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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마트폰 시대의 일그러진 영웅”…李군 언행으로 본 범죄심리학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엄청나게 큰 폭발음과 함께 학생들이 창문 밖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재밌군요. 이럴 줄 알았으면 부탄가스를 하나 더 가져오는 건데…”

이모(16) 군은 지난 1일 자신이 다니던 서울 양천구의 한 중학교에 부탄가스를 터뜨리는데 그치지 않고 범행의 과정을 촬영해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에 올렸다.

특히 범행 이후 놀란 학교의 모습을 관찰하는 듯한 동영상에선 ‘학생들이 창문 밖을 내다보고 있다’, ‘비명과 수군수군하는 소리가 들린다’, ‘학생들이 뛰쳐나오고 있다’, ‘연기가 피어오른다’ 등 현장 상황을 세세히 중계하기도 했다.

평소 이군이 과대망상증을 앓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앳된 중학생이 부탄가스통을 폭발시키고 자신의 행동을 과시하려는 듯 범행 전후 장면을 찍어 유튜브에 올리기까진 한 사실은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시대에 존재감이나 우월감을 느끼기 위해서라면 어떤 엽기적인 행동도 무릅쓰는 그릇된 영웅심리, 인터넷과 TV를 통해 접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영상에 노출된 후 이를 흉내 내려는 모방심리, 학교에서 무시 받았다는 감정을 보복하고 싶은 심리 등의 복합적으로 기인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모(16) 군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1일 오후 서울 양천구의 한 중학교 교실에서 소형 부탄가스를 폭발시키기 위해 바닥에 불을 지르고 있다. 이군은 사고 발생 3시간 뒤 한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 ‘XX중 테러’라는 제목의 동영상 두개를 올리는 등 엽기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사진=인터넷 동영상 캡처]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보편화하면서 사진이나 영상을 올려 자신의 행위를 과시하고 우월감이나 영웅심리를 느끼는 심리가 생겼다”면서 “특히 청소년은 가치관이 충분히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나쁜 영향과 부정적 결과를 낳는지 깊게 생각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곽 교수는 이번 사건이 다른 테러 사건 등을 모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청소년은 다른 사람의 범죄를 보고 멋있다고 생각하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켜 자신을 알리려는 심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동영상을 올린 이후 ‘죽이려고 터뜨린 것’이라는 댓글을 직접 단 것으로 미뤄 “학교에서 인간관계에 문제를 겪었거나 집단 내에서 무시당하거나 모멸감을 느껴 보복하고 싶은 심리도 일정 부분 합쳐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범죄 행동에 대한 인정을 받고 싶어 (동영상 등으로) 기록한 것을 보면 이는 범죄심리에서 말하는 일종의 ‘트로피(우승컵) 심리’”라고 설명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엽기적인 동영상을 올려야 조회 수가 높아져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는 분위기가 ‘엽기 동영상’의 유행을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이런 유행이 생긴 것은 TV 등 언론의 영향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 총기사고처럼 충격적인 보도가 TV에 나오면 청소년들은 ‘저렇게 하면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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