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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혁신위 ‘자기희생’ 요구 일주일…응답없는 ‘새정치’
-野혁신위, 마지막 기자회견서 ‘선당후사’ ‘백의종군’ 요구
-전현직 대표 및 중진 향한 ‘자기희생’ 호소에 대다수 ‘침묵’
-서로 ‘기득권 내려 놓으라’면서 자기희생 목소리는 없어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지난 달 23일,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100여일 간의 활동을 마무리했습니다. 혁신위는 이날 그간의 소회를 밝히며 마지막으로 선당후사, 백의종군을 강조했습니다.

그 내용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감동은 의무가 아니라 희생에서 나온다”며 문재인 대표의 내년 총선 부산 지역 출마를 요구했습니다. “책임있는 분들의 살신성인”을 강조하면서는 2007년 정권재창출 실패 후 당대표를 맡았던 정세균, 이해찬, 문희상, 김한길, 안철수 전 대표에 열세 지역 출마를 부탁했습니다. 당을 위해 각자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자기희생을 솔선수범해달라는 뜻이었습니다. 


혁신위의 마지막 호소가 있은지 일주일이 훌쩍 지났습니다. 상황은 어떻게 됐을까요. 혁신위가 지목한 대상들 중 그 누구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안철수 전 대표는 공식적으로 혁신위의 열세지역 출마 요구를 거절했고, 나머지는 침묵으로 거부했습니다. “이미 기존 지역을 버리고 새로운 지역에 와있는데 무엇을 또 버리라는 것인가”라며 비공개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의원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혁신위의 요구가 모두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기존 지역구를 버리고 다른 열세지역에 출마하는 것이 능사는 아닙니다. 혁신위가 언급한 전직 대표들 중 다수가 야권에게는 어려운 싸움인 수도권에 지역구를 두고 있습니다. 무게를 잡아줄 중진들이 떠나면 수도권 의석수 유지도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가 자기희생 요구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씁쓸한 일입니다. 혁신위가 요구한 자기희생의 방식이 틀렸다면 다른 방식으로라도 자기반성과 기득권 내려놓기의 모습을 보일 수 있을 텐데 아직까지 그 누구도 그런 언급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서로에게 ‘기득권을 내려놓으라’고 요구만 할 뿐입니다.

안철수 전 대표는 문 대표와 친노세력을 겨냥해 ‘낡은 진보를 청산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고, 한동안 침묵하던 김한길 전 대표는 지난 1일 “당내 모든 세력이 계파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본인은 어떤 기득권을 내려놓을지는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정세균 전 대표도 ‘추석단상’이라는 글을 통해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이 싸움에 골몰할 게 아니라 국민을 향한 정치에 나서야 한다”고만 했을 뿐입니다.

전직 대표 뿐 아니라 당 내 대다수 의원들이 지금의 위기를 걱정하면서도 정작 ‘내 잘못 때문’이라는 반성의 목소리는 없습니다. 당의 혁신과 후배들을 위해 ‘내가 솔선수범해 자리를 내놓겠다’는 원로도 없습니다. 문재인 대표도 누누히 ‘육참골단’을 말해왔지만 제대로 된 ‘육참골단’은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한 전직 대표의 측근에게 ‘혁신위의 요구에 응답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무슨 대답을 할 수 있겠나”라는 말이 돌아왔습니다. 그저 없었던 일인 냥 지나가기 만을 바라는 눈치였습니다.

감동의 전제조건은 희생입니다. 정치인이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기 위한 방법도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잇단 선거에서 누누이 패할 만큼 민심과 멀어진 제1 야당이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큰 희생이 필요합니다. ‘너부터 희생하라’는 책임 떠넘기기 식 태도가 떠나간 민심을 되돌릴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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