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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남자간호사, 여전히 금남(禁男)의 영역이다?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요리, 미용, 패션 등 전통적으로 여성들이 하던 직종에는 모두 남성들이 들어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데 유독 간호사만 여전히 금남(禁男)의 영역인 것 같아요.”

이 땅에 남자도 간호사란 직업을 갖기 시작한 지 올해로 벌써 53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간호(看護)란 말 자체가 ‘지키고 돕는다’는 뜻을 갖고 있는 것처럼 이를 위해 점차 남성 인력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취업난 속 안정적 일자리가 제공된다는 점에서 과거에 비해 관심과 인기가 높아진게 사실이다.

17일 대한간호사협회와 종로학원하늘교육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최초 남자 간호사는 1962년 탄생했다. 애초 가톨릭 신부가 꿈이어서 봉사하는 법을 배우려 간호대에 들어간 조상문(77)씨로 결국 간호사로 전향했다.

서울대 간호대는 1977년 남학생을 처음 뽑았다. 연세대 간호대는 이보다 9년 빠른 1968년 남학생 입학을 허용했다. 그러나 실제로 남자 신입생이 들어온 것은 1980년대 초반이다. 고려대 간호대에도 1986년부터 남학생이 생기기 시작했다.

남자 간호사 1000명 시대가 열린 것은 지난 2005년이다. 현재는 전국에 8700여명 정도의 남자 간호사가 활동하고 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10배 정도로 규모가 늘었다.


올해 남자 간호사 합격자 수는 1300명을 돌파했다. 전체 합격자의 8.7%(1366명)에 해당되는 기록으로 2001년 합격자수(46명)에 비하면 15년 사이 30배나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남자 간호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완전히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운 건 아니다.

아직 간호사란 직업에 대해 성 편향적으로 접근하는 잔존 문화가 있고, 이에 도전하는 남성에게 사내답지 못하다는 평가를 던지는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보다 여자 의사 비율은 폭발적으로 증가한데 비해 남자 간호사 수는 그만큼 늘지 않은 사실도 이를 뒷받침해 준다.

신촌 세브란스의 이기열(39) 간호사는 병원 경력 11년차다.

소아정형외과에서 전문간호사로서 수술실과 병동을 오가며 맹활약하고 있는 그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간호사란 직업에 뛰어들었다.

공고를 졸업하고 수리기사로 일하다 1997년 외환위기 때 쫓겨나다시피 회사를 나오게 된다. 바로 군에 가긴 했지만 앞으로 뭘로 먹고살아야 막막하던 차에 아는 의사에게 간호사를 한번 해보는게 어떻겠냐는 권유를 받았다.

남자 간호사가 앞으로 각광받는 직업이 될거란 얘기에 이 간호사는 군에 있을 때 새로운 길을 개척해보겠단 심정으로 간호대 입학을 결심했다.

간호대 재학 시절 가장 힘들었던 점은 동성 학우가 없었던 것보단 치열했던 학과 공부였다. 학점에 따라 병원의 지원 수준이 정해지기 때문에 축제 때에도 시험공부하기 일쑤였다고 한다.

그렇게 열심히 준비해 막상 원하는 병원에 들어왔지만 남자 간호사의 생활이 녹록지 않았다. 여전히 삐딱한 사회 인식, 남성 의사들과의 관계 문제, 여성 간호사들의 텃새 아닌 텃새, 익숙지 않은 간호업무 등이 풀기 힘든 숙제처럼 다가왔다.

이 간호사는 “간호사 생활을 시작한 뒤 처음 5년 동안엔 속주머니에 항상 사직서를 넣고 다녔다”며 “그럴 정도로 힘들었는데 집에 오면 들리는 애기 울음소리에 다시 마음을 다잡기를 숱하게 반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남자 간호사에 대한 편견은 사실 바깥보단 병원 안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며 “실수하는 남자 후배에게 한 여자 간호사가 ‘앞으론 남자 간호사 받지 말아야겠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을 듣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병원의 주인이 의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고 남자 의사들이 여성 간호사를 다루기 쉽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남자 간호사 지망생들에겐 “100% 취업이 된다고 무조건 올게 아니라 간호업무에 대한 직업윤리를 마음에 품고 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군대 때문에 병원 취업이 늦어져 나이 어린 학교 여후배를 선배로 모셔야 하는 현실도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중보건의처럼 남자 간호사나 간호 대학생들을 공중보건간호사로 투입하면 경력단절 없이 임상경험을 쌓을 수 있고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은 간호사 부족 사태도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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