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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발산동 일가족 시신’ 남편 유언장 “아내가 대체 돈을…원망”
[헤럴드경제]7일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에서 발견된 일명 ‘내발산동 시신’ 일가족의 가장 이모(58)씨는 평소 아내의 돈관리 방식에 대해 강한 불만을 품고 일어난 비극으로 보인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이날 오전 이씨의 처조카는 우편으로 워드 출력된 A4용지 6장 분량의 편지를 받았다. 이씨가 보낸 유언장 형식을 띤 이 편지에선 아내 김모(49)씨에 대한 원망이 상당 분량을 차지했다.

이씨는 특히 아내의 돈관리 방식을 주로 비난했다. 직접적인 욕설은 없었지만 아내가 어디에 돈을 쓰는지를 자신은 전혀 몰랐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해 아내가 제대로 얘기하지 않았다” “돈의 사용처를 확인하려 하면 왜 자신을 못 믿느냐며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는 취지로 불만을 나타냈다.

또 금전적 어려움이 발생했지만 아내가 자신에게 이를 솔직히 털어놓지 않았고, 이 때문에 결국 막대한 빚을 지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도 했다.

이씨의 유언장 전반엔 이처럼 아내의 경제관념을 비난하는 내용이 가득했고, 이로 인해 생활고를 겪게 된 자신의 처지에 대한 비관도 담겼다. 이씨는 건설현장에서 기계를 운전하며 생활비를 벌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아내 김모(49)씨는 암 투병 중으로, 사망 직전엔 혼자서 거동하지도 못할 만큼 상태가 악화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씨의 유언장엔 아내의 암 투병에 관한 내용은 적혀있지 않았다.

이씨의 처조카는 이날 이씨가 보낸 유언장을 받은 후 이씨와 연락이 닿질 않자 오후 2시15분께 경찰에 관련 내용을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이씨와 아내 김씨, 딸 이모(16)양의 사망을 확인했다. 발견 당시 이씨의 시신은 손발이 묶이고 머리에 비닐봉지를 뒤집어 쓴 상태였다.

아내와 딸은 안방에서 발견됐으며, 시신 외부에 별다른 저항 흔적은 없었다. 다만 딸의 입 안에서 뭉쳐진 헝겊이 발견됐다.

경찰은 이씨의 유서에 아내에 대한 비난이 많고 이씨와 아내·딸의 사망시간이 달리 추정되는 점에 비춰 이씨가 아내와 딸을 먼저 죽인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주저하지 않기 위해 자살하는 사람이 스스로 결박한 채 숨진 사례가 종종 있다”며 “이씨 역시 손을 묶었던 매듭이 느슨한 것에 비춰 스스로 결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씨 부부가 실제로 금전적 문제를 겪었는지를 비롯해 사건을 둘러싼 정황을 파악하기 위해 아내 김씨의 오빠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이씨 가족의 시신을 보내 정확한 사인을 규명할 방침이다.

한편 아내와 딸이 발견된 안방 벽엔 처조카에게 보낸 유언장과 별도로 A4용지 한 장 분량의 글이 테이프로 붙여져 있었다.

해당 글엔 “삶이 고단해 먼저 간다. 부검을 원치 않는다. 언론에 알려지지 않길 바란다”는 내용이 담겼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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