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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7일간의 세계여행] 61. 이과수폭포행 버스…18시간 여정의 시작
[헤럴드경제=강인숙 여행칼럼니스트] 이과수폭포로 가기 위해 다시 들른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느긋한 마음으로 늦잠을 잔다. 어제까지 거의 매일 파타고니아를 트레킹하던 열정이 사라진 자리에는 피곤함이 슬며시 자리 잡는다.

잠깐이어도 부지런히 움직이면 라보까(La Boca)의 거리 탱고라도 하나 더 볼 수 있겠지만, 지나치는 여정인 두번째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푹 쉬고만 싶다. 파타고니아의 아름다운 풍경과 늦가을 같은 쌀쌀함이 사라지고 다시 한여름 무더위로 복귀한 급변한 날씨도 그 한 가지 이유다.


오후에 이과수로 가는 버스를 타야하기도 해서 가까운 거리를 산책하다가 눈에 띄는 스타벅스로 들어간다. 더위도 피하고 시간도 때우기 위해서다. 익숙한 스타벅스의 커피와 머핀을 주문해서 까페 구석에 자리를 잡는다. 어딜 가도 생소한 것들 투성이인 여행자의 향수를 달래주는 매개물이 겨우 다국적 프랜차이즈의 커피라는 서글픈 사실은, 세계화된 지구촌의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일주일 전에는 그렇게 신기하고 흥미로운 부에노스아이레스였지만 파타고니아를 여행하고 돌아온 시야로는 대도시 특유의 화려함만이 부각된다. 이미 돌아본 부에노스아이레스는 그만큼 낯설지는 않은 것이다. 


사실 “익숙하다”는 말은 여행자에게는 그야말로 익숙하지 않은 단어다. 여행 중에는 모든 게 낯설어서 작은 일에도 신선한 경험으로 느껴지고 그 예기치 않은 새로움이 흥미롭기도 하다. 무슨 아이러니인지, 힘들어도 재미있고, 피곤해도 견딜만하고, 긴장하면서도 즐기게 되며, 지나간 어제보다 알 수 없는 내일이 궁금하다. 지난 일주일 파타고니아를 떠돌던 힘든 발걸음은 대도시의 까페에서 잊혀지는 중이다. 설렘을 즐기면서 남은 여정을 계획하는 게 즐거움이 커피 한 잔 과 함께 한다. 늘 그렇듯, 익숙해지면 떠나는 게 여행길이긴 하지만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다음 기회에 이 도시를 찾게 된다면 오래 머물면서 천천히 만끽하고 싶다. 대도시라서 싫은 게 아니라, 어쩌면 너무 숨 가쁘게 돌아봐서 힘들었을 수도 있다.


아르헨티나 여행의 대미를 장식할 이과수폭포로 가기 위해 버스에 오른다. 이과수폭포는 “세계에서 가장 큰 폭포중의 하나”가 아니라 단연 “세계에서 가장 큰 폭포”다.

버스를 타고 18시간이 걸린다는 말에는 이제 아무런 감흥도 없다. 파타고니아 지역은 비행기로 이동해서 몸상태도 좋은 편이다. 여행하면서, 특히 남미에 와서는 장거리 이동을 하도 많이 해서 걱정이 되지 않는다. 시간이 그만큼 지나면 버스가 나를 이과수로 데려다 놓을 것이다. 익숙함을 뒤로하고 낯섦을 찾아 버스가 출발한다. 남미에서의 낯선 아침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리=강문규기자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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