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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대혐오가 만든 사회병(病), 리플리증후군

  • 기사입력 2015-10-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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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가상세계를 현실로 간주하고 살아가는 ‘리플리증후군(Ripley Syndrome)’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엔 수십억원대 사기 행각에 리플리증후군 여성이 동원되는 등 대형 범죄에도 손을 뻗고 있는 상황이다.

리플리증후군은 결국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욕구가 극에 달해 발생된다는 점에서 시대혐오 현상이 만든 사회병(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진=게티이미지]

미국 소설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가 1955년 발표한 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씨’에서 유래한 리플리증후군은 자신이 처한 현실을 불만족해 거짓말과 꾸며낸 행동으로 주변을 속이며 살아가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리킨다.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열망하는 것에 대한 좌절을 겪을 때 스스로 가상현실을 만들어 놓고 이를 실제인양 믿어버리는 증상이다.

시선 회피나 목소리 떨림, 머리를 긁적이는 등 보통 거짓말시 나타나는 반응이 없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상대를 쉽게 속일 수 있게 된다.

서울 강남 일대를 무대로 황당한 사기극을 벌이다 최근 검거된 일당 중엔 바로 이 리플리증후군 증세를 보이는 여성이 있었다.

40대인 이 여성은 모델이나 일본 연예인 등 미모의 여성 사진을 프로필로 내걸고 인터넷 채팅으로 재무전문가 행세를 했다.

러시아 석유 수입을 도와준다거나 금괴 거래로 고수익을 내주겠다는 말로 사기를 벌였는데, 이런 수법에 대기업 임원과 회계사, 세무사, 대학교수 등 다수의 전문직 종사자들이 걸려들었다.

이 여성은 본인이 설정한 가상세계에서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미모의 재무전문가였기 때문에 의심을 사지 않았다.

그는 실상 지방의 대학교를 졸업한 평범한 외모의 여성이었다.

지난 1월에는 리플리증후군을 앓는 한 30대 여성이 20대 음대생의 삶을 꿈꾸다 구속되는 일도 있었다.

그는 중학교 시절인 1997년 괌 비행기 추락 사고로 아버지와 오빠를 잃은 뒤 우울증을 앓았고, 범행 전 임신 상태에서 이혼까지 했다.

그러다 과거에 우연히 주운 한 여자 음대생의 신분증을 떠올렸고, 이를 활용해 SNS와 이메일을 뒤진 뒤 이를 활용해 제2금융권 대출까지 받았다.

그는 조사에서 어렸을 적 음악을 하고 싶었는데 음악을 전공한 피해자의 삶이 행복해보여 새로운 삶을 살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사회에 만연한 성적·학력 지상주의로 리플리증후군을 겪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

최근 미국의 명문대인 하버드와 스탠포드를 동시 입학했다며 거짓 주장한 한 한국인 학생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 학생은 합격증 위조는 물론 여러 언론 인터뷰에도 서슴없이 나섰는데, 개인의 과오를 넘어 한국사회의 과도한 학벌 경쟁이 배경에 있단 지적이 제기됐다.

부모의 압박에 리플리와 유사한 질환을 겪는 경우도 있다.

그 중 하나는 ‘가면성우울증’인데 마치 가면을 쓴 듯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억압돼 있던 갈등이 특정한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착한아이증후군’도 있다. 모범생처럼 보이려고 갖은 고민을 숨기다 결국 우울증으로 빠지게 되는 경우다.

‘번아웃신드롬’도 있는데, 어릴 적부터 사교육에 노출돼 온 학생들이 중고교 시절 어느 시점에 서면 마치 기력이 소진(burn-out)한 듯 나가떨어지는 케이스다.

손석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거짓말은 정당화될 수 없지만, 우리 사회가 성실한 노력보다 뛰어난 천재에게만 지나친 관심을 보인건 아니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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