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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롯데 일가 모인 ‘성북동 330번지’ 일대 가보니…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서울시 성북동은 가난과 부유가 구획을 긋고 대치하는 공간이다.
 
서울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에서 성북로를 따라 삼청터널 방면으로 가다보면 수월암이라는 절 인근에서 전혀 다른 세상으로 안내하는 두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 길은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라고 불리는 북정마을로 향하는데, 옛 조선의 한양 성벽 밑에 딱 달라붙은 마을의 정경이 정겹게 펼쳐진다. 


다른 쪽 길은 서울의 대표적인 부촌으로 꼽히는 성북동 330번지 일대로 이끈다. 웬만한 부자들도 야코가 죽을만큼 으리으리한 규모의 저택들이 줄지어 있는 이곳은 대기업 총수들과 정계 거물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최근 결혼한 탤런트 배용준의 집도 이 일대다.


이곳에는 특히 롯데그룹의 총수 일가가 많이 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일가의 장손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다. 

일본대사관서에서 걸어서 5분도 안걸리는 위치에 있는 그의 집은 토지면적이 300여평(991㎡)에 달하는 대저택이다. 집 주변으로 아득하게 둘러쳐진 담장 높이는 낮게는 2m에서 높게는 10m에 달할 정도여서 함부로 침입하거나 내부를 들여다보기 힘들었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1997년 이곳을 사들였지만, 집에 기거하는 기간은 극히 짧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정보과 형사는 “신동주 전 부회장을 포함에 평소에는 이곳에 사람이 거의 없다”며 “거의 대부분 집사 한 명만 남아 관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신 전 부회장의 집에서 북동쪽으로 10분 정도를 걸어가면 역시 엄청난 규모의 저택이 나오는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막내 여동생인 신정희 동화면세점 사장의 자택이다.

또 신 전 부회장의 집에서 남쪽으로 도보 10분 정도의 거리에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의 딸, 장선윤 롯데호텔 상무가 보유하고 있는 빌라가 나온다. 장 상무는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321.44㎡ 규모의 이 단독주택을 지난해 사들였는데, 시세보다 낮은 20억5100만원에 낙찰받은 뒤 불법 증축을 진행해 최근 과태료를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1일 신 전 부회장의 집에서는 최근 일고 있는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의 운명을 가를 가족행사가 열렸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선친 제사였다. 제사에는 신 전 부회장을 비롯해, 셋째 삼촌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 다섯째 삼촌인 신준호 푸르밀 회장 내외, 신정희 사장 내외 등이 참석했다.

신 전 부회장의 어머니 시게미쓰 하츠코 여사와 누나인 신영자 이사장, 신동인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직무대행은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친족이 대거 모인 것이다.

이로써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은 신동주를 지지하는 총수 일가가 한국에 집결하고, 이에 대립하는 신동빈 회장은 일본에 머무는 형국으로 짜여지게 됐다. 오는 3일 귀국할 예정인 신 회장은 당분간 일본에 머무르며, 그룹 관계자들의 분위기를 다잡는 한편, 자신의 세력을 확실히 구축하는 데 힘을 쓸 것으로 전망된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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