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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학생도 유턴하는 판에…“취업 안되면 해외로 나가라”는 정부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청년 취업난이 심화되자 정부가 최근 현재 5000명 수준인 해외취업 규모를 오는 2017년까지 1만명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이에 대한 유학생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외국에서 유학을 해도 취업에 실패해 국내로 되돌아오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한 유명 디자인회사에 다니는 김종혁(27) 씨는 “일본 현지인들이야 5군데씩 합격해 골라 가고 있지만, 한국인 유학생들은 여전히 한 군데 취직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일본 내 취업사정이 좋아져도 유학생들에겐 ‘남의 나라’ 얘기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헤럴드DB사진

실제로 김 씨 주변에서 유학생들이 일본인들처럼 회사를 ‘골라가는’ 경우는 흔치 않다.

김 씨는 “주변 유학생들 중 대학 다닐 때 취업에 성공한 사람은 10명 중 2명꼴이고, 절반가량은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거나 한국행 비행기를 탄다”며 “그나마 대학원까지 진학한 뒤 취업에 성공하는 경우까지 합치면 취업률이 겨우 40%선에 턱걸이 하는 수준”이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 대학 졸업 후 해외 현지 취업을 목적으로 떠났다가 되돌아오는 일도 부지기수다. 언어 등의 장벽에 부딪쳐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유학생들이 적잖다.

취업준비생 B(28) 씨도 호주에서 취업을 할 목적으로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1년간 타지 생활을 했지만 결국 1년 만에 귀국했다.

나름 영어에 자신이 있어 조금만 노력하면 취업은 물론 영주권을 받아 정착까지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았다. B 씨는 “낮에는 음식점 서빙을 하고 저녁땐 취업 준비를 했지만 이력서를 넣는 족족 미끄러졌다”면서 “차라리 기술이 있으면 낫겠다 싶었는데 이제 와 기술을 배울 수도 없어 포기했다”고 털어놨다.

최근 호주에서 영주권을 받은 최모(27ㆍ여) 씨도 이와 관련, “호주에서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기 위해선 비자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며 “영주권이 없으면 기술직이 아닌 이상 현지인이 운영하는 일반 회사에 취업하기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유학 중인 대학생 A(26) 씨는 휴학 후 최근 1년간 한국 기업 두 군데서 인턴을 했다. 

A 씨는 “한국만큼 미국 취업 시장도 어려운데, 어지간히 잘 하지 않고서야 어느 기업에서 비자 문제까지 해결해가며 외국인 유학생을 채용하겠냐”면서, “차라리 한국에서 취업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에서 취업한 유학생 안모(28ㆍ여) 씨도 “내 지인들 대부분은 미국에서 취업을 했지만, 한 다리만 건너도 한국으로 돌아갔다는 사람 천지”라며 “현지 유학생들도 이렇게 힘든데, 한국 대학 졸업 후 미국에서 곧바로 자리를 잡는 일은 상당히 드물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현지 유학생들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 씨는 “취업이 안 돼 귀국한 유학생들 중에는 제대로 된 노력을 안 한 친구들도 적잖았다”며 “반대로 한국에서 포트폴리오를 성실히 만들어온 군대 후임은 일본 대기업 몇 곳에 합격해 골라 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요즘 같은 상황에선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일자리를 찾게 한다는 정책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지만, 정책 추진을 위해선 무엇보다도 일자리의 질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단순히 급여가 높은 일자리가 아니라 최소한의 안전과 더불어 장기근속 여부 등을 보장하는 일자리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rim@heraldcorp.com



사진=헤럴드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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