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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는 집에서, 학생은 학교에서, 성인은 직장에서
성폭력 피해 직장, 학교, 집에서 가장 많이 발생
성인은 28.7%가 직장, 학생은 21.5%가 학교, 어린이는 44%가 집


[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 “여기가 강간의 왕국이냐?”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송강호가 거칠게 내뱉은 대사다. 우리 사회는 이 말을 전적으로 부인하긴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어린이는 가정에서, 학생은 학교에서, 성인은 직장에서 성폭력을 가장 많이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지난해 상담 건수 1450건을 분석한 결과 각 연령대별로 직장, 학교, 집에서 성폭력 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21세∼59세)의 성폭력 피해는 직장 내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는데 전체의 3분의1 수준인 28.7%(285건)에 달했다.

구체적으로 직장 내 성폭력의 가해자는 상사(38.9%)가 가장 많았고 이어 동료 23.5%, 고용주 15.1%, 고객 11.9% 등의 순이었다.


청소년(14세∼19세)의 경우 학교와 학원 관계인으로부터 당한 성폭력 피해가 전체의 21.5%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친족과 친ㆍ인척이 가해자인 경우를 합친 비중(23.0%)이 근소한 차이로 뒤를 이었다.

어린이(8세∼13세)의 성폭력 피해는 친족 및 친인척이 가해자인 경우가 52.4%로 절반을 넘었고, 유아(7세 이하)의 성폭력 피해도 친족 및 친인척인 경우(44.4%)가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성폭력이 권력의 문제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노선이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집, 학교, 가정에서 성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은 권력 관계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에게 성폭력이 발생하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집은 아이가, 학교는 학생이, 직장은 갓 입사한 신입여성이나 직위가 가장 낮은 여성이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각각의 세대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에서 범죄 피해가 다수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그러나 ‘아는 사람’에 의한 일상 공간에서의 성폭력은 그 정도를 크게 벗어나 너무 높은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의 경우 성폭력 가해자가 ‘아는 사람’인 경우는 81.0%, ‘모르는 사람’인 경우는 9.1%에 그쳤다.

성폭력 문제 전문가들은, ‘성폭력은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치솟는 성욕 때문에 지나가는 여성을 상대로 범한다’라는 편견과 시나리오 지우려면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 2013년 개정된 성폭력특별법은 학교, 공공기관, 회사 등 전 국민을 대상으로 성폭력 예방 교육을 1년에 1시간 이상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성폭력은 자신보다 지위가 낮은 사람에 대한 폭력이라는 인식과 이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전 연령을 상대로 성폭력 교육 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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