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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승희 기자의 채널 고정]모두의 공감·여러개의 화제…닮은듯 다른 2개의 소통이야기
청중중심 無형식 보도국 토크쇼 ‘톡투유’1개 주제로 관객동참·구조적 분석 신선
쌍둥이 프로그램이 일요일과 월요일 밤 연이어 안방을 찾는다. 지난 5월 첫 방송된 JTBC ‘김제동의 톡투유-걱정말아요 그대’(이하 톡투유)와 지난달 27일 개편으로 새단장한 SBS ‘힐링캠프’다.

토크쇼 형식의 두 프로그램은 모두 ‘소통’과 ‘참여’를 가치로 삼고 있다. 무대와 객석의 장벽은 완전히 허물었다. 박수와 환호 등 관객에게 수동적 역할을 요구했던 토크쇼는 이제 그들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진행자 역시 동일인물이다. 두 편에서 앞세운 얼굴은 ‘소통의 달인’ 김제동이다. 

일방통행을 해오던 TV에도 쌍방향 소통은 중요한 가치가 됐다. “법률ㆍ의학ㆍ음식 정보 등을 다루거나 연예인들의 신변잡기에 집중하던 토크쇼가 대상과 형식을 바꿔 일반인의 참여를 끌어들이고, 소통을 통해 공감대를 넓힌다”(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점에서 ‘톡투유’의 등장과 ‘힐링캠프’의 변화는 긍정적으로 비친다.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지만 기본 포맷이 비슷해 판박이처럼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물론 뜯어보면 차이점도 적지 않다. 이 지점에서 두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가 갈린다.

▶보도국 vs 예능국=가치는 같지만 ‘톡투유’와 ‘힐링캠프’의 차이는 ‘만드는 주체’에서 비롯된다. 같은 형식에 대한 접근의 차이가 주제와 이야기를 바꾼다.

JTBC ‘톡투유’는 보도국의 방향성을 품고 태어났다. 애초의 탄생배경은 “말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와 맞물렸다. 가족ㆍ이웃ㆍ동료와의 대화단절은 물론 “주류의 목소리가 거세진 사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목소리가 작아 말해도 들리지 않았던”(이민수 PD) 사람들이 주인공이 됐다.

4시간 녹화에서 연예인 게스트도 2시간을 자리한다. 하지만 이들에게 엄청난 발언권을 주진 않는다. 이민수 PD는 “주제에 맞춰 감독ㆍ연예인 등 다양한 게스트를 섭외하지만, 누가 와도 ‘당신들이 주인공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처음에는 설득하는 것이 힘들었는데 이젠 잘 받아들인다”며 “녹화를 해보니 이들도 연예인들의 세계에게 듣는 이야기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궁금해한다”고 말했다.

SBS 예능국 제작의 ‘힐링캠프’는 연예인 토크쇼 형식을 살리면서 김제동과 일반인 방청객 499명을 MC로 끌어들였다. 1인 토크쇼를 가져갔기에 연예인에 대한 집중을 놓치지 않는다. 지난 3일 방송된 개리 편은 개편 첫 방송에 대한 보완이었다. 김제동을 포함한 500명이 연예인 한 사람에게 질문을 던진다. “협의되지 않은 관객들의 질문을 통해 보다 생생한 재미를 전달하고자 하는” 제작진의 의도와 만난 포맷 변경인 셈이다.

다만 방송 초반 방청객의 질문은 기존 연예인 토크쇼와 마찬가지로 연예인의 사담에 집중된다. 객석에선 짖궂은 요구와 질문도 나온다. 채널의 증가와 플랫폼의 확장으로 연예인에 대한 정보는 도처에 널려있는 탓에 질문과 답변이 대단히 새롭지는 않다. 

▶모두의 이야기 vs 여러 가지 이야기=두 프로그램의 결정적 차이는 일관성의 유무다.

‘톡투유’는 ‘보통의 이야기’가 60분을 채우지만, 매회 주제가 정해진다. 폭력, 선택, 공포, 숫자 2 등 주제의 폭도 넓어, 제작진은 이 프로그램은 ‘생활시사 토크쇼’라고 정의한다. 하나의 주제를 던지면 주인공이 되는 400~500명의 방청객들은 ‘스케치북’에 자기 이야기를 적는다.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시각과 경험을 가진 관객들이 하나의 주제를 함께 이야기하고 고민하는 시간”(이민수 PD)이 마련된다.

제작진과 게스트, MC는 이 프로그램 안에서 ‘듣는 역할’이다. 때문에 ‘톡투유’ 제작진이 세운 원칙이 있다. 이른바 3무(無)다. “코칭, 멘토, 터무니 없는 위로가 없다”고 한다. 이 PD는 “고민하고 속상해하는 사람에게 무조건 ‘힘내’라고 말하는 것은 문제 자체를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만든다”며 “일이 발생한 사회 구조적 문제, 인간이라는 자연과학적 존재의 문제로 접근해 대응을 하거나 이해를 꾀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고정패널 최진기 강사,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객석의 이야기에 “생각의 포인트를 제공”하는 정도다.

‘힐링캠프’는 2회까지 방영된 현재 아쉬움이 적지 않다. 500 대 1 토크쇼를 앞세웠는데, 연예인 게스트가 주인공이다 보니 둘 다 잡아야한다는 제작진의 고심이 눈에 띈다.

제작진은 돌연 시간 쪼개기의 달인이 된다. 65분 분량에서 초반엔 연예인 토크에 집중한다. 방청객 질문을 통해서다. 이후엔 고민 나누기가 마련된다. 게스트가 고민을 이야기하면 방청객이 고민을 해결해준다. 반대의 경우도 나온다. 그 뒤로 방청객들의 사는 이야기도 나온다. 초반을 제외하면 ‘톡투유’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짧은 시간을 공평하게 나눠 여러 이야기를 담아내니 어수선하다는 인상을 준다.

▶김제동 vs 김제동=두 프로그램에서 김제동의 역할은 비슷하다. 방송인 김제동의 장점을 강조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단, 개입 정도와 접근 방식에서의 차이가 나온다. ‘톡투유’에서 김제동은 관객의 고민에 자신의 생각도 이야기하지만, ‘힐링캠프’에선 추임새 정도가 전부다. 후자에선 김제동의 존재마저 두드러지진 않는다.

김제동이 두 프로그램에서 자주 쓰는 말이 있다. “혹시, 더 하시고 싶은 이야기 있으세요?” 객석은 신기하게도 김제동 앞에서 입을 열고, 귀를 기울인다.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고 소통하는 데에 있어선 유일무이한 존재감”(하재근 평론가)을 가진 ‘이 구역 최강자’인 셈이다.

두 편의 프로그램에서 김제동이 MC를 맡게 된 것은 오프라인에서 티켓 오픈과 동시에 전회 전석 매진 신화를 쓰고 있는 ‘토크콘서트’의 영향도 적지 않았다. 토크콘서트를 통해 대중을 상대해온 김제동은 “소통하고 들어줄 수 있는”, “다수의 관객을 대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유일한 방송인”이라는 것이 PD들의 공통된 판단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독설이나 면박을 주는 MC가 방송에서 인기를 모았지만 김제동은 그 분야와는 거리가 먼 방송인이었다”며 “하지만 현장에서 다수의 대중을 상대로 마음을 어루만지는 공감토크로는 특화돼있다. 특히 젊은 세대와도 접점이 높기에 소통이 중시되는 시대엔 김제동과 같은 들어주고, 이해하려는 공감형 MC 유형의 장점이 부각된다”고 말했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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