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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복, 예술 입다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전통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다. 전통을 알면 내가 즐거워진다.”

지난 40년 동안 한복의 현대화에 앞장서 온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79)의 전시가 9월 23일부터 10월 9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최된다. 올해 샤넬의 수석디자이너 칼 라거펠트가 한복을 재해석한 크루즈컬렉션을 선보였던 바로 그 무대다. 

이영희는 1976년 마흔의 나이에 처음으로 한복을 짓기 시작했다. 한복의 실용화를 위해 저고리 고름을 떼어버리는가 하면, 아예 저고리를 생략한 파격적인 한복으로 세계 패션 무대에 진출했다. 1993년에는 파리 프레타포르테에서, 2010년에는 파리 오뜨꾸뛰르에서 처음으로 한복을 알렸다.

특히 파리 컬렉션에서 선보인 저고리 없는 한복치마를 두고 당시 ‘르몽드’지는 ‘바람을 담아 낸 듯 자유와 기품을 한데 모은 곳’이라며 ‘바람의 옷’이라 명명하기도 했다. 


‘이영희 展-바람, 바램’이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건축, 디자인, 미술, 사진, 영상 등 다양한 현대미술 분야와의 협업이 이뤄졌다. 숨(SUUM) 현대미술 경영연구소가 총괄 큐레이팅을 맡고, 건축농장 최장원 소장이 전시 디자인에 참여했다. 최장원 씨는 현대카드 컬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앞 뜰에 파빌리온 ‘신선놀음’을 설치했던 건축가다.

이번 전시에서 최 소장은 한복의 평면 재단 원리를 전시장 구성에 적용했다. 천으로 겹겹이 벽을 이룬 공간을 만들어 관람객들이 그 사이에서 한복의 아름다움을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게 했다. 


전시의 중심은 이영희 컬렉션과 그가 직접 모은 전통 유물들이다. 이영희 컬렉션은 한산모시로 만든 전통 한복과 오뜨 꾸뛰르 드레스 디자인 작품들을 위주로 한 이영희 컬렉션 마스터피스 20여점이다. 각 의상들을 입은 무용수들의 아름다운 몸짓이 담긴 영상도 함께 선보인다. 


또 그간 디자이너가 수집해 온 조각보, 비녀, 족두리, 버선, 꽃신 등 전통 유물들을 공개한다. 2004년 뉴욕 맨해튼에 설립한 ‘이영희코리아뮤지엄’에서 선보였던 유물들로, 국내에서는 처음 공개된다. 

사진작가 김중만도 전시에 참여했다. 김중만은 2008년 이영희 디자이너 ‘바람의 옷’ 시리즈를 작업한 바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바람의 옷 신작인 ‘남자 바람의 옷’ 촬영을 맡았다. 유니버셜발레단 남자 무용수가 바람의 옷을 입고 행하는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예술 사진으로 담아냈다.

미디어아티스트 박제성은 바람의 옷이 지닌 특징을 형상화 한 작품을 선보인다. 바람이 나부낄 때마다 드러나는 치마의 움직임과 빛깔을 서정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이 밖에도 전시 기간 동안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린다. 1일 2회(오후 2시, 4시) 모델 혹은 무용수가 바람의 옷을 입고 전시장 내에서 퍼포먼스를 진행한다. 이영희 디자이너의 한복 디자인 강연과 한복 제작을 시연해볼 수 있는 워크숍도 마련돼 있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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