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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 벌려고 창업하지는 말라”…‘벤처 교과서’ 쓰는 강소기업 ‘인바디’ 차기철 대표의 경영철학

  • 유학 후 교수자리 물리고 창업→매년 30% 내실 성장→체성분분석기 국내외 평정
  • 기사입력 2015-10-02 11:01 |이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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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식하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성질이 외곬으로 곧아 융통성이 없다는 뜻이다. 곧고 강직하다는 의미로 쓰인다.

체성분분석기 제조업체 ‘인바디’의 차기철(57) 대표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 형용사가 가장 적합해 보인다.

쉽게 번 돈은 재미 없고, 이익금은 은행예금 이상의 투자를 하지 않으며, 직원의 월급날은 괴로운게 아니라 공포스러워 고지식한 경영만을 고집했다.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업이 두 배 세 배 갑자기 크는 것 보다 매년 20%씩 꾸준히 성장하는 기업이고 싶다”는 차대표의 말처럼 어쩌면 그 고지식이 인바디를 강소기업으로 키운 원동력일지도 모르겠다. 

회사가 잘 되면 대표가 굶어죽을 일이 없다. 공학도의 벤처 성공 시작은‘ 고지식’에 있었다. 일이 먼저고 돈이 나중이다. 내실에 집중하면 외형은 따라온다. 차기철 대표의 스타일대로 체성분분석기 제조사‘ 인바디’는 대한민국 대표 헬스케어 기업으로 탄탄하게 성장하고 있다. 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연 매출액 300억원, 해외 매출비중이 전체의 60% 이상, 매년 30%씩 성장하는 코스닥 기업. 1996년 시작한 인바디는 20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헬스케어 기업으로 성장했다. 대표 제품인 체성분분석기 ‘인바디(InBody)’는 브랜드명이 아니라 정확한 근육량과 체지방량을 측정하는 것을 가리키는 대명사로 쓰일 정도다. 스테이플러 대신 ‘호치키스’가 더 친근한 것 처럼 말이다. 최근 제6회 생생코스닥대상(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수상한 인바디의 차기철 대표를 인바디 본사에서 만나 경영철학부터 가족이야기까지, 그의 삶을 들어봤다.

▶이렇게 하는게 벤처다=사옥은 소박했다. 서울 강남 끝자락, 구룡산 바로 앞에 주택가 사이에 조용히 자리잡고 있었다. 실내로 들어서자 ‘우리는 세계 최고의 기계를 만드는 사람들입니다’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검정ㆍ회색ㆍ흰색의 모노톤이 실험실 같은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전체 7층 건물 중 3개층이 연구소로, 인바디는 연구중심의 기업이라는 것을 상기시켰다.

“제6회 생생코스닥대상 수상으로, 투자자들에게 한국의 모범적인 벤처기업의 사례로 기억 되면 좋겠다”고 차기철 대표가 말문을 열었다. 공학도가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고 그 제품이 상업화에 성공한 것,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 시장에서도 파급력을 갖게 된 것 등 모든 면에서 ‘벤처의 교과서’다운 모습을 인바디는 가지고 있다. “삼성, LG, 현대 등 대기업 말고는 해외에서 인기있는 대표 한국 제품을 찾기 어렵습니다. 인바디는 일본에 경쟁사가 있음에도 독보적 시장 지위를 확보했습니다. 벤처란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차기철 대표의 이력은 사업가보단 교수에 적합해 보인다. 1980년 연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 1982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기계공학 석사 이수, 미국 유타대학 생체공학 박사,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포스트닥터까지 마쳤다. 국내 여느 대학에 지원서를 냈어도 충분히 교수로 자리잡을 수 있는 이력이었다. 하지만 그는 한국에 돌아온 1996년 (주)바이오스페이스(현 인바디)라는 회사를 창업한다. “유학 다녀와서 사업하겠다고 하니 집안의 반대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어머니는 물론이고 집사람도 그랬습니다. 결혼하기 전에 내가 언젠가 사업 할텐데, 그 때 나 말릴거면 결혼하지 말자고 했던 이야기를 상기시켰습니다. 지금 아니면 내 인생의 기회가 없다고 계속 설득했죠.”

가족을 설득하고 나자, 다른 문제들이 닥쳤다. 자금도 없고, 사업 경험도 없고, 도와줄 사람도 없었던 초짜 벤처인에게 해결책은 아이러니하게도 ‘정면승부’ 밖에 없었다. 전세금 5000만원으로 회사를 시작했다. “미국보다 일본보다 더 정밀하고 더 좋은 기계를 만들 자신이 있었습니다. 이 기계를 팔아 먹고 살 정도만 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차 대표는 체성분분석기의 혁신을 이뤘다. 기존 누워서 측정하던 방식을 서서 측정하는 방식으로, 4전극 8점 터치식 전극법, 부위별 임피던스 측정 방식 등 혁신적인 기술을 도입해 정확도와 편의성을 대폭 높였다. 이후 체성분분석기는 인바디와 같은 형태 제품으로 시장이 재편됐다. 첫 해 매출 1억원을 기록한 이후 6년만에 매출 100억원을 넘겼다.

▶외형보다 끝없는 내실=회사가 성장하면 더 키우고 싶은 것이 사업가들의 본능이다. 하지만 차대표는 성장보다 내실에 방점을 찍었다. “벤처하는 사람들이 월급날이 괴롭다고 하잖아요. 저는 무서웠습니다. 절대 월급 밀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기계 팔아 남는 이익금은 전부 회사 유보금으로 쌓았죠. 덕분에 한번도 월급 걱정 해 본적 없습니다.”

어찌보면 어리석고 어찌보면 현명한 판단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3년차 창업기업 중 38%만이 사업을 이어간다. 4년차의 경우 33.4%가 살아남고 5년차가 되면 생존율은 30.9%로 떨어진다. “지금 당장 기업의 덩치를 키우는 것 보다 매년 20%씩 20년 성장하면 30배가 커진다”는 차대표의 말이 힘을 얻는 지점이다.

“더 크기 위해서는 더 튼튼해야 합니다. 외형보다 끝없는 내실이 중요합니다. 내실이 쌓이면 외형은 자연스레 따라오니까요.” 차 대표의 경영철학은 고지식하다. 하지만 그래서 그만큼 튼튼하다. “많은 벤처 사업가들이 잘못 생각하는 점이, 회사를 가지고 돈을 벌려고 한다는 겁니다. 일을 잘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이 주식에 관심이 많으면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 처럼, 사장도 똑같다는 논리다. “회사돈으로 투자해서 100억을 벌었다고 칩시다. 나는 그러면 이 사업이 재미 없어질 것 같아요. 쉽게 돈 벌 수 있는데 왜 이렇게 고생하나 싶어서…” 유보금은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질문에 특유의 고지식한 답이 돌아왔다. “대기업과 제휴도 여러번 있었지만, 같은 이유로 전부 고사했습니다. 성장보다 영속성이 우선이니까요.”

곳간에 식량을 비축하듯 차근차근 성장한 인바디, 사업의 위기는 없었을까.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성장 정체가 왔어요. 사업이 잘 되니 경쟁사가 생긴거죠. 나는 신참내기 사업가일 뿐이었고, 상대는 오래 사업을 했던 분이었습니다. 영업적으로 시장에서 다툼이 일어났고, 이익도 많이 줄었죠.” 차대표는 고민에 빠졌다. 독점하다시피 했던 시장점유율이 60%까지 떨어졌다. 이익률도 하락곡선을 그렸다. 공학도로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서 성공시키는 것 까지는 했는데, 회사를 영속성 있게 키우는 것은 무리인 것 같았다. 본인의 역할이 여기까지인 것 같아 사업을 접으려고까지 했다. “그 때 생각했어요. 그래도 우리는 시장 리딩기업이고, 가격도 비싸 이익도 많이 남는 편인데, 힘들면 경쟁사가 힘들지 내가 힘들겠나. 좀 더 버티면 승패가 갈릴 것 같았습니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또 다시 정면승부에 들어섰다. 당시 살루스, 피나 등 다양했던 제품명을 전부 인바디로 통일했다. 그러자 소비자들이 ‘인바디’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브랜드 파워가 생긴 것이다. “지금까지 내린 경영상의 중요한 결정중 최고의 결정이었습니다.” 중견 사업가로 변신한 순간이었다.

▶대한민국 평균 아버지=자녀들에 대한 기대도 남다를 것 같았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딸과 아들 모두 생체공학을 전공하고 있다.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을 기반은 갖춘 셈이다. “나이가 들면, 다음의 희망은 자녀밖에 없다. 경영수업을 시키고 싶은데, 아들은 흥미가 있어 하고 딸은 아직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인다”는 차대표는 후계를 논하기엔 이르다고 답했다. 다만 가족과의 시간을 되도록 많이 보내려 노력한다고 했다. “저녁 술자리를 거의 안합니다. 주말에는 집에서 집사람이랑 같이 TV도 보고, 골프도 치고, 최근에는 가족끼리 여행도 다녀왔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엄한 아버지다. “아이들한테 엄격하게 하기가 힘들긴 한데, 잘 못한건 못보는 성격이라 많이 혼내죠.” 아버지로 점수는 대한민국 평균점이라고 봤다. “형식적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근데 애들이 그걸 알까요?”

▶“돈 벌려고 창업 말아라”=회사가 잘 되면 대표가 굶어죽을 일이 없다. 차대표의 지론은 명확하다. 일이 먼저고 돈은 나중이다.창업하는 후배들에게도 같은 말을 해주고 싶다 했다. “창업 어렵죠. 특히 입시교육에 시달린 학생들이 사업 아이템을 구상한다는 것 부터가 불가능에 가깝죠. 그래도 창업하려면 돈 벌려고 창업하지는 말라고 하고 싶습니다.”

사명감에 불타든, 재미가 있든 어떤 일을 효과적으로 하려면 다른 잡념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머릿속에 돈이 먼저 있으면 일에 집중해서 경쟁력있는 생각을 만들어내기 힘듭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점에서 실패하죠.” 마윈이나 빌게이츠 등 해외 유명 기업가들도 같은 점을 강조한다. 돈 욕심보다 최고의 상품을 만들어낼 욕심을 부리라는 것이다. “사업가들이 투자 받으면 집사고 차 바꾸죠. 투자 받은게 돈을 번거라고 생각해요. 사실은 일 더 하라고 빌려준 돈일 뿐인데…”

차대표는 일 할줄 아는 능력과 성실히 임하는 자세를 창업가에게 필요한 두가지로 꼽았다. 이 두가지만 있다면, 성공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했다.

꼼꼼한 그의 눈에 들어온 직원이 있을까. 차대표는 “개인적으로 환갑 전에 CEO 10명을 만드는 것이 목표인데, 아직 한 명도 못만들었다”고 웃었다. 만나기만 한다면 사업을 떼주고 인바디보다 더 큰 회사로 키워달라 하고 싶다 했다. 일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하는’ 사람. 일의 방향을 파악하고 “왜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깨어있는 사람을 찾고 있는데 아직 만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20년 동안 사람에 대한 생각을 했는데, 여전히 방법을 못찾고 있어요. 인바디 공장에 연못이 있습니다. 11번만에 성공한 연못이예요. 공장 이곳저곳 다 파도 못만들다가, 공장부지 확장하려고 주변 땅을 샀는데 거기에 샘물이 쏟아져 나왔어요. 그래서 멋진연못을 만든거죠. 이처럼 언젠가 내가 원하는 사람을 혜성처럼 만날 것이라 기대합니다.”

대담=박영훈 차장/park@heraldcorp.com

정리=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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