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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이 ‘공천전쟁’에 참전한 이유는?
[헤럴드경제=최상현 기자]내년 20대 총선 공천권을 둘러싸고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물러설 수 없는 진검승부가 시작됐다.

추석 연휴 기간 동안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잠정합의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가 논란의 도화선이 됐다. 친박(친박근혜)계가 거세게 반발한 데 이어 청와대까지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고 나서면서 당청 관계가 다시 파국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앞으로 공천룰 논의 과정에서 당과 청와대의 불만이 본격적으로 터져 나올 것으로 보여 여권내 계파 갈등과 악화된 당청 관계는 회복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강한 반발 기류에는 무엇보다 집권 후반기 안정적인 국정 운영의 동력을 확보하고 ‘레임덕’을 막기 위해 친박(친박근혜)계의 몸집을 키워야 한다는 절박한 인식이 깔려 있다. 친박계를 중심으로 최소한 대구ㆍ경북(TK) 등 현 정권 핵심 지지 기반 지역에서는 전략 공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이미 여의도에서는 “청와대가 내년 공천 때 전ㆍ현직 청와대 참모 최대 16명을 꼭 챙길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사람들(친박계)을 국회로 보내 국정운영의 동력 저하를 막겠다는 것이다. 이는 일반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로 후보를 정하려는 김무성 대표의 공천 방식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도 청와대 입성 전까지는 대통령의 공천 개입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했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08년 이명박(MB) 정부 시절 18대 총선을 앞두고 영남권 현역 의원 62명 중 27명이 대거 물갈이된 ‘공천 쓰나미’ 사건의 중심에 있었다. 서청원ㆍ김재원 의원 등 친박계 의원들이 대거 공천에서 탈락했다. 당시 한나라당 전 대표 신분이던 박 대통령은 “저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는 유명한 말로 대통령의 공천권을 비판했다. 지난 2012년 19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여당 비대위원장으로서 강력한 공천권을 휘둘렀을 때는 대통령과 공천 과정이나 룰을 정할 때 일절 상의한 적이 없었다.

대통령 후보 시절에는 “여야 동시 국민참여 경선으로 의원후보를 선출하는 방안을 법제화하겠다”며 상향식 공천을 약속하기까지 했다.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공천권 다툼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청와대의 액션이 ‘합법적인 권리 행사’라기 보다 ‘정치적 행위’로 볼 여지가 높다는 것이다. 과거 대통령이 여당 총재를 겸하는 시절과 달리 지금은 ‘평당원’이기 때문에 대통령이나 청와대의 공천제도에 대한 입장표명은 당헌 당규상의 권한이라기보다는 정치적 행위에 가깝다. 때문에 공천 룰에 대한 청와대의 지나친 개입은 ‘정쟁’이나 ‘월권’으로 비춰질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여당 대표와의 갈등이 심화되면 박 대통령의 추진하고 있는 개혁 작업에도 차질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정기국회에서 노동개혁을 비롯한 개혁과제나 경제활성화 및 민생관련 입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가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총선 공천권 문제에) 관여하려는 게 아니라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는 국민의 선택에 관한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한 것은 이런 비판론이 확산되는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여진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여야가 합의한 사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나서 얘기하는 것은 잘못되고 대단히 위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대통령이 공천권에 몰입할 때가 아니다. 노동개혁 등 추진해야 할 산적한 과제들이 많지 않은가”라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역대 정권에서 대통령들은 모두 공천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며 “그러나 이번에는 그것이 물밑이 아니라 공개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데 차이가 있다. 미래권력에 대한 지나친 추구가 화를 불러온 것”이라고 말했다.

sr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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