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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2m18cm…‘세계 최장신 자선가’ 디켐베 무톰보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홍승완ㆍ김현일 기자] 미국의 소설가 진 웹스터 (Jean Webster)의 소설 ‘키다리 아저씨(Daddy-Long-Legs)’에선, 주인공인 소녀 ‘주디’의 뒤를 봐주는 정체불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주디는 후원자의 이름과 얼굴도 몰랐지만, 현관에서 얼핏 기다란 그림자를 보고선 멋대로 그에게 ‘키다리 아저씨’라는 호칭을 붙인다.

지난 4월 네이스미스 농구 명예의 전당은 11명의 인물을 명예의 전당 새얼굴에 헌액했다. 미국 여자프로농구(WNBA)의 전설인 리사 레슬리, 39년간 NBA에서 심판을 맡은 딕 바베타, 3차례 대학농구 올해의 코치에 선정된 켄터키 대학의 존 칼리파리 등 평생 농구발전에 헌신해온 인물들이 이름을 올렸다.

신장 2m18cm의 진짜 키다리 아저씨 디켐베 무톰보

그 가운데 유독 도드라지는 ‘키다리 아저씨’가 한 사람 있었다. 디켐베 부톰보(Dikembe Mutombo). 1990~2000년대 미국프로농구 NBA를 대표하는 센터로 활약했던 선수다. 키 2m18cm로 아프리카의 콩고민주공화국 출신인 그는 선수시절 NBA를 대표하는 수비형 센터로 이름을 날렸다. 비슷한 시기에 활약한 같은 아프리카 출신의 센터 하킴 올라주원(Hakeem Olajuwon)처럼 탁월한 득점력이나 게임리딩 능력은 없었지만, 강력한 블록슛과 리바운드로 팀의 기둥 역할을 했다. 덕분에 선수기간 동안 8번의 올스타에 선정되었고, 4번 올해의 수비수상, 3번의 블록슛 리더, 2번의 리바운드 왕을 기록했다. NBA 역대 블록슛 2위 선수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가 이날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것은 단순히 농구선수로서의 업적 때문만은 아니다. 선수를 넘어 한사람의 아프리카인이자 자선가로서 그가 걸어온 행보 때문이다.

무톰보는 NBA가 배출한 최고의 자선가 가운데 한명이다. 그는 1966년 ‘콩고민주공화국’이 ‘자이르(1997년까지)’이던 시절 수도인 킨샤샤에서 태어났다. 그다지 유복하지 않은 가정에서 10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난 무톰보는 여느 아프리카 어린이와 다르지 않은 궁핍한 유년시절을 보낸다. 

그러던 그에게 성인이 될 무렵 기회가 찾아온다. 우연히 그가 농구하는 것을 본 미국대사관 직원이 경기를 녹화한 테이프를 미국에 보냈는데, ‘킹콩센터’ 패트릭 유잉을 길러낸 조지타운대학의 농구팀 감독 존 톰슨의 눈에 그의 모습이 들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는 ‘국제개발학술프로그램(International Development scholarship)’의 일환으로 명문 조지타운대학에 다닐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영어 한마디 제대로 못했지만 무톰보는 망설임없이 미국행을 택한다. 의사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조지타운 의대는 세계적인 명문이었다. 아파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어려서부터 많이 보면서 무톰보는 의사가 되는 꿈을 꿔왔다. 농구엔 크게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톰슨은 그를 설득했다. 그에게 농구선수가 될 것을 끝없이 권유했다. 물론 무톰보는 거절했다. “네가 농구선수 생활을 계속 하면 너는 반드시 위대한 선수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의사가 될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무톰보는 농구를 시작한다.

그렇게 시작한 농구는 그에게 부와 명예를 가져다 줬다. 큰 키와 탁월한 수비능력, 선량해보이는 미소 덕분에 그는 어린 팬들에게 특히 많은 사랑을 받았다. 덕분에 선수 생활동안 상당히 많은 돈을 벌었다. 

디켐베 무톰보 재단 홈페이지

하지만 그는 돈버는 것에 머무르지 않았다. 자신이 오랫동안 꿈꾸던 일을 하나하나 진행한다. 1997년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디켐베 무톰보 재단을 설립한다. 그는 재단을 통해 고국의 열악한 생활 환경을 개선하기로 마음 먹는다. 그 첫걸음은 병원을 짓는 것이었다. 무톰보는 2007년 킨샤샤에 어머니의 이름을 본떠 비암바 마리 무톰보병원(Biamba Marie Mutombo Hospital)을 짓는다.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 질병을 앓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시설 부족으로 끝내 숨을 거둔 어머니를 기억하기 위해서였다. 총 170개의 병상을 갖춘 병원은 킨샤샤에서 이전 40년간 들어섰던 병원 가운데 가장 큰 시설이었다. 현재는 시설이 확충되면서 총 300개에 달하는 병상을 보유하고 있다. 국가에서 가장 큰 병원이다.

병원 설립에는 총 2900만 달러가 들어갔다. 무톰보는 800만 달러의 사비를 들였다. 당초에는 돈을 더 낼 생각이었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의 조지타운대학 동문이자 함께 선수 생활을 했던 NBA의 전설의 센터 패트릭 유잉, 알론조 모닝 등의 선수들이 흔쾌히 돈을 보탰기 때문이다. 유잉과 모닝은 자비를 들이는 것은 물론 모금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병원은 사실상 무톰보의 자산과 유명인사들의 지원금으로 운영된다. 환자들에겐 돈을 받지 않는다.


무톰보가 어머니의 이름을 본떠 지은 비암바 마리 무톰보병원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가장 큰 의료시설이다.

이후에도 무톰보는 꾸준히 자선 활동의 영역을 넓혀왔다. 미국의 전문 매체들이 추산한 바에 따르면 그는 지금까치 총 2억달러가 넘는 지원금을 조성해 아프리카 지역에 병원을 비롯한 기초의료시설을 짓고, 간이 학교를 설립해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보건과 문맹개선에 힘써왔다. 아프리카 전역에서 말라리아 퇴치 노력과 함께 2000년대 후반부터는 아프리카 여성, 어린이에 대한 유괴와 인신매매, 성범죄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큰돈을 들여왔다.

무톰보는 어린이들에게 특히 관심이 많다. 청각질환 아이들과 손으로 대화하고 있는 무톰보.

자선활동은 비단 아프리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특히 어린이들에게 관심이 많다. 2012년부터 무톰보 재단은 그의 모교인 조지타운대와 손을 잡고 워싱턴 D.C 지역의 저소득층 가정의 안질환 어린이들을 돕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최근 들어서는 같은 활동을 아프리카로도 확대하고 있다. 

농구인으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하고 있다. 그는 특히 아프리카의 재능있는 젊은 선수들을 발굴해 미국에 소개하는 일도 열심히 하고 있다. 가능성 있는 젊은이들이 경제적으로 성공할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물론 돈은 받지 않는다. 장애인들의 체육활동에도 관심이 많다.

덕분에 그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자선관련 상을 수상해왔다 

<자선활동과 관련해 무톰보의 주요 수상내역(일부)

*Miracle Corners of the World Award - 2010
* NBA’s first Global Ambassador - 2009
* William F. Ryan Community Health Network Honors - 2008
* Sports Humanitarian Hall of Fame - 2007
* First Youth Emissary for the 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 (UNDP)
* The President’s Service Award (2000)

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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