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아이들 급식에 ‘이권’ 다투는 어른들…‘비리의 온상’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서울 충암중ㆍ고교에서 아이들에게 ‘저질 급식’을 제공하고 관련자들이 수억원을 횡령했다는 의혹 이 불거지면서 급식 비리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급식 비리 의심 사학 10여곳에 대한 감사를 추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비리가 끊이지 않는 학교 급식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7일 교육청 및 교육단체 관계자들 다수는 학교 급식이 비리의 온상이 되는 근본 원인에 대해 “학교 당국이 급식 위탁 업체, 식자재 납품 업체 등을 선정하는 과정에 각종 이권이 개입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윤을 내야 하고 재계약을 해야 하는 급식 업체로서는 학교의 우월적 지위를 의식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거래 금액에 따라 경쟁 입찰이 아닌 수의 계약으로 관련 업체들이 선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고, 경쟁 입찰을 하는 경우에도 학교장과 행정실장 등의 권한이 커 이들과 업체 간 ‘주고 받는’ 관계가 성립될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이렇게 급식 과정에 이권이 개입되고 뇌물이나 리베이트가 생긴다면 결과적으로 아이들이 먹는 음식의 질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사립학교법의 보호 속에 교육청 징계도 두려워하지 않는 사학들의 구조적 문제도 꾸준히 제기돼온 문제다. 사학에서는 급식 등 각종 비리가 터져도 연루된 사람들이 학교로 돌아오거나 가족들이 자리를 돌려 앉기도 한다.

충암중고 역시 2011년 교육청의 특별감사에서도 공사비 횡령, 학교회계 부정 등 비리가 적발돼 교육청이 검찰에 관련자를 고발하고 시정명령을 받은 바 있다. 충암고의 현 이사장은 전임 이사장의 딸이, 행정실장은 아들이 맡고 있다.

배옥병 희망먹거리네트워크 상임대표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투명성 있는 운영이 돼야 하는데 대부분 사학에서는 이들을 학교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것도 급식을 포함한 각종 비리가 일어나는 구조적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시교육청은 “충암중ㆍ고가 이미 사들인 식재료를 밖으로 빼돌리고 급식을 교실까지 운반하는 외부업체 직원 수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2011년 9월부터 최근까지 4년간 급식비 총 4억1035만원을 횡령했다”고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편 저질 급식 운영 실태에 대해 폭로하고 1인시위를 한 충암고 교사에 대해 충암학원은 징계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사는 급식업체로부터는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당했다.

badhone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