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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이군 범행 한달전 ‘美 콜럼바인 총기난사 사건’ 관련 영상 봤다
[헤럴드 경제=서지혜ㆍ배두헌ㆍ이세진 기자]백주대낮에 서울의 한 중학교 교실에서 부탄가스를 터뜨린 이모(16) 군은 범행 한달전 ‘콜럼바인 총기난사 사건’ 관련 동영상을 본 것으로 확인됐다.

2일 경찰과 교육당국 등에 따르면 이군은 부탄가스 폭발 범행 한 달여 전에 한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에서 ‘버지니아텍 총기난사 사건’과 ‘콜럼바인 고교 총기난사 사건’ 동영상 관련 인터넷 방송을 보고 해당 영상에 대한 댓글을 달기도 했다.

콜럼바인 총기난사 사건은 199년 4월20일 미국 콜로라도 주에 있는 콜롬바인 고등학교의 두 학생이 벌인 총기난사 사건으로, 12명의 학생과 교사 1명이 사망했으며 21명의 학생이 부상을 입었다. 가해학생은 자살했다. 

이어 지난 2007년에는 한인 학생 조승희가 저지른 버지니아 주 버지니아텍 총기 난사 사건으로 32명의 희생자를 낳기도 했다.

이모(16) 군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1일 오후 서울 양천구의 한 중학교 교실에서 소형 부탄가스를 폭발시키기 위해 바닥에 불을 지르고 있다. 이군은 사고 발생 3시간 뒤 한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 ‘XX중 테러’라는 제목의 동영상 두개를 올리는 등 엽기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사진=인터넷 동영상 캡처]

앞서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 주 플랭클린 카운티에서 발생한 ‘생방송 기자 총격 사건’의 범인인 베스터 리 플래내건(41)도 버지니아텍 총기난사 사건을 언급하면서 “나는 조승희한테도 영향을 받았다. 조승희는 (1999년 콜럼바인 고교 총기난사 사건 때) 에릭 해리스와 딜런 클레볼드가 죽인 것보다 거의 2배 많은 사람을 죽였다”고 말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 같은 테러 영상 관련 인터넷 방송을 본 이군은 실제 지난 6월 27일 전학 간 서초구의 중학교에서 화장실에 방화를 하려다 실패하는 등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도 했다.

수사를 진행 중인 경찰도 “조승희를 그대로 따라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군의 폭력적 성향은 1일 부탄가스 폭탄 테러로 절정에 달했다. 이군은 이 날 오후 1시50분쯤 3학년 교실에서 소형 부탄가스에 불을 붙였고,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교실의 한 쪽 벽이 산산조각 날 정도로 큰 폭발이 일어났다.

사고 직후 이군은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상황을 녹화한 두 편의 동영상을 올리고, “엄청나게 큰 폭발음과 함께 학생들이 창문 밖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지금 학교는 패닉에 빠졌습니다” “재밌군요. 우왕좌왕합니다” 등의 발언을 하며 상황을 즐기는 듯한 엽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군은 지난해 2월까지 이 학교에 재학중인 비교적 모범적인 학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해 2월 누나를 따라 서초구의 한 중학교로 전학가면서 새 학교에 적응하지 못했고, 교우관계도 원만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부모는 이군의 대안학교 전학을 결정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심리적 불안을 겪던 이군은 자연스레 해외의 총기난사 사건과 같은 폭력적 자료를 보면서 범행에 영감을 얻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에 대해 “강남으로 전학을 가면서 적응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좌절감이 있었을 것이고 이런 문제를 부모에게 말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영상을 찍어서 온라인에 올리는 행위는 전학을 가면서 잃어버렸던 자신의 존재감을 회복하려는 욕구가 더해진 것”이라며 “자신을 무시한 학교와 다른 학생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반사회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사건을 일으킨 이군은 대안학교로 전학을 결정할 때까지 정신적으로 염려할 만한 사례가 많이 발생해 담임 교사가 지속적으로 정신과 치료를 권했으나 학부모가 이를 강하게 거부했다.

김성기 협성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기본적으로 사회에서 폭력적인 매체가 학생들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면서도 “학생들이 폭력적 매체에 노출되더라도 이를 여과시킬 수 있도록 하는 인성교육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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