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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조용직] 新프라이드, 시대 역행? 신시대 견인?
최근 2000년대 최대 종합격투기대회인 프라이드FC가 올 연말 부활한다는 사실이 공식 발표되면서 글로벌 격투기 시장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종합격투기는 최근 수년간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스포츠 종목으로 꼽힌다. 세계 최대 종합격투기 대회단체 UFC의 시장 가치는 무려 35억 달러(약 4조1400억 원)로 평가된다. 올해 포브스가 매긴 세계 기업 가치에서 97위를 기록한 기아(62억 달러)의 절반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 UFC를 2000년대 2위로 밀어내고 세계 시장을 호령했던 것이 바로 프라이드FC다. 2007년 도산 위기에서 UFC에 인수되며 역사에서 사라지기 전까지 지금의 UFC처럼 당시 세계 유명 선수들은 경쟁적으로 프라이드FC로 집결했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 달, 인수 전까지 프라이드FC를 책임졌던 원 주최사 DSE의 사카키바라 노부유키 전 대표 등이 수년간의 물밑작업을 끝내고 8년만에 새 대회단체를 결성했다. UFC가 인수하면서 가져간 프라이드FC의 브랜드는 사용할 수 없지만, 현지 업계에서는 ‘신(新) 프라이드’라고 불리고 있을 만큼 사실상 프라이드FC의 계보를 잇는 후속대회의 성격을 띄고 있다.

올 초부터 소문으로만 존재하던 이 단체가 공개적으로 실체를 드러내면서 베일에 싸여 있던 구체적인 사항들도 점차 확인되고 있다. 

최근 복귀를 선언한 ‘격투기 황제’ 예멜랴넨코 표도르(39)가 UFC 대신 ‘신 프라이드’ 행을 택했다. UFC에서 뛰쳐나온 원 프라이드FC 슈퍼스타 반델레이 시우바, 사쿠라바 카즈시도 포함돼 있다. 모두 2000년대를 풍미했던 올드보이들이다. UFC가 주도해 세계적으로 통용시킨 케이지(cage)가 아닌 전통의 링(ring)에서 경기를 한다는 점도 특이하다.

이를 ‘시대 역행’으로 본다면 그 반작용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관계자들 중에선 현재 UFC가 구축한 ‘질서’에 익숙해진 다수의 신규 팬들이 예전 방식의 프라이드에 대해 오히려 거부감을 갖거나 진부함을 느낄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공룡급으로 커져버린 UFC가 대자본을 앞세워 세계 각지에서 저인망식으로 선수들을 영입하고 연간 수십 차례에 달하는 연속 이벤트를 개최하는 상황에서 프라이드의 부활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것이라는 현실론도 고개를 든다.

그러나 프라이드도 만만찮은 준비를 해왔다. 러시아의 대기업으로부터 투자 받은 막대한 자금력으로 초호화 이벤트를 열어 UFC에 대항한다는 복안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첫 대회인 올 12월에는 29~31일 무려 3일간 연속 이벤트를 열 계획이다. 대회장도 6만 명 이상 수용 가능한 도쿄돔과 사이타마 슈퍼아레나, 요요기 경기장 중에서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무한도전의 토토가처럼 올드스타들을 불러모아 단발성 이벤트를 열고 끝낼 모양새가 아니다. 이미 협조 관계인 북미 2위 단체 벨라토르 MMA는 물론, 한국 등 아시아권과 동구권에서 ‘반 UFC’ 세력을 규합해 지속적으로 우수 선수를 발굴, 육성해 경쟁력을 갖춰나갈 복안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다면 프라이드의 부활은 시대 역행이 아니라 신시대 견인인 셈이다. 향후 2,3년 새 2배 이상 더 성장한 격투기 시장이 열릴 수도 있다.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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