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성·수표대체 효과등도 한몫
일부선 음성적거래·지하경제 유입 무게
대구·경북지역 회수율 극히 저조 이목
“25.8%.” 지난해 한국은행에서 발행된 5만원권 지폐의 회수율이다. 돈은 세상에 나오면 이 곳 저 곳을 누비며 바쁘게 회전한다. 또 여러사람들의 손을 거쳐 수명을 다하면 태어난 곳으로 되돌아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금고에 갇혀 어둠속에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인 돈도 적지않다.
특히 지폐의 수명이 수개월에서 길게는 1~2년정도란 점을 감안하면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태어난 곳(한국은행)으로 돌아온 지폐는 그 동안의 생을 마감하는게 당연한 원리다. 그런데 5만원권 지폐만은 예외다. 실종되는 5만원권이 많다는 얘기다. 특히 지난해 5만원권의 회수율은 25.8%에 그쳤다. 5장 중 1장만 돌아오는 셈이다. 왜일까.
한국은행이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범계 의원(새정치민주연합) 등에게 제출한 ‘최근 5년간(2010년~2015년 6월말) 5만원권 지폐의 공급량 및 회수율’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행에서 발행된 5만원권의 총 발행액은 총 90조7956억원. 이 중 회수된 금액은 43조245억원이다. 연평균 회수율이 불과 46.25%로 절반도 안된다.
지난 2010년 한국은행의 5만원권 지폐의 발행금액은 총 15조4964억원이었다. 이 중 회수된 금액은 6조231억원에 그쳤다. 회수율은 40%를 가까스로 넘긴 41.4%였다. 이후 한국은행은 이듬해인 2011년에는 발행액을 2조원 가량 늘린 17조2695억원을 발행했다. 회수율은 상당히 개선된 59.7%로 되돌아온 금액은 10조3054억원을 기록했다.
연평균 절반가량이 회수된 셈이다. 특히 2012년에는 5만원권의 발행액이 사상최대를 기록하면서 17조7796억원을 찍어냈다. 회수율도 최대 수준인 61.7%를 기록하면서 서서히 개선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2013년 발행액을 다시 15조원대로 대폭 줄이면서 통화량 조절에 나서자 회수율은 급격히 하락해 48.6%를 기록했고, 2014년에는 무려 25.8%까지 급락했다. 특히 각 지역별 회수율은 대부분 한자릿수를 기록할 정도였고, 주목할 만한 것은 5만원권 지폐의 발행량을 줄이자 회수율도 크게 악화됐다는 점이다. 그 만큼 5만원권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는 애기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올 상반기(1~6월) 중 한국은행이 발행한 5만원권 지폐의 금액은 9조5755억원인데 회수된 금액은 3조8849억원에 불과하다. 회수율 역시 40%를 가까스로 넘겼다.
지역별로 보면 대구와 경남지역의 회수율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서울, 경기, 인천, 강원권의 5만원권 회수율은 52.6%인데 반해 대구/경북은 12.7%에 그쳤다.
한은은 이와 관련 “5만원권의 환수율이 낮은 것은 저금리, 낮은 인플레이션율 등 거시경제여건에 따라 현금선호가 높아졌고, 경제규모 확대 및 사용 편의성, 수표대체 효과 등으로 5만원권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또 “5만원권의 청결도가 매우 높아 금융기관들이 5만원권을 한국은행에 입금하지 않고 상당규모를 자체 정산해 순환시키고 있는 점도 환수율이 낮게 한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난 2011년 전북 김제시에서 발생한 마늘밭에서 나온 고액의 뭉칫돈 발견과 같은 시기 서울의 한 백화점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뭉칫돈 사건을 지적하고 있다. 당시 발견된 뭉칫돈은 모두 5만원권이었다.
더구나 세월호 참사 이후 유병언 전 세무그룹 회장의 은신처에서 발견된 비자금 역시 5만원권이었다는 점에서 되돌아오지 않은 5만원권 지폐들이 불법적이고 음성적인 거래를 통해 지하경제로 흘러갔을 개연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5만원권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지폐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도 5만원권 실종사건에 한 몫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5만원권의 보유사유로 기업의 경우 49.7%가, 가계는 47.4%가 ‘예비적 보유’라고 답했다.
김양규 기자/kyk74@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