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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친 환율’에 피눈물 흘리는 기러기 아빠들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 서울의 한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기러기 아빠’ 박형우(55ㆍ가명) 씨는 최근 미국에서 유학 중인 대학생 아들과 아내 생활비를 보내느라 허리가 휘었다. 박 씨는 “지난 학기인 4월만 하더라도 환율이 1000원 후반에서 1100원대 초반이었는데 불과 몇달만에 100원 이상 올랐다”며 “10원만 올라도 부담이 큰데 이번엔 올라도 너무 올라 학비로만 지난 학기보다 150만원을 더 보내야 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중국발 국제금융 시장 불안으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해외에 가족을 보낸 기러기 아빠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환율이 오른 만큼 송금해야 할 돈의 액수도 훌쩍 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넉달 전과 비교할 때 100원 넘게 급등했다. 

실제로 지난 4월29일 장중 달러당 1066.60원이던 환율은 최근 중국발 금융시장 불안과 북한 도발 등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며 지난 24일 장중 1200원을 찍기도 했다.

넉달새 원화가치가 12% 넘게 급락하면서 한국에서 땀 흘려 번 돈으로 자녀 학비에 가족 생활비까지 책임져야 하는 기러기아빠의 어깨는 천근만근이다.

아이와 아내를 캐나다에 보낸 한 건설사 과장은 25일 “남북 긴장이 완화되며 환율 급등세가 주춤해졌지만, 중국발 금융 위기가 현재진행형인데다 9월 미국 기준금리 인상 이슈 등이 도사리고 있어 항상 불안하다”고 말했다.

한국의 부모님에게 학비와 생활비를 의존해야 하는 유학생들 입장에서도 생활이 팍팍해졌다.

프랑스의 한 미대에서 유학 중인 김모(27ㆍ여) 씨는 “3개월전만해도 부모님께 100만원을 송금받으면 833유로 정도 쓸 수 있었는데 요즘엔 760유로도 받기 힘들다”며 “원화 가치가 단기간에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송금받는 액수가 그만큼 줄어들다보니 갑자기 생활이 어려워진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환치기(불법 외환거래)에 눈을 돌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암시장 등에서 업자에게 원화를 주면, 업자가 그 자리에서 현지로 외화를 직접 송금해주는 방식이다. 송금을 주고받을 때 적용하는 환율보다 저렴한 매매기준율을 적용해 시중은행을 통한 송금보다 더 이익이기 때문이다.

급기야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외환을 주고 받는 이들도 생겼다. 불과 지난달만 하더라도 하루 평균 5~10건이던 불법 외환거래 글은 이달 들어 하루 평균 30여건으로 3배 가량 증가했다.

증시 불안도 주식 수익을 생활비에 보태보려는 기러기 아빠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올초 2200선 돌파를 시도하던 코스피가 넉달새 400포인트 가까이 급락, 1800선대로 추락하면서 막대한 손실을 본 개미들이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전문가들은 현재의 환율·증권 시장 불안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기러기아빠들의 시름은 한층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 분석실장은 “북한 리스크가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지난 며칠간 환율과 증시가 불안정했던 건 중국발 악재가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봐야한다”며 “중국 자산버블 논란과 미국 금리인상 변수 등을 고려하면 국내 금융시장 불안감은 한동안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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