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슈퍼맨 된다”…호치민월드컵 조재호 출사표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 “대회 출전 때마다 항상 하는 말이 같아요. ‘열심히 하고 오겠습니다’라고요. 그런데 이번엔 다르게 말씀드립니다. 좋은 성적 내고 올 겁니다.”

3쿠션 당구의 ‘슈퍼맨’ 조재호(35ㆍ서울시청)가 오는 10~16일 베트남 호치민 시에서 열리는 3쿠션 호치민 월드컵 대회 출전을 앞두고 이례적인 출사표를 던졌다. 상위권 입상을 향한 강력한 결의를 심중에서 꺼냈다.

이번 대회는 아시아의 신흥 3쿠션 강국으로 떠오른 베트남에서 처음 열리는 세계캐롬당구연맹(UMB) 국제대회다. 조재호는 7월 포르투갈 포르투 월드컵 이전 세계랭킹 기준 6위의 자격으로 시드를 배정받아 출전한다. 8월 현재 랭킹은 14위로 떨어져 월드투어 시드 자격이 없어지게 되므로, 이번 대회 활약으로 시드 자격을 방어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랭킹 1위를 달성한 조재호가 여세를 몰아 이번 3쿠션 베트남 호치민 월드컵 우승 트로피 사냥에 나선다.


지난 6일 기자와 서울 모처 당구 관련행사에서 만난 조재호는 “안 좋았던 컨디션이 바닥을 친 뒤 계속 상승세를 타고 있는 중”이라면서 “이 기세대로라면 이번 월드컵에서 좋은 일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월드컵 한번 더 우승할 때 되지 않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 “월드컵 한번 더 우승할 때 안 됐나?”…“감 좋아요”

조재호는 지난 해 2월 이집트 이스탄불월드컵 결승에서 최성원을 꺾고 우승하며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현 세계랭킹 1위인 당구황제 토브욘 블롬달은 “조재호가 몇년 뒤에는 세계에서 가장 잘 치는 선수가 될 것”이라고 호평했던 이야기가 보태지면서 조재호 시대의 본격 개막을 예고하는 듯 했다.

그 뒤로 아직 국제대회 우승 소식이 없다. 국내에서도 큰 대회 우승 소식은 전하지 못 했다. 일반 팬들로부터는 ‘긴 부진에 빠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에 대해 조재호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조재호는 “부진한 선수가 한국랭킹 1위냐”고 반문하는 것으로 항변을 대신했다. 조재호는 지난 달 잔카세이프티배에선 8강, 이달 초 부산시장배에선 4강에 들며 차곡차곡 랭킹포인트를 쌓으며 ‘1위 단골’ 허정한을 2위로 밀어내며 왕좌에갓 올랐다.

“우승이 꼭 전부는 아니잖아요. 상위권 입상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에선 준우승, 3위만 해도 ‘축하한다’는 인사가 먼저 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팬들은 우승이 아니면 ‘안타깝다’ ‘져서 어떻게 하느냐’고 위로의 말을 건네죠.”

그는 이번 대회에 임하는 느낌이 지난 이스탄불월드컵 우승 때와 비슷하다고 했다. 청신호다. 이를 거리낌 없이 입 밖에 낼 만큼 감이 좋다. “이스탄불 때도 와이프에게 ‘좋은 성적을 내고 오겠다’고 했어요. 우승했지요. 이번이 그런 말씀을 하는 두 번째네요. 좋은 성적을 낼 겁니다.”

올해 팀세계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한 조재호-허정한 조가 트로피를 들고 있는 모습. 이 둘은 이번 호치민 월드컵에서는 서로 적이다.


▶ “손가락을 창틀에 찧었다”…올해 포르투 월드컵 4강전 비화

조재호는 지난 달 포르투월드컵에선 16강전에서 이 대회 준우승을 거둔 황형범을 만나 36-40으로 패배, 조기 탈락했다. 그런데 이 대회 때도 컨디션은 원래 좋았다고 한다. 황당한 사건을 겪기 전까지는.

“황형범 선수와 경기를 하기 전이었어요. 실내가 하도 더워서 창을 여는데 창틀이 손가락을 찍었어요.” 조재호가 들이민 오른손 중지 손톱은 둔기에 찍힌 흔적이 아직 남아 있었다. “30분 동안 얼음물에 손가락을 담그고 아무 부상 없기만 바랐죠. 연습할 땐 몰랐는데, 경기 하면서 강한 샷을 구사하는 순간 전기가 오듯이 찌릿하게 통증이 오더라고요.”

그는 “왜 하필 그 때 창틀을 굳이 열려고 했는지 후회스럽다”고 비화를 돌아보면서 “일반인들은 당구선수가 부상 입을 일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발가락 하나만 삐끗해도 경기에 영향을 크게 미친다”고 말했다.

▶ ‘당구의 신’ 득실득실 호치민월드컵…“스스로와의 승부”

이번 호치민 월드컵은 베트남에서 처음 열리는 월드컵 대회다. 하지만 시드 배정을 받은 세계 12위 내 상위권 랭커들이 고스란히 출전하고, 신흥 3쿠션 강국인 홈그라운드의 트란 퀴엣치엔, 응유엔 쿽 응유엔이 와일드카드로 참가하는 등 타 대회보다 만만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현 세계 1위 토브욘 블롬달은 서로 인정하는 관계로,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선수다. 프레드릭 쿠드롱 역시 그가 추구하는 당구 스타일을 그대로 보여주는 닮고 싶은 인물이다. 하지만 대회에선 그를 꺾어야 내가 산다. 이 대회에 함께 출전하는 한국 동료인 황형범 허정한 최성원 강동궁 모두 절친한 사이지만 양보란 있을 수 없는 게 승부의 세계다.

조재호는 “한때 좋아했던 내 별명은 ‘리틀 쿠드롱’이었지만, 스스로 버렸다. 그를 넘어서기 위한 마음가짐”이라며 “유럽에서 붙여준 ‘슈퍼맨’이란 별명을 써 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슈퍼맨은 그가 S자 글씨가 크게 박힌 후드티셔츠를 입고 있는 모습을 보고 해외 매스컴에서 붙여준 별명이다.

예선 없이 바로 본선에 뛰어드는 슈퍼맨 조재호는 내주 11일 베트남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yjc@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