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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th 부산국제영화제] ‘그렇게 아버지가 된’ 고레에다 히로카즈
[헤럴드경제(부산)=이혜미 기자] 일본의 대표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신작 ‘바닷마을 다이어리’로 부산을 찾았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청된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전작들보다 한층 경쾌하고 따뜻한 기운으로 넘친다. 이는 지난 10년 새 ‘부모’로 성장해가는 중인 감독의 개인사와도 무관하지 않은 듯 보인다.

4일 오후 부산 동서대학교 센텀캠퍼스 컨벤션홀에서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배우 나가사와 마사미, 모더레이터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배다른 네 자매를 주인공으로 이번에도 ‘가족’의 이야기를 스크린에 펼쳤다. 이 점에 대해 그는 “가족 이야기를 의식적으로 찍고 있는 건 아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10년 사이에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었고 동시에 아버지가 됐는데, 이런 개인적인 가정 환경의 변화와 사적인 관심사가 영화의 소재로 반영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번 영화는 가족을 다루고 있지만, 원작에선 가족에 국한되지 않고 집에 대한 이야기, 바닷마을에 대한 이야기, 마을에서 쌓여온 시간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묘사된다”며 “영화의 주인공은 ‘인간’보다 ‘시간’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영화를 찍었다”고 설명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요시다 아키미의 동명 만화가 원작이다.

고레에다 감독은 극적인 순간보다는, 잔잔한 일상 묘사에 집중하는 점에 대해선 “원작에서 아버지가 자매들을 떠나고, 어머니가 재혼해서 집을 떠나는 내용이 나오는데, 영화에선 그 충격적인 순간이 끝난 뒤의 이야기가 그려진다”며 “인물들에게 과거의 상처나 가시가 남은 상태에서 현재진행형으로 찍다보니 그런 일상적인 순간을 나타내는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밝혔다.

특히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작품들 중 가장 따뜻하고 희망적인 기운이 두드러진다. 그 때문에 고레에다 감독은 ‘시선이 낙관적으로 바뀐 게 아니냐’는 이야기를 주위에서 듣기도 한다고. 그는 “스스로 의식한 적은 없었지만 그런 이야기를 듣다보면 ‘아마 내가 변했을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변할 수 있다. 다만, 작품을 할 때 밝은 톤이나 어두운 톤을 의식하고 방향을 잡는 게 아니라, 그 때 그 때의 의식이 영화에 반영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무도 모른다’(2004),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2011),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등 감독의 전작들에는 철없는 어른과 성숙한 아이가 자주 등장했다. 이번 신작에서도 막내 ‘스즈’(히로세 스즈 분)는 언니들보다 속깊은 면모를 보인다. 고레에다 감독은 “제 자신이 어릴 때 조숙한, 아이답지 않은 아이였던 점이 영향을 준 것 같다. 오리지날 시나리오를 쓰다보면 아이답지 않은 아이를 그리게 되는데, 주변의 철들지 않은 어른들을 보며 느꼈던 감정이 반영돼 더 리얼하게 쓰게 되는 것 같다. 이번에도 철들지 못한 어른과 철든 아이가 등장하는데 원작을 읽었을 때 꼭 영화화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이복 여동생을 만난 세 자매가, 고아가 된 그녀를 집에 데려오면서 새로운 가족을 꾸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죽거나 떠나간) 가족에 대한 상처를 안은 네 자매가, 함께 상처를 극복하고 성장해가는 과정이 유쾌하면서도 따뜻하게 그려진다. 일본의 유명 관광지인 가마쿠라 지역에서 사계절을 촬영,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현지 풍경을 만나는 즐거움도 있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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