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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리뷰]유아인 '사도' 그 자체 '미친 연기력 한번 더'
"나는 권력도 싫고 예법도 싫습니다. 그저 내가 원한 건 따뜻한 눈길 한 번 다정한 말 한마디였소"

9월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코엑스 메가박스에서는 이준익 감독, 송강호, 유아인, 김해숙, 전혜진, 문근영이 참석한 가운데 영화 '사도'(감독 이준익)의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왕과 세자가 아닌, 평범한 아버지와 아들이었다면 이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텐데란 생각을 영화를 보는 내내 지울 수 없었다. 권력을 위해 형제, 조카에게도 칼을 겨누던 조선 왕조 시절, 왕과 세자는 부자 관계인 동시에 경쟁자다. 그 중 사도세자의 죽음은 조선 역사 중 가장 안타까운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됐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도는 영조의 둘째 서자로 효장세자의 이복동생이자, 정조의 생부다. 영조가 마흔 살에 얻은 아들로 생후 1년 만에 세자로 책봉됐고 1749년 대리청정을 시작했다. 그리고 영조, 노론과 계속 되는 갈등 끝에 1762년 아버지 영조의 명령에 의해 뒤주에 갇혀 8일만에 숨을 거뒀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사도세자에 대한 정보다. 이준익 감독은 조금 영조와 사도의 관계를 아버지와 아들, 왕과 세자의 초점을 각각 조금 더 깊숙하게 카메라로 들여다봤다.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의해 사도세자의 비극은 다뤄져왔다. 그럼에도 이준익 감독은 왜 사도세자였을까. 이유는 뒤주에 갇힌 사도세자의 사건 안에 서로가 연결돼 있는 사람들의 사연에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리고 이건 조선시대에 왕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현실 속의 나에게 있던 수많은 비극, 아픔과 비유할 수 있다. 그 아픔을 정화시킬 수 있다면 사도는 언제든지 다시 불러올 수 있다. 이것이 이준익 감독의 기획의도다.



이준익 감독은 사건을 둘러싼 인물 간의 관계, 정통 사극이라는 점을 '사도'의 경쟁력을 앞세웠다. 여기에 대한민국이 사랑하는 배우 송강호, 천만 배우 대열에 올라서며 주가를 높이고 있는 유아인을 필두로 김해숙, 전혜진, 문근영, 박원상 등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의 열연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영화는 사도가 뒤주에 갇히기 하루 전날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이후 성인이 된 사도와 유년기 시절부터 청년 시절까지의 사도의 모습을 교차적으로 보여준다. 사도가, 혹은 영조가 왜 이런 행동을 했는가를 과거로 거슬러가 설명하는 것. 이 연출은 캐릭터들의 행동에 대한 이해를 쉽게 도와준다.



특히 '사도'의 타이틀롤을 맡은 유아인의 어둡고 깊은, 그리고 한이 맺힌 감정 연기가 돋보인다. '베테랑'에서 악역에 도전해 호평세례를 들었던 그지만, '사도'에서의 열연은 또 다른 유아인만의 스펙트럼을 선사한다. 비운의 세자를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다른 또래 배우들 중 스크린을 장악하는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이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

유아인 역시 '사도'를 연기하며 가장 마음 속으로 울렸던 작품이라고 표했을 정도로 애착을 가지고 있다. 유아인이 연기한 사도는 청년기 시절부터 시작되는데, 대리청정을 하지만 항상 영조의 눈치를 보고 자신감이 결여돼 있는 모습과, 아버지에게 사랑 받지 못해 한이 맺힌 울화가 가득한 성인의 사도 모습이 극과 극을 보여준다.

또한 아버지로서 자신보다 왕의 재목을 가지고 있는 아들, 훗날 정조에게도 콤플렉스를 느끼는가 동시에, 아버지로서 아들을 생각하는 애틋한 마음도 함께 드러낸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배우 송강호의 연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송강호는 무수리 출신 어머니 숙빈 최씨의 아들로, 태생 콤플렉스와 형 경종을 독살하고 왕위에 올랐다는 소문에 항상 시달리며 누구보다 정통성에 집착하는 영조를 재해석했다. 처음으로 왕을 연기한 송강호는 스크린에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관객을 압도시킬 준비를 마쳤다.

이외에 영화의 갈등의 지점에서 나오는 음악이 긴장감을 자아낸다. 판소리와 꽹과리, 징, 북 소리 등 우리나라 전통 음악이 더해져 전통 사극 '사도'의 맛을 조금 더 깊게 우려내주는 역할을 한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자세히 알 수 없었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추천한다. 조선 왕조 3대에 걸친 비극의 씁쓸한 맛과 왕의 무게에 깊은 여운을 느끼며 극장을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는 9월 16일 개봉. 러닝타임은 125분.

유지윤 이슈팀기자 /jiyoon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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