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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강 3650]사랑 호르몬 ‘옥시토신’, 폭식증 치료에 탁월
-음식섭취 통제 못하는 ‘폭식증’ 옥시토신 투여 ‘섭취 열량’ 감소 확인
-폭식증 환자, 옥시토신 투여 하루 480칼로리 섭취 줄여
-섭식장애ㆍ비만ㆍ대사 합병증 치료제 개발 실마리 제공


[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 국내 연구진이 ‘사랑의 호르몬’으로 알려진 옥시토신으로 음식을 통제 못하고 섭취하는 폭식증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김율리 교수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율리 교수와 영국 킹스칼리지런던(King‘s College London)대학의 자넷트레져 교수팀은 폭식증 환자에게 옥시토신을 투여한 연구결과 섭취 열량이 감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섭식장애를 앓고 있는 거식증 여성 35명, 폭식증 여성 34명과 건강한 여성 33명(평균연령 22세)을 대상으로 옥시토신과 위약(placebo, 효과 없는 약)을 1주일 간격으로 투여한 후 1일간 섭취열량을 측정했다. 연구결과, 폭식증 여성은 위약 상태에서 하루 평균 2,757칼로리를 섭취했으나, 옥시토신 상태에서는 2,277칼로리를 섭취해 하루 평균 480칼로리를 적게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한 여성은 위약 상태(2,295칼로리)보다 옥시토신 투여 후(2,179칼로리) 평균 116칼로리가 감소돼 폭식증 여성보다는 열량 감소가 적었다. 음식을 거부하는 거식증 환자는 위약상태(1,988칼로리)보다 옥시토신 상태(2,151칼로리)에서 섭취 열량 줄지 않았다.

한편 옥시토신은 폭식증 여성과 건강한 여성에서 얼굴 표정을 인식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식증은 섭식 행동을 통제 못하고 간헐적인 폭식을 하는 것이 특징인 섭식장애의 일종이다. 특히 신경성 폭식증의 경우는 폭식으로 인한 체중증가를 피하고자 구토나 지나친 운동 등의 보상 행동을 한다.

국내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섭식장애로 진료 받은 환자는 2008년 1만940명에서 2012년 1만3000명으로 5년 사이 18.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폭식증의 유병률이 전 인구의 4%로 추산되고 있어 의료보험통계는 빙산의 일각일 뿐, 대다수의 폭식증 환자는 병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감추고 치료받지 않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영국의 국립건강보험(NHS)통계에서 섭식장애는 160만명 이상으로 추정되며, 미국국가건강의료이용조사(National Health Care Cost and Utilization Project, 2009)통계에서는 젊은 여성 뿐 아니라 남성, 청소년, 중년에서 섭식장애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폭식증에서 반복적인 폭식과 굶기, 구토 등 혼란된 섭식과 영양 양상이 지속되면 뇌의 보상회로와 스트레스 체계가 붕괴되어, 점차 회복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회복에는 조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폭식증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정신심리치료가 사용되고 있으나 치료 반응율이 50% 이하이며, 항우울제 치료반응율은 더 낮은 19%에 불과하다.

옥시토신은 신뢰, 사회성, 불안, 스트레스 등을 관장하는 신경회로의 핵심역할을 하는 호르몬으로, 동물연구에서 뇌의 식욕관련 신경회로에 작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정상 남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옥시토신은 인슐린 반응성을 높여 혈당을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결과는 폭식증 환자를 대상으로 옥시토신 효과를 입증한 세계 최초의 연구로 향후 폭식증 치료제 개발에 단서가 될 전망이다.

김율리 교수는 “우리 연구는 정신질환에 대한 옥시토신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근거를 추가했다” 며 “이번 연구는 개념입증단계로 앞으로 광범위한 임상시험이 필요하지만, 옥시토신은 섭식장애, 비만, 대사성 합병증 등의 치료제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섭식장애의 치료제 개발을 희망하는 섭식장애를 앓고 있는 한 환자 부모의 후원으로 수행됐으며, 미국공공도서관학술지 플로스원 (PLoS ONE) 최신호에 게재됐다.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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