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써 이번 사건은 성폭행이 아닌 약간은 ‘거칠었던’ 혼외정사로 매듭지어지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이번 일을 단순 해프닝으로 덮어버리기엔 아직도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는게 사실입니다.
이럴거였으면 이 여성은 왜 계획성을 갖고 제발로 경찰을 찾아가 성폭행 신고를 했을까하는 의구심 때문이죠.
정황상 단순히 억울한 감정을 이기지 못한 충동적 결정으로 보기엔 어려워 보이는 부분도 있습니다.
심 의원과 40대 보험설계사인 이 여성과의 인연은 재작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13년 두 사람은 경북 지역 인터넷 언론사 간부의 소개로 서로 처음 알게 됐습니다.
그러다 두 사람은 지난 6월에 다시 이 간부를 연결고리로 대구의 한 횟집에서 2년만에 재회하게 됐습니다.
이날 노래방까지 가면서 함께 놀며 관계가 급진전됐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연락을 주고받게 됩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오빠, 동생이라 부르며 전화와 문자를 자주 했습니다.
그러다 심 의원은 지난달 12일 대구시내 한 호텔에 머물면서 이 여성에게 자신의 방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 여성은 처음엔 거절했지만 다음날도 끈질기게 이어진 전화에 결국 호텔을 찾게 됩니다.
이곳에서 둘은 성관계를 가졌고, 관계 후 심 의원은 이 여성에게 먼저 나가라고 했습니다. 10분 후 심 의원도 자리를 떠났습니다.
호텔에서 나온 이 여성은 심 의원이 자신의 가방에 넣어둔 30만원을 보고 일종의 화대(花代)를 받은 것 같아 화가 났고, 이후 심 의원과 연락이 닿지 않는 것에도 심한 분을 느끼게 됩니다.
그 후로 10여일이 지나는 동안 이 여성은 주변 사람들에게 이같은 사실을 털어놓았고, 상의 끝에 심 의원을 성폭행으로 신고키로 결심합니다.
성폭력 피해 지원센터를 거쳐 지난달 24일 경찰에 나와 심 의원이 강제로 옷을 벗기고 성폭행을 저질렀다며 그의 처벌을 요구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심 의원은 사실무근이며, 이 여성을 만난 사실조차 없다고 전면 부인했었죠.
이 여성은 다시 사흘만인 지난달 27일에 두번째 경찰조사를 받게 되는데, 돌연 태도가 바뀌게 됩니다.
성관계를 한 건 맞지만 온 힘을 다해 거부하진 않아 성폭행이 아니라며 처벌도 원치 않는다고 말해 경찰을 당혹게 했습니다.
알고보니 조사 전날 그 언론사 간부의 부탁으로 심 의원과 다시 만났던 것입니다. 이 자리에서 일종의 무마성 거래가 이뤄져 입맞추기를 끝낸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됩니다.
심 의원은 이날 이 여성에게 무릎을 꿇고 죽을죄를 지었다며 사죄했고, 다음날 지인을 통해 3000만원 정도의 합의금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둘 사이에 실제로 돈이 오갔는지를 확인하게 위한 계좌추적은 벌이지 않았습니다.
이를 위해선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야 하는데 두 사람 모두 회유·협박 사실을 부인하고 있어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이 충분치 않다는 점 때문입니다.
결국 이번 사건은 심 의원에 대한 이 여성의 복수극이었을까요, 아니면 합의금을 염두한 목적성 행동이었을까요.
복수를 위한 것이었다면 어쨌든 심 의원이 당을 떠나게 됐고 명예에도 타격을 입게 됐으니 절반의 성공은 거둔 것 같습니다. 모범이 돼야 할 국회의원의 비윤리적 처신이 만천하에 드러났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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