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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우등보다 30% 비싼 고급형 고속버스 도입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딱 봐도 시간표에 우등형 고속버스가 일반형보다 훨씬 많은데, 여기다 고급형까지 만든다고요?”

한바탕 ‘민족 대이동’을 치르고 난 지난 주말, 내년부턴 고급형 고속버스가 새로 도입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평소 고속버스를 자주 이용하던 시민들은 새로운 버스에 대한 호기심을 나타내면서도, 요금을 올리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일 여객자동차 운송사업 운임ㆍ요율 등 조정 요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고속버스 운행업체에서 운행거리가 200km 이상인 장거리 구간이나 심야운행에 한정해 좌석을 21석 이하로 만든 고급형 고속버스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우등형 고속버스가 일반형보다 많은 상황에서 내년부터 고급형 고속버스가 새로 도입된다는 소식에 “요금을 올리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 는 불만이 일고 있다. 사진은 6일 오전 경부선 고속터미널.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이에 따라 내년부터 서울~부산, 서울~광주 등 노선에 고속형 고급버스가 시범운행될 전망이다. 요금은 우등고속 요금에 30%정도 가산된다. 서울~부산 노선은 현재 일반형은 2만3000원, 우등형은 3만4200원인데 고급형은 4만4500원 정도가 되는 셈이다.

대신 좌석 공간이 늘어나고 좌석마다 모니터와 휴대폰 충전 시설이 설치돼 승객 편의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24년 전인 1992년 우등고속이 처음 도입될 때도 요금 인상 논란이 거셌다.

당시 고속버스업계는 버스 내 냉장고와 개인별 오디오 시스템, 무선전화기, 간이식탁 등 시설과 음료수ㆍ일간지를 제공하겠다며 우등고속을 ‘달리는 살롱’이라고 선전했다.

그러나 국정감사가 시작되자 몇몇 의원들 사이에서는 “가뜩이나 고속도로 체증이 심한데 우등고속버스는 한 대로 갈 승객을 두 대에 나눠 싣고 가자는 발상”이라며 “사실상의 요금 인상 조치”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실제로 현재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부산 종합버스터미널로 향하는 고속버스 시간표를 보면, 평일 운행하는 46대 버스 가운데 일반형이 8대, 우등형이 29대, 심야우등형이 9대이다. 처음엔 틈새로 들어왔던 우등고속이 ‘일반적’이 되어버린 셈이다. 

우등형 고속버스가 일반형보다 많은 상황에서 내년부터 고급형 고속버스가 새로 도입된다는 소식에 “요금을 올리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 는 불만이 일고 있다. 사진은 6일 오전 경부선 고속터미널.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일반버스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일반고속 2대 사이에 우등고속 2~5대가 연이어 운행해 승객의 선택권이 명백히 제한받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부의 이번 입법예고도 사실상 전반적인 고속버스 요금 인상을 불러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장거리 구간과 심야시간대라는 제한적인 노선에 한해서만 시범 운영을 하겠다는 것이고, 기존차량을 빼고 투입하는 경우는 불허, 증차ㆍ증회하는 경우만 고속형 도입을 가능하게 해 요금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렇지만 앞으로 똑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히 우세하다.

김병관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버스업자가 노선을 만들고 거기에 맞춰 가격을 책정하면 소비자들은 그것을 살 수밖에 없다”라며 “선택권을 준다고 포장해 놓은 전형적인 요금 올리기 행정의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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