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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7일간의 세계여행] 56. 토레스델파이네, 말로는 못 담아낼 신세계
[헤럴드경제=강인숙 여행칼럼니스트] 아르헨티나에서 다시 한 번 칠레 국경을 넘는다. 아르헨티나의 엘깔라파테(El Calafate)에서 칠레의 토레스델파이네 국립공원(Parque Nacional Torres del Paine) 트레킹을 하러 간다. 남미대륙 남부인 삼각형의 고위도 지역 파타고니아 지방은, 아르헨티나와 칠레가 나누어 가진 지역이라 비슷한 공간이어도 국가 간 이동이 된다. 출입국 심사를 다시 받고 출입국 도장도 새로 찍는다. 칠레는 페루에서 들어왔다가 아르헨티나로 출국 후 다시 입국인 셈이다.

‘토레스델파이네(Torres del Faine) 트레킹 투어’를 1박2일간 이용하는 것이라 버스를 타고 가이드가 안내를 하는 곳에 들러 트레킹을 하며 파타고니아의 경치를 즐긴다. 버스를 타고 가이드 받으며 다니는 정도로 살짝 보는 것도 쉽지는 않은 여정인데,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열흘정도의 코스로 트레킹을 하기도 한다.


트레킹 중에는 과나코(Guanaco)들을 만나기도 한다. 이제야 안 거지만, 야생의 과나코를 가축화한 종이 바로 야마(Llama)라고 한다. 남미 여행 중에 만난 야마들은 친근하게 느껴졌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이곳은 과나코들에게 천국일 것이다. 괜히 반갑고 안녕을 빌어주게 된다. 남미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이제부터는 이 귀여운 동물들도 함께 떠오를 것이다.


파란 하늘은 하늘대로, 솜사탕 같은 구름은 구름대로, 회색빛 산은 산대로, 산을 덮은 흰 눈은 눈대로, 호수는 호수대로, 그리고 땅은 땅대로 모든 것이 조화롭고 다 아름답다. 거기에 살랑거리는 바람이 지나가면서 땀을 식혀주니 금상첨화다. 아름다운 비취빛 호수에 비친 설산은 그대로가 그림이다. 감상하는 사람이라는 존재만 위협이 되지 않는다면 완벽한 예술작품이 될 것이다.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걸으니 마음도 정갈해진다. 


걷다가 한 폭의 아름다운 유화 같은 풍경에 느낌을 더하는 흰 나무들을 지나친다. 이 지역만의 특이한 나무인가 싶었는데, 가이드의 설명은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에 의하면 이 흰 가지들은 지난 해 이곳을 방문했던 어떤 사람의 부주의로 산불이 났던 흔적이라고 한다. 하얗게 변해버린 나무줄기는 새잎을 피우지 못하고 고사해버린 나무의 마지막 모습인 것이다. 이야기 하는 가이드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진다. 불에 탄 나무들이 하얗게 고사된 풍경까지도 자연의 일부가 되어 있으니, 자연의 너그러움에 감사해야할 지경이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반지원정대가 된 듯한 기분이 되어 걷고 있다. 파타고니아에 대해 알아볼 때는 별의별 수식어를 보아도 다른 지역과 다르지 않을 풍경이리라 싶었다. 그러나 이곳에서 막상 마주하고 보니 남미의 자연풍경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를 알겠다. 이곳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아름다움에 매료되는 것이다. 어느 박물관에 모셔진 걸작들이 이렇게 감명을 줄 것인가? 사진의 프레임 역시 찍는 사람의 마음일 뿐, 풍경 전체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아르헨티나와 칠레 쪽 중에서, 칠레 쪽 파타고니아는 거센 편서풍이 안데스 산맥에 부딪히기 때문에 비가 많이 내린다고 한다. 그리고 이 비로 인해 대규모 빙하가 형성된다. 호수와 강이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쪽빛을 띄는 것은 빙하가 녹은 물이기 때문이다. 빙하가 녹으며 강물로 흐르고 호수가 되기도 하고 폭포가 되어 무지개도 만들며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한다.


트레킹을 하는 동안은 신세계에 온 듯 흥분되는 즐거움이 있다. 자연은 오로지 거기에 있을 뿐이고 사람의 일이란 발을 내딛으며 감동하는 것뿐이다. 날마다 처음 보는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하고, 날마다 황홀한 경치에 감탄한다.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들을 일상적으로 맞닥뜨리게 되니 그 감흥에 한 줌의 식상함이 동반될까 두려울 정도다. 오, 이럴 수가! 도시의 빌딩 숲에만 익숙해져 크지 않은 녹색공간도 반가웠는데, 남미에 와서 이 아름다운 파노라마 며칠 봤다고 식상함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다니…. 간단한 1박2일 투어 중의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이런 광경을 봤으니, 열흘 동안을 걷는다는 트레킹 코스에는 어떤 비경이 숨어 있을지 궁금해진다. 감히 이 정도라고는 생각 못해보고 떠나온 여행길이어서 더 감흥이 크다.

트레킹 중이라 오늘은 산장에서 하룻밤 숙박을 한다. 같은 방을 쓰는 사람들과 와인을 마시며 여행이야기로 시간가는 줄 모른다. 해는 온 산을 붉게 물들이며 넘어가고 이어 찾아온 별들은 쏟아질 듯 빛난다.


정리=강문규기자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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