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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학계 “교과서 집필 참여 않겠다”…집단 보이콧 움직임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정부가 중ㆍ고교 한국사 국정교과서 집필진으로 노장청(老長靑)을 아우르겠다고 밝힌 가운데 사학계에서는 대규모 집필 불참 선언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사학계에 따르면 국정화 반대 성명을 냈던 주요 역사학회를 중심으로 정부의 국정교과서 집필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집단 보이콧 선언’을 준비중이다.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등 일부 전문가들이 이미 ‘국정교과서 집필 불참’ 선언을 한 가운데, 연세대 교수들도 이에 동참했다. 이날 연세대 사학과 교수 13인 전원은 국정교과서 집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제의가 오리라 조금도 생각하지 않지만, 향후 국정교과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어떤 형태로든 일절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학생들에게 부끄러운 처신을 결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보수 진영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며 ‘사학계의 90%가 좌편향’이라고까지 규정한 바 있어 연세대를 시작으로 교수들의 연쇄적인 집필 보이콧 선언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분위기라는 관측이 나온다.

권내현 고려대 역사교육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금 상황에서는 국정교과서 집필진에 들어간다 해도 정부 입맛에 맞는 집필 기준이 강화될 게 분명하다. 학자들의 소신이 반영되긴 힘들 것”이라며 “학과나 학교 뿐 아니라 학회 차원에서 집필 불참 선언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사편찬위원회는 “집필진은 젊은 학자부터 명망있는 명예교수까지 노장청을 아우를 것”이라며 기존 검정 집필진보다 3배 이상 많은 20~40명에 이르는 대규모 인원으로 집필진을 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공모와 초빙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집필진을 모으는 방안을 열어뒀지만 지금과 같은 학자들의 불참 선언이 계속되면 자칫 함량 미달이나 이념적으로 편향된 집필진이 꾸려질 가능성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용욱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는 “정부가 국정화를 무리하게 강행하면서 역량있는 연구자들조차 참여할 수 없게 해 버렸다”며 “역사학을 권력의 시녀처럼 권력의 도구로 만들어버린 상황에서 누가 자유롭게 집필에 참여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한국역사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정 교수는 “소속 학자들의 의견이 수렴되면 집필 불참 선언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국역사연구회 등 한국사 관련 7개 학회를 비롯해 서울대 역사 관련 학과 교수 34명, 연세대 인문ㆍ사회분야 교수 132명, 고려대 역사ㆍ인문사회계열 교수 160명 등도 국정교과서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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