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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연예톡톡]7년 9개월 ‘해투’ 자리 지킨 박미선과 예능 트렌드 변화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 기자]박미선이 1일 ‘해피투게더’ 마지막 방송을 한다. 지난 2008년 1월 ‘해피투게더’의 공동MC로 낙점됐으니 7년 9개월간 출연했다.

박미선이 고정MC로 기용될 때는 중년 시청층이 부각되면서드라마이건 예능이건 TV가 중년들을 어떻게 끌어안을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그런 트렌드를 타고 김국진, 최양락, 이봉원도 복귀할 수 있었다.

박미선도 세대적인 안배 차원에서 캐스팅됐다. 때마침 ‘웃지마! 사우나’의 박명수를 웃겨라 코너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엽기 분장으로 재미를 더하며 고정MC 자리를 꿰찼다. 생활 수다를 술술 풀어내고, 또 아낌 없이 망가져주는 박미선을 보면서 사람들은 편안함을 느끼는 듯 했다. 나는 이런 박미선을 보면서 책에다 ‘박미선, 편안한 사람을 마다할 조직은 없다’고 썼다.


박미선이 특별한 개인기가 없이도 오래 갈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상황적 특성에 따른 아줌마 캐릭터를 잘 만들었기 때문이다. 남의 말을 잘 들어주고, 웃어주면서 한마디 거들어만 줘도 좋았다.

박미선은 90년대에 지상파에서 잘 나가는 코미디언이자 예능MC였지만, 90년대 후반 IMF로 비용절감 차원에서 하루 아침에 잘려버렸다. 박미선의 자리는 풀타임 아나운서들로 대치됐다.

‘해피투게더‘는 박미선이 오랜 기간 지상파 예능의 고정을 못 맡고 있다가 맡은 자리여서 감회가 새로웠다. 본인도 열심히 방송에 임했고, 무엇보다 젊은이와 중년들을 이어주는 ‘브릿지’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했다. 고참이지만 후배들 앞에서 쓸데없이 군림하거나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먼저 빈틈을 보이는 등 후배들과의 소통도 의외로 잘했다,

하지만 중후반에 접어들면서 그런 부분들이 조금씩 흐려졌다. 박미선이 중후반에 나태해지거나 권위를 내세워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토크쇼의 트렌드가 조금씩 바뀌면서 박미선 캐릭터 색채가 퇴색된 것이다.

박미선이 ‘해투‘나 ‘세바퀴’의 MC로 동시에 활동할 때는 세대공감이 강조된 시기였다. 이 때만 해도 엄마, 아내, 며느리, 중년 여자로서 녹여내는 그녀의 생활밀착형 토크는 잘 먹혔다.

거기에다 약간의 진행을 할 수 있고, 순간적으로 웃음 포인트도 던질 수 있고, 리액션도 좋아 프로그램내에 안정적으로 흡수됐다.

하지만 요즘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세대공감을 별로 이야기 하지 않는다. 세대공감 프로그램이 없어진 게 아니라 세대공감을 표현하는 방식이 달라진 것이다. ‘동상이몽‘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그런 점이 느껴진다.

나이 든 사람이 지상파 예능의 고정이 되기가 더 어려워진 것이다. 나이 든 사람이 ‘핫’한 예능에 앉아있는 자체가 쉽지 않다. 중년 MC가 자신의 직능적 가치를 어필하지 못하면, 그런 프로그램은 ‘올드‘하게 느껴질 뿐이다. 사실 ‘해투‘의 개편은늦어도 한참 늦었다. 그런 중년들의 역할은 다른 곳에 있다. 가령, ‘집밥 백선생’에서 음식 만드는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백종원은 나이가 50세, 60세라도 상관이 없다.

하지만 평일 11시에 하는 지상파의 토크 예능에서 박미선은자신의 ‘노하우‘를 어필하기 어렵다. 중년이 수다를 떠는 토크쇼를 시청자들이 별로 즐기지 않는다. 시청층의 나이가 올라가 있는 종편에서는 괜찮을지 몰라도 지상파의 평일 예능에서는 뭔가 시청자에게 주는 것 없이 떠들고 있는 것 같은 느낌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우리 나이로 49세, 연예계 데뷔 28년째인 박미선은 이제 예능 MC로서 또 한번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중년 예능인은 실제 경험에 바탕한 솔직한 토크를 편안하게 구사할 수 있다. 가식이 느껴지지 없는 그의 토크를 새로운 그릇에 담을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봐야 할 때다. 박미선은 1일 ‘해투3’의 마지막 찜질방 토크에서 “내 인생, 추억의 한 페이지가 이렇게 지나갔다”고 말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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