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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金파, 金무…폭염속 허리띠 졸라맨 서민밥상
[헤럴드 경제=서지혜 기자] “더워서 수박 한 통을 사고 싶어도 너무 비싸서 엄두가 안나요. 혼자 사는데 다 먹기도 힘들어서 복숭아 같은 작은 과일이나 조금 사려고요”

지난 4일 저녁 서울 동작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회사원 김모(33) 씨는 복숭아 서너개가 담긴 장바구니를 들여다보며 이같이 말했다.

인근에서 혼자 살고 있는 김씨는 “채소값이 비싸져서 일주일치 식사 재료비를 사는 돈이 만만치 않다”며 “월급은 그대론데 쓰는 돈만 늘어났다”며 한숨을 쉬었다. 
*사진설명=가뭄과 폭염으로 채소ㆍ과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장보기가 겁난다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 서지혜 기자/gyelove@heraldcorp.com

장보기가 겁나는 사람은 김씨 뿐만이 아니다. 가족들의 일주일치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주부들의 근심은 최근들어 더 커졌다.

장을 보기 위해 마트에 온 안모(58ㆍ여) 씨는 “메르스 때문에 할인행사도 많이 안해서 지난 해 이맘때 가계부와 비교하면 확실히 일주일치 장보는 비용이 늘어났다”며 “신선도를 따져 재료를 사는 편이었는데, 요즘에는 아무래도 싼 채소를 찾게 된다”고 말했다.

가뭄과 폭염이 두 달 넘게 기승을 부리면서 채소ㆍ과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날씨 영향으로 농가의 공급량이 크게 줄어든 데다, 메르스 여파로 마트의 할인행사 규모가 축소됐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한때 유행하던 ‘유기농 재료’ 대신 좀 더 저렴한 재료를 찾느라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동분서주하고 있다.

실제로 이마트에 따르면 필수 채소 가격은 지난 해 이맘때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 해 100g당 168원 했던 감자는 258원으로 올랐고, 양파는 1.8㎏(망) 당 2580원에서 3750원으로 인상됐다.

무는 1250원에서 1850원으로 50% 가까이 인상돼 ‘金파, 金무’를 실감케했다.

도매가격도 크게 올랐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해 1㎏ 당 600원이었던 양파 가격은 올해 1400원으로 두 배 이상 뛰었으며, 마늘은 3400원에서 4700원으로 올랐다. 
*사진설명=가뭄과 폭염으로 채소ㆍ과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장보기가 겁난다는 서민들이 늘고 있다. 서지혜 기자/gyelove@heraldcorp.com

이처럼 채소 가격이 마트와 시장에서 일제히 상승한 데는 지난 5월부터 이어진 가뭄과 폭염의 영향이 크다.

비가 오지 않아 상당수의 농가에서 ‘버리는 채소’가 생겼고, 생산량도 크게 줄어든 것.

특히 이러한 현상은 양파, 고추, 파, 마늘 등 ‘양념용’ 채소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답답하기는 농가의 농민들도 마찬가지다.

가뭄으로 한 해 농사를 망친 것도 속상한데 공급량에 맞춰 제시한 가격이 비싸다며 소비자들의 원망을 듣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재래시장에서 경매를 하는 한 농민은 “이 가격보다 내려가면 우리는 올해 남는 게 하나도 없다”며 “물량이 부족하다며 정부가 수입물품을 들여오면 소비자는 좋겠지만 우리는 생계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최근 정부가 발표한 소비자 물가인상률은 7개월 가까이 0%대에 그쳐 시민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주부 장모(47ㆍ여) 씨는 “임금 인상은 느린데 식재료비나 교통비 등 서민들의 생활에 직접 연결되는 물가만 크게 오른 것 같다”며 “밥상에서도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느냐”며 불만을 표시했다.

gyelove@heraldcorp.com

<대형 마트 주요 채소 가격 비교>

2015년 8월3일 / 2014년 8월3일

감자(100g) 258원 / 168원

양파(1.8kg/망) 3750원 / 2580원

애호박(1개) 980원 / 890원

무 1850원 / 1250원

배추 2280원 / 2950원

(자료제공: 이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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