약해지면 소비는 다시 위축될 수 있다. 이미 유럽과 미국에서는 주요 산업인 금융과 제조업에서 감원이 크게 늘고 있다. 유럽이 양적완화를 강화하고,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주저하는 이유도 경제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중국이 증시폭락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주식매도를 공권력으로 짓누른 상태에서의 주가안정이다. 과도한 빚 문제는 그대로이고, 설비의 구조적인 공급과잉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경제위기의 원인은 다 다른 듯 하지만 하나로 요약하면 과잉이다. 빚의 과잉, 탐욕의 과잉, 쏠림의 과잉이다. 지금은 빚이 넘치고, 탐욕이 이글거리며, 쏠림이 극대화되는 상황으로 보인다. 임계점이 언제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모든 것에는 끝이 있다.

경제는 원래 덜컹거리면서 굴러간다. 걱정거리가 없을 수는 없다. 돈을 버는 것은 낙관론자들이다. 비관론으로는 큰 수익을 낼 수 없다. 그래도 지금은 그냥 문제가 좀 있는 정도가 아니다. 풀기 힘든 구조적인 문제들이 산적해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늦춰지면서 이뤄진 전세계적인 안도 랠리에 안도할 때가 아니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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