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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유하라”…국립중앙박물관 ‘고대불교조각대전’
[헤럴드경제=남민 기자] 의자에 걸터앉아 오른쪽 다리는 왼쪽 무릎 위에 얹고 오른쪽 팔꿈치를 지탱한 손가락은 뺨에 살짝 댄 채 미소를 머금은 듯 오묘한 표정을 지으며 깊은 사색에 잠겨있다. 반가사유상(半跏思惟像) 모습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용산 이전 10주년을 맞아 ‘고대불교조각대전-불상, 간다라에서 서라벌까지’ 기획전시를 하고 있다. 지난 25일부터 오는 11월15일까지.

인도에서 시작된 불상이 중국을 거쳐 한국에 이르면서 제작기술의 변천과정과 조각예술의 극치를 잘 보여준다.

국립중앙박물관 ‘고대불교조각대전’ [사진 제공=테마있는 명소]

동서 문화의 중심지인 인도 간다라지방에서 시작된 이 불상이 대륙의 끝자락인 한반도에서 꽃을 피우고 다시 바다 건너 일본으로 전파된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

불교의 발상지인 인도지만 부처 사후 500년까지는 불상이 제작되지 않았다. 열반에 든 부처를 감히 인간 모습을 본뜬 물건으로 묘사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인간의 형상을 한 불상에 대한 인간 본연의 열망을 막지는 못했다. 그러한 욕구가 결국 간다라, 마투라 두 지역에서 초기 불상을 탄생시키게 됐다.
반가사유상/좌 국보 제78호, 6세기, 삼국시대/우 국보 제83호, 7세기, 신라/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사진 제공=테마있는 명소]

중국에는 후한 시대에 불교와 불상이 함께 전해졌다. 이어 한반도의 불상 조성은 4세기, 삼국시대에 불교가 전래되면서 시작됐다. 6세기에 이르러서는 한국만의 특징으로 점차 발전했다. 한반도의 불상은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에 불교를 전해지는 계기가 됐고, 이로부터 일본에서도 불상이 제작되기 시작했다.

한국인들은 특히 반가사유상에 애정을 갖는다. 인도에서 출발한 반가사유상은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오면서 본격적인 예배의 대상으로 봉안됐다. 그런 만큼 조형적으로도 한층 완벽한 형태를 갖춤으로서 조각예술의 극치를 보여준다. 그 대표적인 것이 삼국시대의 반가사유상이다. 국보 제 78호와 제 83호의 반가사유상이다. 대체적으로 6~7세기에 집중적으로 제작된 반가사유상은 미륵신앙과 깊은 관련을 지니고 있다.

두꺼운 옷을 입은 부처’/인도 쿠샨시대/2~3세기/인도 마투라박물관 소장 [사진 제공=테마있는 명소]

또한 인도, 중국, 한국, 일본에서 제작된 반가사유상을 한 자리에 모음으로써 반가사유상의 연원과 전개 과정을 살펴볼 수도 있다.

이번에 전시된 불상들은 기원전 100년부터 기원후 700년까지의 불상 210여점이다. 전시품은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 국내 다수 미술관, 박물관과 미국, 영국, 일본, 중국, 인도, 베트남 등 세계 7개국에서 소장 중인 작품들이다.

각국 최고 수준의 불상을 통해 제작양식과 기법, 표정과 손동작의 닮은 듯 다른 조형미를 감상하는 사이, 어느 새 관람객도 고뇌에 찬 번뇌를 씻는 ‘사유’를 하고 있지 않을까.

suntopi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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