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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선거구획정 발목(?)잡는 농어촌 지역대표성
[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 국회의원 선거구 재획정을 위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논의가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정개특위는 의원 정수를 현행대로 300명으로 유지한 채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선거구별 인구편차를 3대1에서 2대1 이내로 조정하도록 하는 선거구 획정 기준에 대해 논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기준을 마련해달라 요구한 마감시한을 훌쩍 넘겼습니다. 여야는 20대 국회의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 수를 선거구획정위에 위임키로 잠정 합의했지만 최종 합의까진 난항이 예상됩니다.

지난 27일 소위의 발목을 잡은 것은 농어촌 지역구의 대표성 문제였습니다. 새누리당 농어촌 의원들은 의원정수 300명을 유지하기로 한 잠정합의안이 처리될 경우 지역구 통폐합으로 자신들의 지역구가 사라질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헌재 결정대로 인구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을 경우 도시 지역 선거구가 늘어나고 농어촌 지역 선거구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농어촌 지역구 의원들은 인구 수와 함께 지역대표성과 선거구 면적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농어촌 지역구 의원들의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농어촌 지방 주권 지키기 의원모임’ 소속 황영철<사진> 의원은 이날 의총에서 “농어촌은 단순히 인구가 적다는 이유로 지역 대표성이 완전히 무시되고 있다”며 “1개 선거구에 5개 이상의 기초자치단체가 포함되고 최소 선거구 면적의 800배가 넘는 등 기형적인 선거구 형태로 재편될 위기”라고 우려했습니다.

또 황 의원은 “농어촌 지방을 대표할 수 있는 인사의 선거구획정위원회 참여를 선거구획정위원회에 제안한다”며 “인구비례 원칙만큼 농어촌 지방의 지역 대표성이라는 헌법가치는 반드시 실천 반영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김무성 대표는 의총에서 “(인구편차를 2대 1이내로 줄이라는) 헌재의 판결은 존중하지만 기본적으로 지역구를 줄이는 것은 맞지 않다”며 “비례대표를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지역대표성이 훼손되면 안 된다. 이를 원칙으로 정개특위 협상에 임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얼핏 농어촌 지역구 의원들의 요구는 안 그래도 골치 아픈 선거구 재획정 문제에 또 하나의 고민을 던진 듯 보입니다. 가뜩이나 복잡한 고차방정식에 새로운 변수들을 더한 것입니다. 이들의 요구를 ‘밥그릇 다툼’으로 보는 의구심 어린 시각도 있습니다. 아울러 농어촌 지역구의 이해관계에 따른 ’게리멘더링’ 우려도 나오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농어촌 지역 대표성 문제는 정개특위가 선거구 재획정 기준을 마련하는 논의의 첫 단추가 됐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헌재 결정에 따라 인구 수가 감소하는 농어촌 지역 선거구에 ‘칼날’을 들이댈 수밖에 없다면 출발점부터 이를 심도 있게 다뤘어야 했다는 것입니다.

황 의원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농어촌ㆍ지방 의원 중심으로 지역대표성 훼손 문제와 투표가치의 평등성 문제를 해결하고자 여러 입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이 의안들은 정개특위 공직선거법심사소위에서 단 한번도 심사받지 못한 채 폐기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도농 간 인구편차와 각 분야에 있어서 개발 불균형이 현저히 나타나고 있는 우리나라의 농어촌ㆍ지방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외국의 입법례의 근거해 인구기준만을 강화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정개특위는 다음 소위원회 개최 일자를 31일로 정했지만 타결 여부는 불투명합니다. 또 정개특위가 선거구획정위에 기준조차 넘겨주고 있지 못하기에 선거구획정위는 기본적 논의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선거구획정위는 오는 10월 13일까지 국회에 선거구획정안을 제출해야 하는데 이러다 결국 선거구 획정이 졸속으로 이뤄졌단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kih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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