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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벼 베기가 코앞인데…민통선 인근 농민들, ‘北 포격 도발’에 “농사 어떻게” 한숨
‘벼농사 주민들’, 민통선 초소 앞에서 발걸음 되돌려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북한의 서부전선 포격 도발로 서부ㆍ중부전선 최전방 출입이 통제되면서 수확 철을 앞둔 민통선(민간인 출입 통제선) 농민들이 영농 활동에 차질이 생길까 걱정하고 있다.

강원 철원의 경우 지난 20일 오후 포격 소식에 긴급히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밖으로 대피했던 농민들은 21일 오전 농사일을 하러 들어가려 했으나 초소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북한군의 경기도 연천군 삼곡리 주민들이 중면사무소 지하 방공호로 대피해 라디오를 들으며 불안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박현구 기자 phko@heraldcorp.com

당국은 북한의 도발 직후 민통선 안에서 일하던 농민들을 긴급 철수시킨 데 이어 이날 벼농사를 하는 농민들은 출입을 통제했다.

철원의 한 주민은 “벼 상태를 살펴보고, 물관리를 하려고 했다”면서 “30년 이상 이곳에서 농사를 지었지만, 민통선 출입이 통제된 건 근래 들어 처음”이라며 발걸음을 되돌렸다.

다른 주민들도 민통선 안에 있는 논으로 가려다가 민통선 초소 앞에서 차를 돌렸다. 

북한군의 경기도 연천군 삼곡리 주민들이 중면사무소 지하 방공호로 대피해 라디오를 들으며 불안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박현구 기자 phko@heraldcorp.com

민통선 안 철원평야에서 벼농사를 짓는 주민들은 이르면 24일부터 시작될 벼 베기 작업이 차질을 빚을까 우려하고 있다.

철원평야는 도내 최대 벼 농사지역이다. 철원읍 대마2리의 김진수 이장은 “벼 베기를 앞두고 논의 물을 빼야 하는데 전방에 들어가 일을 할 수 없어 걱정”이라며 “낮에 비닐하우스의 문을 열어 놓지 않으면 작물이 타 죽는 원예작물 재배 농가를 제외한 나머지 99%의 벼재배 농가는 출입하지못하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포격 도발이 발생한 경기 연천군과 인접한 철원군 철원읍 대마리 주민들은 지난 20일 오후 도발 소식이 전해지자 지하 대피소로 3∼4시간 대피했다가 귀가했다.

주민들은 군인들이 밤새 마을을 순찰하는 상황 속에서도 크게 동요하지는 않았지만, 일부는 불안감을 감추지 않았다. 1968년 입주한 대마리의 한 주민은 “젊을 때는 전쟁으로 영감을 빼앗길까 겁났고, 그 후에는 아들을 뺏길까 봐 가슴 졸이고 살아왔다”면서 “이제는 손자까지 다 출가시켰으니 겁나는 게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주민은 “그래도 무슨 일이 생길까 겁이 나는 게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철원군은 포격 도발을 계기로 제2땅굴과 평화전망대 등을 돌아보는 안보관광을 21일 전면 중단했다. 또 22∼23일 개최할 예정이던 제1회 DMZ 평화자전거대회도 취소했다.

철원군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ㆍMERS)사태 때 1000여 명이 참가하는 이 대회를 연기해 이번에 개최하려고 했으나 북한의 이번 도발로 대회 자체를 열지 않기로 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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