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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국정감사 ‘간식’ 준비도 공무원 몫(?)
-19대 마지막 국정감사 막 내려…국감장 취재 후기

-의원ㆍ보좌관 위해 준비하는 간식…일부 상임위, ‘고급 간식’ 요구 물의

-간식 비용도 피감기관 몫…예산 부족한 부처는 산하 기관에 떠넘기기도

-국감 때마다 반복되는 국회 갑질ㆍ과잉의전 논란…내년에도 반복될까



[헤럴드경제=박수진ㆍ양영경 기자] 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8일로 막을 내렸습니다. 올 해 국감은 ‘맹탕 국감’ ‘졸속 국감’이라는 혹평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열린 탓에 의원들도 국감에 집중하지 못했고, 추석을 전후로 분리해서 진행되는 바람에 여론의 관심도 많이 받지 못했습니다. 열심히 국감을 준비한 국회의원, 보좌관, 그리고 피감기관의 공무원 모두 아쉬운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자는 올 해 1월 처음 국회를 출입한 탓에 국감 현장 취재가 처음이었습니다. 말로만 듣던 ‘국회 갑질’도 처음 목격했습니다. 그동안 많은 언론 보도를 통해 각종 갑질이 알려졌는데, 오늘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를 하나 해볼까 합니다. 



▶A상임위 간식으로 고급 케이크 등장한 이유는?= 국정감사장을 가보면 의원들과 보좌진들을 위해 다과가 마련돼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정감사가 오전부터 밤 늦게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보니 중간 중간 허기를 채울 용도로 간식이 마련돼있습니다. 이 간식을 누가 준비하는지가 궁금했습니다. 취재 결과 관행적으로 피감기관들이 자체 예산으로 마련해왔더군요. 한 부처 관계자의 전언으로는, 이 부처 산하 한 기관은 국감용 간식 마련을 위해 매년 1000만원에 육박하는 예산을 배정한다고 하네요.

물론 간식을 준비하라는 국회 차원의 공식적인 요구는 없습니다. 하지만 무언의 압박이 더 심한가봅니다.

국감이 시작된지 며칠 지나지 않아서 있었던 일입니다. 한 상임위 국정감사장에 간식으로 고급 케이크 M브랜드의 조각 케이크가 등장했습니다. 생크림 케이크에 딸기와 꽃이 얹어진 케이크로, 한 조각 가격은 6500원 정도였습니다. 이날 세팅(?)된 케이크는 모두 47개였습니다. 현장에 있던 보좌관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고 합니다. 주로 국감 간식은 과일, 떡, 김밥 정도인데 고급 브랜드 케이크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보좌관들에게 취재를 해보니, 이날 간식은 감사 대상이었던 부처의 산하 기관이 준비했습니다. M브랜드가 입점해있는 시내 한 백화점에주문해 직접 공수해왔다고 합니다. 이 부처는 다른 부처에 비해서도 예산배정이 많지 않은 부처입니다. 한 보좌관은 “예산도 적은 부처에서 고급 케이크가 간식으로 나와서 깜짝 놀랐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케이크가 등장한 배경이 궁금했습니다.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위원장실에서 요구를 했다고 합니다. 해당 위원장이 취임하고 첫 국정감사인만큼 힘을 좀 줬다는 이야기입니다. 한 보좌관은 “위원장의 고급스러운 취향이 반영된 것 아니겠나”라고 했고, 또다른 보좌관은 “첫 국감이다보니 특별히 더 신경을 쓴 것 같다. 의원이 직접 주문을 한 것은 아니겠지만 위원장실 비서진과 사전에 이야기가 오고갔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간식 비용 산하기관에 떠넘기기도…갑질ㆍ과잉의전 사라져야=국정감사 간식을 마련하기 위해 부처가 산하 기관에 책임을 떠넘기는 일도 있다고 합니다. 한 산하기관 직원은 “소속 부처의 국정감사가 진행되면 산하기관 직원들이 파견을 가는 것이 일상적입니다. 마찬가지로 이런 간식 준비를 산하기관에 떠넘기는 경우도 많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다른 관계자는 “이번 국감 때 부처에서 연락이 와서 간식 준비 하는데 예산을 보태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갑질이 또다른 갑질을 낳는 셈입니다.

물론 국회의 의지와 상관없이 피감기관의 과잉 의전이 논란을 일으키는 경우도 많습니다. 최근 검찰 국감 당시 주차가 금지된 녹지를 의원 전용 주차장으로 개방하고, 의원 전용 엘리베이터를 따로 배정해 여직원을 ‘엘리베이터 걸’처럼 배치한 것도 언론으로부터 과잉 의전이라는 질타를 받았습니다. 


지나치면 탈이 나는 법입니다. 감사를 하는 국회와 감사를 받는 피감기관이 서로에게 예의를 갖추고 정성을 다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이것이 강요와 의무로 변질되는 순간 잡음은 생기기 마련입니다.

내년 20대 국회 첫 국감에서는 갑질, 과잉의전 같은 용어들이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sjp10@heraldcorp.com



<사진설명>국회에서 국정감사가 진행될 경우 피감기관 관계자들은 회의장 밖 복도에 마련된 책상에서 대기를 하며 TV를 통해 회의 중계를 시청한다. 현장에서 바로 답변자료를 준비하는 경우도 많다. (위) A 상임위의 B부처 국정감사 당시 간식으로 나온 케이크. (중간) 한 상임위 소회의실에 각종 간식이 진열돼있다.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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