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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근거 없는 음모론으로 파업 강행하는 조선(造船) 노조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어떤 요구를 거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반박하지 않고 비정상적인 영역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뤽 볼탄스키가 남긴 음모론에 대한 유명한 경구이다. 그는 이 문장에서 합리적인 근거를 갖춘 의견을 폭로와 고발의 형식으로 무력화하는 음모론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한다.

최근 이 문장이 뇌리를 스친 건 현대중공업을 위시한 국내 ‘조선 빅3’ 노조의 강경한 태도를 보면서부터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26일 울산 본사를 중심으로 3시간 부분파업과 함께 출정식을 열고 임금투쟁 승리를 결의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노조도 올 임단협에서 임금동결안을 각각 제시한 상태다.


문제는 노조의 이 같은 강경행동이 낙관론과 음모론을 근거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현대중공업 노조는 최근 발행된 노보에서 “여전히 지난 2분기 우리 조선업계가 수주 1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조선소 수조원대 적자에는 음모가 있다. 위기설을 근거로 고용불안을 조성해 임금협상 등에서 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조의 이런 주장은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간신히 시장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조선업계의 힘을 빼놓는 격이다. 금융계에 따르면 올해 조선 빅3의 총 수주액은 269억달러로 지난해(345억달러)보다 22%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등, 업황이 악화 일로임을 나타내는 증거는 도처에 널려 있다.

특히 “저유가로 해양플랜트 발주 약세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선박 시장 역시 동반 약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현재 수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컨테이너선의 7월 누적 발주량이 140만TEU에 이르러 연간 적정량인 120만TEU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극심한 업황 악화에도 ‘임금삭감’이 아닌 ‘임금동결’ 안을 노조에 제시했을 뿐이다. 이제라도 노조가 음모론을 앞세워 자신이 몸담은 회사의 경쟁력을 낮추는 행위를 멈추고 상생의 길을 찾아 나서야 하는 이유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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