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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EADERS CAFE]親日 知日 克日, 일본 더 깊이 알기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 지난 50여년 간 일본을 이해하는 창의 역할을 해온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축소지향의 일본인’ 이래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탐색이 이어져 왔지만 현실에선 일본과의 관계는 늘 벽에 부딪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군국주의의 망령을 쫒고 있는 현 일본은 더욱 이해할 수 없는 나라로 인식되면서 다시 일본 제대로 알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다양한 시각에서 일본과 일본인의 의식을 분석한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와和! 일본/성호철 지음/나남

‘와和! 일본’(나남)은 일본문학을 공부하고 돌아와 15년 후 다시 게이오대 방문연구원으로 일본을 찾은 성호철씨가 일본인의 특성을 개념화한 작업이다. 저자는 일본과 일본인을 알아가는 과정을 일종의 퍼즐 맞추기로 비유한다. 오랜 인내를 갖고 퍼즐 조각들을 한 장씩 서로 대조해 가며 제자리를 맞추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우선 저자는 질서를 지키고 양보하는 일본인의 모습과 노숙인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또 다른 일본인의 얼굴을 비교하며 이들의 사고와 생활방식을 ‘안’과 ‘밖’이라는 개념으로 나눈다. ‘안’이 자신이 생활하는 공간이라면, ‘밖‘은 자신과 무관한 세상으로, 일본인은 안에서는 최대한의 배려와 도리, 사회의 룰을 철저히 지키지만 경계를 나눈 밖에서는 어떤 무례를 저질러도 자신이 속한 ’안‘에서 용인하면 괜찮다는 인식이 일반화돼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찾은 일본에 대한 퍼즐 조각은 ‘메센’(目線), ‘부(富)의 향유 세대’, ‘균일론’, ‘와’(和), ‘전’(戰), ‘눈’(目)의 지배 등이다. 메센은 집단의 입장에 서서 세계를 보는 자세이자 한 번 정해지면 집단을 지키는 행동지침이다. ‘부의 향유 세대’는 버블 시기를 보낸 자부심이 가득한 일본 전후 세대로 전쟁에 대한 책임의식이 희박한 게 특징이다. ‘균일론’은 집단 내 구성원은 모두 균일해야 한다는 일본인의 믿음. ‘와’는 다른 이들과 조화롭게 사는 삶의 방식을 뜻하며, ‘눈의 지배’는 서로가 서로를 주시함으로써 ‘안’의 세계를 지키는 제어체계로 이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시스템으로 작동하면서 일본을 구성하고 있다고 저자는 해석한다.

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김종성 지음/아트북스

‘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역사의아침)는 한ㆍ중ㆍ일이 축소하거나 왜곡한 역사의 이면에 감춰진 진실을 드러내고자 한다. 세 나라의 역사 교과서를 분석한 이 책은 한국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한국역사 9가지와 함께 중국 교과서와 일본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각각 7가지와 8가지를 적시했다.

저자는 우선 한국 역사교과서의 특이성을 지적한다. 자국의 수치스런 역사는 어떻게든 숨기고 자랑스런 역사는 최대한 과장하려드는 역사서술의 일반적 경향과 달리 한국 역사교과서는 자주적이고 진취적인 역사사실의 서술을 부담스러워한다는 것이다. 가령 고려가 공식적으로 황제국을 표방했다는 점은 고려 역사서인 ‘고려사’만 뒤적여도 쉽게 알 수 있는데 애써 숨기려 한다는 점을 든다. 백제의 중국 점령도 마찬가지다. 중국역사서인 ‘송서’, ‘양서’, ‘남사’가 기록하고 있는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저자는 이어 중국 교과서의 과장된 서술을 하나하나 든다. 한나라가 흉노에게 60여년 동안 해마다 많은 양의 비단과 식량을 바쳤지만 오로지 흉노족을 압박해 성과를 거둔 점만 강조하는 게 중국의 분위기다. 또 위진남북조 시대를 포함해 몽골이나 만주족 등 주변 민족에게 수없이 정복된 역사는 ‘유목민들이 우리 땅에 와서 우리에게 동화된 것’으로 바뀌어 서술된다. 이런 역사인식은 현대 중국이 티베트나 몽골과 같은 자국 내 소수민족의 역사를 자신들의 역사로 바꾸는데서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 역사교과서의 특성은 대륙의 역사적 관련성을 가능한 최소화하고 자국의 역사적 독자성을 강조하는 식이다.

고대 일본이 한반도에서 문명을 전수받은 사실, 백제 멸망 후 백제 유민들과 더불어 새로운 일본을 건설한 사실, 한반도 국가들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한 사실 등은 은폐하거나 대륙의 영향으로 변형해 서술한다. 반면 지난 150년 간 자행한 반인륜적 범죄는 합리화하고, 19세기 이후 일본의 동아시아 침략은 서양열강의 침략에 대한 대응이라고 역할론까지 내세우는 상황이다.

저자는 각 나라가 지나친 국수주의와 과도한 자기비하를 경계하고 바른 역사관의 정립과 함께 역사적 진실 규명, 역사 교육의 중요성을 제기한다.

한중일의 미의식/지상현 지음/아트북스

지상현 한성대 교수가 쓴 ‘한중일의 미의식’(아트북스)은 옛 미술을 통해 본 삼국의 문화지형이다. 저자는 문화는 한 민족의 세계관이자 인간관, 기본성격으로, 문화적 화석인 옛 미술 양식을 통해 민족의 현재를 읽어낼 수 있다고 본다. 세 나라의 기질은 회화분야에서 그 특징이 두드러진다. 가령 문인화의 소재로 자주 다루어지는 대나무는 차이를 절묘하게 보여준다. 한국의 묵죽도에서 대나무는 그림을 시작하는 모티브로서의 역할만 하고 실제 그림의 핵심은 능숙하고 담백한 붓놀림에 있다는 것. 반면 중국의 묵죽도는 엄격한 화론을 따라 그려 사실적이다. 그러다 보니 화풍이 엇비슷해 개성이 없다는 게 특징이다. 한국 회화에서 중시한 기법이 골법용필(骨法用筆), 즉 붓 자체가 가지고 있는 특성과 붓을 사용하는 원칙에 주력하는 것과 달리 중국은 응물상형(應物象形), 물체 자체의 모습이나 특성대로 형상을 표현하는 게 원칙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묵죽도는 또 다르다. 대나무 자체보다 화폭에서의 기하학적 구도 혹은 질서를 만드는데 역점을 둔다. 그림 자체의 아름다움, 그려진 형태나 색 또는 구도가 주는 순수한 조형적 아름다움을 더 중시한다는 얘기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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