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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빈병 보증금 오른다고? 그럼 소줏값 뛰겠네”…서민들 걱정 태산
-소주로 맘 달래는 서민들 “술도 제대로 못마실라”
-빈병 보증금 내년부터 오른다는 소식에 귀 쫑긋
-빈병 회수 취지 좋지만, 서민에 부담전가될라 우려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내년 1월21일부터 빈병 보증금이 현재의 두배 이상으로 오르면서, 서민들 애환의 상징인 소주와 맥주 가격도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자칫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소주나 맥주 가격이 500원~1000원 가량 인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내년 1월21일부터 빈병 보증금이 현재의 두배 이상으로 오른다는 소식에 소주로 애환을 달래던 서민들은 당장 걱정이 앞서게 됐다. 병값이 오르면 시중 소주나 맥주 가격이 오를 게 뻔해 보이기 때문이다. 길가에 나뒹구는 소주, 맥주병이 서민의 애환을 상징하고 있다.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서민들의 애환을 달려주는 대표격인 소주 가격이 인상되면, 요즘 같은 불황 속에 소주 한잔을 기울이며 마음의 위안을 얻으려는 이들의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올들어 담배값 인상에 이어 내년에 소주가격까지 오르면, 서민들은 무슨 낙으로 살아야하느냐는 걱정도 나온다.

환경부는 빈병 보증금을 소주병(360㎖)은 현행 40원에서 100원으로, 맥주병(500㎖ㆍ640㎖)은 50원에서 130원으로 각각 2.5배, 2.6배씩 올려 현실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빈병 보증금 제도는 빈병의 회수와 재사용을 높이기 위해 1985년 도입됐다. 이번에 1994년 이후 22년 만에 빈병 보증금이 인상되면서, 소주와 맥주 가격도 일단 보증금 인상분 만큼 비싸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가 빈병을 슈퍼 등에 가져다주고 빈병 보조금을 받아가면 소주, 맥주 가격에 변화가 없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 만큼 높은 가격에 술을 마시게 될 전망이다. 기본적으로 소주 가격은 지금보다 60원이 비싸지고, 맥주가격은 80원이 높아지게 된다.

여기에다 소주와 맥주 가격이 추가로 더 높아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

환경부가 빈병 보증금을 높이면서 취급수수료도 함께 인상하면서, 주류업계는 소주와 맥주 가격이 현재보다 10% 가량 인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취급 수수료란 주류업체가 도매ㆍ소매상에게 빈 병을 대신 수거해주는 대가로 지급하는 돈으로, 소주병은 현재 16원에서 33원으로, 맥주병은 19원에서 33원으로 오른다.

주류업계는 취급수수료 인상으로 제조사 부담액이 연간 125억원 늘어나는 만큼, 주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한국주류산업협회는 빈병 보증금과 취급수수료 인상 등에 따라 주류제조장 출고가 기준 소주 가격은 현재 1002원에서 1097원으로 9.5% 상승하고, 맥주는 1129원에서 1239원으로 9.7% 인상된다고 밝혔다. 또 편의점 판매가격은 소주가 현재 1340원에서 1450원으로 8.2%, 맥주는 1540원에서 1690원으로 9.7% 높아진다. 음식점 판매가 기준으로는 소주와 맥주가 현재 3000~4000원에서 3500~5000원으로 500원 내지 1000원 가량 높아질 전망이다.

소주가격은 통상적으로 출고가를 기준으로 도매상이 10~20%의 이윤을 붙여 일반음식점 등 소매점에 넘기고, 소매점은 관리비와 인건비, 임차료, 전기료 등의 비용을 감안해 출고가 대비 2~3배의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취급수수료 인상에 따라 제조사 부담액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보증금 인상으로 빈병 재사용률이 높아지면 새로 병을 만드는 비용이 줄기때문에 연간 451억을 아낄 수 있다고 반박한다. 현재 85%인 빈병재사용률이 95%로 증가하면 5억병의 신병 제조를 줄일 수 있고, 이로 인한 편익이 451억원으로 예상된다는 것. 다시 말해, 취급수수료 인상으로 드는 비용보다 더 큰 이익이 생긴다는 주장이다. 이번에 인상된 보증금은 신병 제조원가(소주 143원, 맥주 185원)의 70% 수준이다.

빈병 보증금을 높여 빈병 재사용률을 높이겠다는 환경부 주장을 놓고도 양측이 엇갈리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주류업계는 빈병 보증금 인상이 주류 가격만 인상할 뿐 소비자에게는 큰 실익이 없다고 반박한다.

분리배출 제도가 정착되면서, 가정에서 분리수거를 통해 빈병을 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 빈병 회수율은 95%를 웃돌고 있어 보증금 인상에 따른 회수율 증가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 더욱이 소주병 40원, 맥주병 50원을 포기하던 소비자가 각각 60원, 80원 인상된 가격을 찾기 위해 빈병을 찾아갈 가능성도 높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예컨데, 1회용 지하철 교통카드의 보증금이 500원인데도 미반환 보증금이 86억7200만원에 달할 정도로 웬만한 보증금은 찾아가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출고된 소주와 맥주 총 49억4000만병 가운데 17억8000만병이 가정에서 소비됐지만 소비자가 반환한 빈병은 24.2%(4억3000만병)에 그쳤다. 나머지는 아파트 등에서 재활용으로 수거되거나 버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찾아가지 않은 보증금은 570억원에 달한다.

한국주류산업협회 관계자는 “결국 빈병 미반환으로 인한 보증금은 일부 중간 유통상과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의 이익이 될 것”이라며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의 경우, 지난해 기준 약 90억원에서 빈병 보증금 인상으로 약 230억원의 이익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더욱이 보증금 인상 예고로 빈병이 제대로 회수되지 않아 빈병 부족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빈병 회수부족으로 올 9월 중 주류 출고량이 제조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약 15% 정도 감소했다. 대부분의 자류 제조사가 일부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하거나 조업 시간을 단축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것.

소주나 맥주 가격은 정부 물가관리 대상 품목으로, 주류 제조사가 일방적으로 가격을 높일 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 환경부의 빈병 보증금 및 취급수수료 인상안 발표로, 내년 소주와 맥주가격 인상은 최소한 보증금을 높인 만큼은 올라가게 된다. 단돈 60원이 오르든 1000원이 오르든 인상 폭은 유동적이지만, 빈병을 돌려주는 소비자가 많지 않은 현실에서 서민들은 더 비싼 돈을 지불하고 술을 사먹게 됐다는 점에서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 소식이다.

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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