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중국과 미국 등 글로벌 증시 폭락 여파로 국내 증시가 급락장세를 연출하는 가운데 오히려 웃고 있는 투자자들도 있다. 하락장에 베팅해 두둑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24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약세장일 때 수익이 나도록 설계된 상장지수펀드(ETF)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6~7%에 달한다. 3개월 수익률은 11~13%에 달한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1개월과 3개월 수익률이 각각 -7.57%, -8.84%인 것과는 정반대다.

코스피 200지수의 등락과 반대로 움직이는 구조의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가 대표 상품이다. 

인버스 상품 중 운용규모가 가장 큰 ‘삼성KODEX인버스ETF’의 최근 1개월과 3개월 수익률은 각각 6.95%, 12.92%를 나타냈고, 순자산 규모가 두 번째로 큰 ‘미래에셋TIGER인버스ETF’와 ‘KB스타코리아리버스인덱스’의 3개월 수익률도 각각 12.85%, 11.67%에 달한다.

인버스 상품의 급격한 성과에는 중국 경기성장 둔화 우려와 외국인투자자들의 자금 움직임이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주 발표된 중국의 8월 차이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는 47.1로 6년 5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가 다가오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며 신흥국에서 매도행렬을 이어가 약세장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버스 상품의 수익률이 고공행진하며 투자자들은 대거 차익을 챙겼다. ‘삼성KODEX인버스상장지수’의 순자산은 현재 2516억원 수준으로, 한 달 전(3057억원)과 석달 전(6130억원)에 비해 40% 수준으로 줄었다.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인버스 상품은 단기 투자 상품의 성격이 짙어, 주가가 하락하면 차익 실현을 위해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는 특성을 지닌다”며 “오히려 증시가 가파르게 상승할 때 투자자들이 돈을 밀어 넣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증시뿐 아니라 원유 등 원자재 가격도 폭락함에 따라 관련 인버스 펀드의 성과도 좋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지수를 반대로 추종하는 ‘미래에셋TIGER원유인버스선물특별자산ETF’의 1개월과 3개월 수익률은 각각 20.12%, 40.47%에 달했다.

/vick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