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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끝을 멈춰라…모바일광고 5초 전쟁
[헤럴드경제=서상범 기자]한 가족이 단란하게 식탁에 앉아 있는 모습이 담긴 광고. 영상이 시작되자마자 나레이션이 깔린다. “당신은 이 광고를 건너뛸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끝났기 때문이죠.” 순간 광고를 끄려던 시청자는 무슨 소리인가 하고 시선을 집중한다. 실제 이 대사 이후 화면 속 가족들은 움직임을 멈춘채 갑자기 나타난 한마리 개만이 식탁을 휘젔는다. 30초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난동을 부리는 개와 그를 지켜보는 정지된 가족들, 그리고 화면 중앙에 위치한 한 회사의 로고만이 화면을 채운다.

LG전자의 광고 ‘제니’의 한 장면.

이 광고는 미국의 유명 자동차 보험회사 가이코(GEICO)가 만든 ‘절대로 건너뛰기를 누를 수 없는 광고(Unskippable). 이 광고는 대사를 5초 안에 끝내, 사람들의 주의를 집중시킨 후 회사 로고를 장시간 노출해 효과를 극대화했다.

유튜브를 통해 영상을 본 시청자들의 80% 이상이 광고를 중간에 끊지 않고 끝까지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광고효과를 인정받아 이 광고는 2015 칸 국제 광고제 필름 부문 그랑프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LG전자의 광고 ‘제니’의 한 장면.

▶불어나는 동영상 광고시장=동영상 광고 시장이 점점 커지면서 광고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광고회사들의 승부가 치열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글로벌 동영상 광고 시장은 오는 2017년 230억달러(약 27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역시 동영상 광고의 성장세가 무섭다. 국내 온라인 동영상 광고시장의 규모는 올해 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지난해 1500억원과 비교해 33%가 증가한 수치다.

특히 매월 10억명 이상이 이용하는 유튜브는 광고 플랫폼으로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더 많은 소비자에게, 제한없는 기술을 통해자사의 광고를 전달하기 위해 기업들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있다. 하지만 유튜브 등 온라인 동영상 광고에는 반드시 넘어야할 벽이 있다. 바로 광고를 건너뛰려는(SKIP)하려는 소비자의 벽이다. 

LGU+ 광고컷.

현재 온라인 동영상 광고는 본 영상 앞뒤로 붙어 제공되고 있다. 광고를 보기 싫으면 채널을 돌리는 TV와 달리 유튜브와 네이버는 5초, 15초 등 일정시간이 지나면 광고를 건너뛰고 본 영상을 바로 볼 수 있는 ‘건너뛰기’ 기능을 도입하고 있다.

동영상 광고는 이 건너뛰기 분량에 따라서 ▷15초 분량을 강제로 감상해야 하는 ‘인스트림 광고’ ▷5초 후 건너뛰기를 할 수 있는 ‘트루뷰 광고’로 분류하는데, 대부분의 광고 시장을 차지하는 유튜브 광고는 트루뷰 광고의 일종이다.

트루뷰라는 의미는 전체 광고 길이가 30초 미만이라면 끝까지 시청해야 뷰(View)로 집계돼 과금이 되기 때문에 생긴 용어다. 30초 미만의 광고일 경우 최소 15초 이상 시청해야 뷰(View)로 집계되고 광고료를 지불하게 되는 것이다.

광고회사들은 바로 이 트루뷰를 위해 전쟁을 벌이고 있다. 5초라는 짧은 시간 안에 건너뛰기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하는 소비자들의 눈길을 잡기 위한 전쟁인 것이다. 


▶“건너뛰지 말아주오”읍소형=5초를 넘어 광고를 건너뛰지 않고 끝까지 소비하고, 나아가 이를 공유하는 소비자들은 모든 광고제작자의 이상형이다. 이를 위해 각 회사들은 다양한 방식을 동원하는데, 가장 많이 시도되는 것은 읍소형이다.

지난해 LG유플러스의 광고모델로 등장한 신동엽이 도입부에서 “건너뛰기를 누르는 손은 나쁜 손”이라고 말하는 장면은 아직까지 회자가 되고 있다.

또 최근 숙취 해소음료 광고에 등장한 개그맨 장동민은 술에 취해 괴로워하는 남성의 등을 두드리며 “죽겠지? 내가 숙취 비책을 알려줄게”라며 시청자들을 향해 “스킵(skip)하지 마!”라고 외쳤다. 비책을 알고 싶으면 건너뛰지 말고 광고를 끝까지 보라는 것.

‘국민욕동생’으로 인기를 끌었던 배우 김슬기 역시 LG유플러스 광고에서 “(건너뛰기 버튼)누르지마 누르지마 내가 이거 설명하려고 몇 시간 촬영한 줄 알아요?”라고 외치며 시청자들에게 협박(?)을 하기도 했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이런 읍소형은 가장 직설적으로 소비자들에게 건너뛰기를 하지 말라는 메세지를 전할 수 있어 자주 활용된다며 하지만 이 경우 이어지는 콘텐츠가 내용이 부실하면 거부감을 안겨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궁금증 유발+소비자 참여형=5초라는 시간 동안 시선을 끌기 위한 방법 중 향후 어떤 내용이 전개될 지에 대한 호기심을 극대화하는 방식도 선호된다. LG전자가 올해 런칭한 ‘누가 제니의 결혼식을 망쳤을까’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평화로운 결혼식이 끝나려는 무렵, 정확히 광고가 시작한 지 4초가 되는 순간, 곳곳에서 형형색색의 컬러페인트가 터진다. 말그대로 결혼식을 망친 것인데 광고는 곧바로 누가 이 결혼식을 망친 것일까라는 물음을 던진다. 이어 두 남성이 컬러페인트가 터지는 과정을 한 편의 영화처럼 시청자와 함께 재구성하는 형식을 취하며 참여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여기에 페인트 방울이 터지는 모습 등이 LG의 OLED TV를 통해 나타나며 화질에 대한 강조도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진행한 “지나치지 마세요(Don‘t Skip)” 캠페인는 여기서 나아가 시청자의 선택으로 인해 영상의 결과가 달라지는 소비자 참여형이다.

여성이 남성에게 폭력을 당하고 있는 영상 중간에 무관심(skip), 관심(Don’t skip) 버튼이 노출되는데, 후자를 누른 경우 폭력에서 탈출한 여성의 모습으로 넘어가며 당신의 관심이 폭력을 멈췄다는 메세지가 나온다. 하지만 전자를 누른 경우 무차별한 폭행에 결국 사망하는 여성을 보여주며 ‘무관심이 폭력입니다‘라는 문구가 뜬다. 이 광고는 스킵기능을 일종의 행동으로 대응시켜 캠페인이 전달하고자하는 메세지 효과를 극대화했다는 평가다.

부산국제광고제 심사위원으로 만난 세계적인 마케팅 크리에이터 ‘매트 이스트우드’는 “안티 스킵(ANTI SKIP)’은 온라인 광고계의 주요 화두”라며 “다양한 기법과 아이디어를 통해 시청자의 이목을 광고 초반부에 집중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좋은 해결책은 소비자가 스스로 광고를 끝까지 시청하고, 나아가 타인에게 공유하도록 하는 양질(GOOD QUALITIY)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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