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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69돌 한글날②]‘얼죽음’? ‘독풀이약’? 남북 전문어 이질률 70% 육박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남북간 언어 이질화 현상은 전문 영역에서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의 한용운 편찬실장이 최근 국립국어원에 제출한 ‘남과 북의 사전’이란 특별논문에 따르면 남측의 ‘표준국어대사전’에 수록된 전문어 총수는 19만2208개로, 북한의 ‘조선말대사전’의 전문어보다 14만9129개 더 많았다.

특히 표준대사전에만 등재된 전문어는 12만6232개이고, 조선말사전에만 올라와 있는 전문어는 2만5726개로 북한에 비해 남한의 전문어가 5배가량 많은 상황이다.
[사진=123RF]

이중 남측에서만 쓰이는 전문어 수는 총 19만2208개로 전체의 65.7%나 됐다. 남북 전문가가 모여서 논의를 벌일 경우 남측에서 10개의 단어를 말하면 북측에선 3개 정도밖에 알아듣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는 남북의 영역별 전문가들이 추후 공동작업을 벌일 경우 의사소통 자체가 어려운 수준이란 지적이다.

관동맥 증후군인 협심증을 북에선 ‘가슴조임증’이라 부르고, 해독제를 ‘독풀이약’이라고 하며 빈사상태를 ‘얼죽음’이라고 쓰고 있다.

남북의 전문어가 다른 길을 걷게 된 데에는 북한이 1966년부터 내각 직속 국어사정위원회 국어사정지도처 및 언어학연구소 산하 18개 전문 용어 분과위원회가 말 다듬기 사업을 벌인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 과정에서 북의 전문어는 다듬기 전의 말이 무엇인지를 밝히지 않고 있어 전문가의 도움 없인 같은 뜻의 남한 용어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북한에서 쓰는 일상어 중에서도 생소한 것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우선 두음법칙을 무시하는 북한 문법체계에 따른 낱말로 락원, 녀자, 량심, 력사, 로동 등이 있다.

언어습관 차이에 따라 파생된 단고기(개고기), 땅고집(옹고집), 방조하다(도와주다, 남에선 잘못을 간접적으로 지원한다는 뜻) 등도 있다.

한자어 순화 정책에 따라 생긴 단어도 많은데 다리매(각선미), 찬웃음(냉소), 가루젖(분유), 담배질꾼(애연가), 갑작죽음(돌연사), 슬픔증(우울증), 나들표(입장권), 기다림값(대기료) 등이다.

북한의 외래어 순화 노력에 따른 낱말에는 남성저음(베이스), 여성고음(소프라노), 얼음보숭이(아이스크림), 난통(딜레마), 머리넘겨차기(오버헤드킥) 등이 있다.

[사진=123RF]

가족 관계를 나타내는 용어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가시아버지(장인), 가시집(처가), 후어머니(계모), 올레미(올케) 등이다.

한편 한글날의 명칭과 시기도 다르다. 남한은 10월 9일을 기념일로 지정하고 있지만, 북한은 1월 15일로 이날을 한글날이라 부르지 않고 ‘조선글날’이라고 하고 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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