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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진영의 이주의 추천 앨범> 30. 이센스 ‘디 애넥도트’ㆍ조민희 ‘올 더 피플’ 外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 이센스(E SENS) 정규 1집 ‘디 애넥도트(The Anecdote)’= “난 아들 아빠의 아들/그날이 아니었다면 내 삶은/지금하고 달랐을까/성격도 지금 나 같을까/난 아들/자랑스럽게/내 길을 걸어왔네/내 길을 걸어가네/내 길을 걸어가네”(‘디 애넥도트’ 중)

여러분은 어떤 가사에 공감을 하시나요? 아마도 많은 분들이 현실에서 건져 올린 진솔한 가사를 꼽지 않을까 싶습니다. 진솔한 가사의 힘은 그 안에 담긴 삶의 모습이 우리네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데에서 비롯된다고 기자는 생각합니다. 주위를 둘러보시죠. 저마다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술자리에서 속내를 들여다보면 고민은 서로 비슷하지 않던가요? 지독히 사적인 이야기를 담은 가사가 나름의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이센스의 첫 정규 앨범 ‘디 애넥도트’는 뻔한 비유를 배제한 진솔한 가사로 공감을 넘어 깊은 여운까지 남깁니다. 또한 이 앨범은 현재 음악 시장의 주류인 디지털 싱글로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는 선명한 서사를 보여줌으로써, 정규앨범이라는 그릇의 가치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또한 이제는 빠지는 것이 이상해진 피처링 품앗이가 거의 보이지 않는 담백함도 매력적입니다. 이 앨범에 전반에 감도는 비릿한 슬픔의 정서는 화려하지 않아 울림이 더 크니 말입니다. 구구절절 내용을 담는 대신 손수건을 형상화 한 아크워크는 자기 확신의 표현이겠죠.

이센스의 과거 한 인터뷰를 통해 “랩을 통해 한국 이야기를 하려면 우리나라에 대해, 다른 사람들의 삶에 대해 배우고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나는 음악을 할 때 내 ‘찌질한’ 모습을 숨기지 않고, 다른 이들의 부족함도 이해하려고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 같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쇼미더머니’에서 눈을 돌려 이 앨범에 열광하는 이유가 여기에서 보였습니다. 이 앨범에 비친 이센스의 과거는 많은 이들의 과거와 데칼코마니 같은 사이이니까요.

“쟤넨 새 신발 매번 바꿔 신고 오는데/난 왜 매일 밤/내일 아침 피하고 싶은/맘으로 잠드는지/꿈이 뭔지 묻지만/진짜 물어보는 게 맞는지/난 다시 묻지/어어어이 뭐 관심이나 있나”(‘주사위’ 중)


▶ 조민희 정규 1집 ‘올 더 피플(All The People)’= 음악으로 잠시 한적한 곳으로 홀로 여행을 떠나고 싶나요? 전자음이 피로하게 느껴져 자연스러운 소리로 귀를 쉬게 하고 싶으신가요? 이 같은 경험을 원하신다면 싱어송라이터 조민희의 첫 정규 앨범 ‘올 더 피플’은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겁니다.

이 앨범은 이젠 흔해진 표현인 순수한 ‘아날로그 감성’으로 가득합니다. 8년에 걸쳐 버스킹(거리공연)으로 사람들을 만나왔다는 조민희는 수많은 장소에서 느낀 다양한 감정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조민희는 “수많은 음악과 영화를 통해 아날로그적이고 인간적인 감성이 자신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이라 는걸 깨닫게 됐다”며 “사랑, 삶, 이 세상의 아름다움에 대한 감탄과 어두운 면에서 비롯되는 깊은 슬픔 등 순간순간의 감정들을 기록했다”고 말합니다. 그가 온전히 ‘아날로그 감성’을 표현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아날로그 장비’였습니다. 그는 이제 소장용으로나 익숙한 1973년 산 릴테이프 녹음기를 구입해 앨범을 녹음하는 과감한 시도를 했습니다. 작사ㆍ작곡을 비롯해 녹음ㆍ믹싱ㆍ마스터링까지 온전히 그의 몫이었죠. 그 결과 시대를 거스르는 날 것의 질감과 풍부한 감성을 가진 매력적인 앨범이 탄생했습니다.

“아름답다”는 감탄사를 절로 쏟아내게 만드는 앨범이 귀해진 세상입니다. 자극에 무뎌진 감성을 아름다움으로 파고들긴 쉽지 않으니 말입니다. 이 같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조용하지만 고집스럽게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뮤지션이 존재한다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조민희는 지금도 전국 거리 곳곳을 누비고 있더군요. 공연 장소는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lyla213) 참조.




※ 살짝 추천 앨범

▶ 소울 엔진(Soul N‘ Gene) 미니앨범 ‘사랑하려 해’= 10년 전 ‘아름다운 너’로 혜성 같이 등장했다가 혜성처럼 몸을 감춘 소울 엔진의 복귀작. 강렬함과 서정이 공존하는 연주와 유려한 멜로디, 그리고 이를 하나로 집중시키는 감성적인 보컬. 팝과 록의 균형 잡힌 조합이 돋보이는 수작.

▶ 유사랑 정규 1집 ‘마이 웨이(My Way)’= 부드럽게 귓가로 스며드는 따뜻한 음색과 팝을 닮은 유려한 멜로디. 재즈의 복잡한 리듬과 멜로디가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졌다면, 친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

▶ 뎁인뎁쇼 미니앨범 ‘쇼(SHOW)’= 복고와 현재, 건조한 질감과 몽환적인 공간감이 조화롭게 뒤섞인 감각적인 팝. 페퍼톤스 객원보컬로 익숙했던 목소리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 크라티아(Cratia) 정규 2집 ‘브로큰 컬처(Broken Culture)’= 기본에 충실한 탄탄한 록. 변신이 생존의 열쇠인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집스럽게 자기 음악을 들려주는 뚝심은 늘 반가운 법이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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